[1년 차 사사의 레터]
🗣️공사 다 망
저희 회사에선 이런 말을 많이 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질문 하나 할게요. 다음 중 어떤 사람과 일하고 싶으신가요.
1. 인간 대 인간으로는 편하지만 업무 전달이 좀 답답한 사람
2. 말할 때마다 쎄하지만 내용 전달은 분명한 사람
보통의 회사에서는 2번을 높게 쳐줄 겁니다. 제가 회사를 다니며 이해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란 이런 겁니다.
-> 상대방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친밀하게 이야기를 한다. (X)
-> 상대방이 빠릿하게, 잘 알아먹게,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한다. (O)
그런데 말입니다. 쎄하지만 수월한 커뮤니케이션. 이게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하냐, 이 말입니다. ‘너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겠다’는 의도가 투명도 95%로 보이는 동료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 저는 ‘제가 이걸 다 책임져야 하나요?’라고 묻고 싶지만, 그냥 ‘네, 감사합니다’로 대화를 끝냈습니다. 말 걸기가 싫거든요. 그럼 그 사람은 ‘분명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사람’이 되겠지요.
근성백이 이렇게 말한 적 있어요. ‘다가갈 때 불편한 사람은 커뮤니케이션 못하는 거예요!’
저는 생각을 고쳐먹었어요. 커뮤니케이션이 두 사람 사이에서만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은 그 사람 몰래, 내 머릿속에서도 이루어져요. 내가 상대방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지, 저 사람의 쎄함을 뚫고 업무 얘기를 할 수 있는지. 저는 그 모든 과정을 그 사람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봅니다.
어디서 그러더라고요. ‘이메일 한 통(혹은 업무 메신저 연락 한 통)으로 그 사람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알 수 있다’ 이거 너무 무책임한 문장 아닌가요. 회사에서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하시길래 그런 말을? 그 사람, 분명 커뮤니케이션 잘 못하는 사람일 겁니다.
모든 책임을 나에게 뒤집어씌우려는 속 보이는 이메일을 읽고는, 저는 가끔 이렇게 답장합니다.
“공사다망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공사다망이라는 사자성어를 몰라서 한번 검색해 보길.
당신의 집중을 30초만이라도 방해하길.
그리고 무엇보다 다 망했으면.
[10년 차 근면성실백수의 레터]
☠️ 뭣이 중헌디
여행을 와서 아픈 것은 정말 처음입니다. 슬프게도 종합감기와 배탈이라는 노답 2종 세트에 당첨됐어요. 그래도 약 먹으며 잘 쏘다니고 있어요. 일본 드럭스토어에는 별별 약이 있더라고요. 여행와서 약을 사다니… 이것도 나름 경험이라면 경험일 겁니다.
회사를 다니며 참 많이 아팠습니다.
한번은 중요한 회의가 있었는데 하필 전날에 장어덮밥을 먹고 크게 체해서 급하게 연차를 쓴 적이 있어요. 정말 하루 종일 누워있습니다. 사실 장어덮밥 먹으며 회사 얘길 했어요… 맛있는 걸 먹으면서는 회사 얘긴 부디 하지 말아 주세요.
원래 저는 소화가 잘 되는 편이었는데도, 회사에서 불규칙적으로 식사하고, 어떨 때는 일하면서 먹고, 어떨 땐 건너뛰고, 메뉴도 건강하지 않다 보니 점점 소화력이 떨어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계속 앉아 있으니 더 그랬을 겁니다.
퇴사 후에는 거의 집밥만 먹고 있어요. 잡곡밥에 채소 반찬, 고기 반찬, 나물 반찬과 국을 차리고 양도 허기가 없어질 정도로만 먹어요.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은 가끔 양이 너무 많더라고요. 식사 후에는 일부러 조금이라도 걸어 다닙니다. 주로 한강으로 나가요. 식사 후 여유로운 산책이 이렇게 좋은 줄 오랜만에 느끼는 중입니다.
회사에서 가장 크게 잃은 것 중 하나가 몸 건강이에요. 당장 내가 아픈 게 아니면 몸건강이 1순위가 되긴 쉽지 않죠. 배가 고파도 당장 눈 앞에 빨리 해야할 일이 있다면 편의점에서 샐러드, 빵, 우유 같은 걸 사 와서 일을 하며 식사를 해치웁니다. 그나마 다 먹지도 못하죠. 하긴 입맛이 없을 때도 있었습니다.
회사를 다니며 건강을 챙기기 위해 노력을 안 한 건 아니에요. 저는 헬스와 러닝을 하는데요. 아마 이게 없었으면 진작에 스트레스로 나가떨어지던가, 건강이 부족해 나가떨어졌던가 했을 겁니다. 근데 헬스와 러닝 둘 다 ‘일을 잘 하기 위해’라는 목적이 강해지자 너무 하기가 싫어졌어요.
회사를 다닐 때의 저의 초점은 일을 잘 하기 위한 세팅을 갖추는 것이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운동 본연의 목적인, 그 자체의 움직임을 즐기는 것,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니 더 잘하고 싶고 재미도 느껴집니다.
회사를 다닐 땐 왜 항상 '일'이 1순위가 될까요. 언제고 항상 1순위는 나 자신이어야 하는걸요.
💌 다음 레터도 내일 밤 9시에 보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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