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레터#4] 좀 천천히 갑시다

2024.11.01 | 조회 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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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레터 from 교토

[마감] 퇴사 후 떠난 교토에서, 매일 밤 쓴 퇴사레터를 보내드릴게요. (10/28~11/8)

100년 전통의 온천과 후루츠 밀크
100년 전통의 온천과 후루츠 밀크
안녕하세요. 교토 4일차. 지금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어제는 숙소 앞 온천에 갔습니다. 뜨거운 물에 몸을 지지니 피로가 싹 풀리더라구요. 그리고 오늘 우리는 모두 감기에 걸렸습니다. 도대체 왤까요. 모두 감기조심하세요. 💡 오늘의 리빙 포인트 : 감기에 걸린 뒤 목욕을 하면 감기가 심해진다. 2024년 11월 1일 금요일 from 교토 니시진

 

 


[1년 차 사사의 레터]

🌶️ 알싸한 회사의 맛

퇴사의 이유 세 번째 :

-알싸한 회사의 맛.

 

Q1. 회사 다니면서 살찌신 분?

저요!

회사 다니면서 3kg 쪘어요. 그게 다 ‘회사의 맛’을 봤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과로한 사람의 비만율이 1.4배 높다고 해요. 여유가 없어지니까요. 잠을 충분히 자고 운동을 하는 등 직립 보행하는 인간으로써 해야 할 기본적인 것들을 못 하지요. (주당 50~59시간 근무한 남성과 40시간 미만 근무하는 남성을 비교한 수치)

저도 그랬습니다. 게다가 모든 기력을 직장에서 쓰면? 운동이고 뭐고, 나는 빠르고 쉽게 인생의 달콤함을 찾고 싶어집니다. 쿠팡이츠를 열어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가 들어간 두바이 초콜릿, 탕후루 따위를 찾아봅니다. 제로 아이스크림, 알룰로스, 에리스리톨을 차례로 검색해가며 죄책감을 씻어냅니다.

 

-알싸한 회사의 맛.

 

신경 쓸 일이 많다 보면 원래 소중히 여겼던 가치를 외면하는 일이 생겨요. 퇴사 전에 저는 깨달았습니다. 내가 일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만들었는지를요. (아, 제가 쓴 콘텐츠가 아니라, 진짜 ‘쓰레기’를 말하는 거예요)

Q2. 내가 하루 동안 쓴 일회용 쓰레기는?

아침 : 지하철에서 매머드커피 앱으로 아메리카노를 주문.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얼음이 가득 담긴 플라스틱 컵을 손에 든다.

점심시간 : 12시에 버거킹 빅맥 주문. 이번 시즌 신메뉴에 고기 패티가 몇장 들어갔는지 꿰고 있음.

저녁 : 8시에 파리바게뜨 샐러드 포장.

참고로 저는 비건과 환경보호 활동 대외활동을 내세워 입사했는데요. 참 웃기지도 않습니다.

 

-알싸한 회사의 맛.

 

오늘도 기력을 소진하고 집에 왔습니다. 앗, 휴지가 똑 떨어졌습니다. 쿠팡을 열어 로켓배송을 시킵니다. 아, 그런 기사를 읽은 것 같기도 합니다. 쿠팡에서 과로사로 누군가가 사망했다는 기사를요. 하지만 지금 내가 힘이 드니 태연히 로켓배송을 시키는 겁니다. 거기선 또다시 사람이 죽고, 나는 내일도 죽는 소리나 내며 일을 하겠지요.

알싸한 음식을 자꾸 먹다 보면 혀가 마비되잖아요.

 

-알싸함-알싸함-마비-마비…

 

일상의 감각을 마비시키는 알싸함입니다.

일은 감각을 무디게 합니다. 저는 그런 게 참 싫었습니다. 일 핑계로 무뎌지는 게요.

그런데 질문이 있어요.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일을 하면 이렇게 마비가 될 텐데요. 백수로 살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Q3.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10년 차 근면성실백수의 레터]

🐰 러닝머신에 올라탄 거북이

 

한 달 전, 퇴사를 할 때쯤엔 지금 하고 있던 직무를 그만둘 생각이었습니다. 이 직무에서의 저는 실패했다고 생각했어요.

이 회사에는 4년 차 경력자로 왔습니다. 경력이면 알아서 일을 하고, 연차에 맞는 수준의 결과를 요구받습니다. 저도 경력은 ‘걍 무조건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회사에 왔을 때 이전에 해본 적 없는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그것도 잘 해낼 수 있을 줄 착각했어요. 저는 지금껏 처음 해보는 일도 배워가며 그럭저럭 해왔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업무를 제가 정말 못하더라고요! 저는 제가 이렇게 숫자에 약한지 몰랐습니다!

처음부터 잘 못한다고 빨리 얘기를 할걸. 지금은 후회합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제가 못한다는 것을 죽어도 알리기 싫었어요. 누구나 처음 하는 일은 미숙할 수밖에 없는데 말이죠. 조금씩 나아지는 과정보다는 처음부터 완벽하게 보이고 싶었습니다. 정말 안 좋은 완벽주의죠. 시작하기도 힘들고 시작에 에너지를 몽땅 써버리더라고요.

저는 퇴사 후 완벽주의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완벽한 계획이나 구상이 떠올라야지만 뭔가를 시작했는데, 요즘은 그냥 사소한 것부터 빨리 시작하고 있어요. 그리고 일단 대충 시작합니다. 조금 부실해 보이더라도요. 시작은 가볍게, 그 뒤엔 조금씩 나은 방향으로 꾸준히. 이것을 연습 중입니다. 다행히 효과가 있더라고요.

교토에는 유독 오래된 가게들이 많습니다. 제가 묵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도, 건너편 온천도 100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오므라이스를 먹었던 가게는 80살은 먹으신 할아버지가 운영하고 계세요. 교토의 가게들은 아침 9시에 문을 열고 늦으면 12시까지 운영을 합니다.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몇십 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부단히 반복하며 조금씩 발전시켜 왔을 겁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곳은 게스트하우스의 공용 거실이에요. 오래된 건물이라고는 믿을 수 없게 깨끗하고 곳곳에 편하게 수선을 한 흔적이 빼곡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더 좋게 갈고닦아 나가는 거겠죠. 게스트하우스든, 나 자신이든요.

지금 제 직무를 4년간 하고 난 지금의 생각은 일단 하는 데까지는 해봐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이 회사에 와서 실패를 겪을 때도 저는 제 업무가 사실은 재미있었거든요.

 


💌 다음 레터도 내일 밤 9시에 보낼게요.


 

👩‍💻 안녕하세요. 에디터 사사와 기획자 근성백입니다. 우리는 같은 날 퇴사했어요. 그리고 교토로 떠납니다. 퇴사레터는 ‘일이 곧 나’라고 생각했던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이지만 누구나 공감할만한 퇴사 이야기를 담아 보낼게요.

🙏 우리의 실시간 여정을 보고 싶거나, 문의하실 점이 있다면 인스타그램으로 연락주세요. 🔗 인스타그램 @ep.11.pj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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