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일류여성

[우리 이야기] 앵콜요청대환영, 우리의 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언론반에서 만났지만 아무도 언론인이 되지 못했다 ③ 은둔자 편

2024.02.23 | 조회 1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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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부유하는 유부입니다. 오늘은 팀 일류여성의 마지막 인물, 은둔자에 대한 저의 고백?을 담담하게 전하고자 합니다. 이번 뉴스레터 시리즈를 통해 서로에 대한 시선을 공유하며 우리는 서로의 ‘자존감 지킴이가 될 수 있겠구나’ 했습니다.(역시 칭찬은 해야 맛!) 계속해서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관계가 되길 바라며, 또 구독자님도 그런 건강한 관계의 사람들과 함께하기를 기원해봅니다.

 

팀 일류여성의 단체 카톡방은 놀랍게도 모든 대화가 존댓말로 이뤄진다. 알고 지낸 지 십 수 년이고, 언론사 취업을 준비하며 상대의 바닥 치는 모습도 익히 본 우리였는데 말이다. 물론 친목이 아닌 일을 도모하는 공간이기에 공적 자아를 꺼내 온 것이기도 하지만, 또 한 가지 이유는 은둔자와 내가 왕래없이 지낸 지난 십여 년이 만든 묘한 거리감 때문일 거다. 나쁜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리 친한 관계도 아니었기에 취업을 하고 각자 직장생활을 하면 자연스레 소원해졌고 잘 지내겠지, 그러려니했던 우리 둘. 그래도 은둔자는 내게 과거에도, 현재에도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다.

은둔자를 처음 만난 건 대학교 4학년 때, 정확히 말하면 16개월의 휴학 뒤 복학해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는 막연한 자신감을 갖던 때였다. 학과 건물 1층에 있던 언론고시반(이하 언론반)’을 발견, 다소 우발적으로 시험을 쳐 입성했다. 그곳에서 처음 마주한 은둔자는 이미 수개월 전 언론반에 들어와 공부를 하고 있었다. 희망하던 직군도 나와 같은 라디오PD.

우린 라디오 프로 기획안을 공유하거나 모니터링과 같이 함께 공부할 시간이 많았고, 자연스레 은둔자를 기준 삼아 스스로를 평가하곤 했다. 은둔자의 글은 탄탄한 근거들이 논리 정연하게 정돈되어 하나의 주장을 강단있게 받쳐주고 있었다. 반면 나의 글은 감정이 널 뛰었고, 습자지보다도 얄팍한 지식 수준을 감추기에 급급했다. 이 단점을 무마하기 위해 글로 웃겨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이걸 곰자자족은 긍정의 눈으로 평가해 준 듯.) 사실 그 공간에 있던 대부분의 인물이 나보다 월등했고, 나는 자주 주눅 들었다. 그저 같은 공간에서 공부하면 나도 조금은 똑똑해져 있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언론반에 붙어있었다. 이 생각은 그리 틀리지 않았고, 언론반에서 시사, 상식은 물론 자기소개서 쓰는 법도 면접 보는 법도, 일종의 사회생활도 모두 배울 수 있었다.

그 중 잊히지 않는 한 순간은 내가 한 방송사 면접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겨우 나 한 명 도와주자고 은둔자를 비롯, 언론반의 몇 명이 공부하는 시간을 빼 모의 면접을 봐줬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내가 느끼기에 날카로운 질문이 주어졌고, 대답도 하기 전에 눈물이 솟구쳤다. 그렁그렁한 내게 은둔자는 벌써부터 울면 어떡하냐.”며 강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같이 준비한 시험에 먼저 낙방했음에도 주저없이 면접을 도와준 은둔자의 큰 그릇이 고맙고, 그렇게 신경 써 줬으면 잘할 것이지 시작부터 눈물 바람이었던 나도 참 못났었다. 그렇게 언론반 생활 내내 무언가를 묻고 도움을 청하는 입장은 주로 나였고, 그 빚을 갚을 새 없이 은둔자가 먼저 언론반을 떠났다. 몇 개월 뒤 나도 다른 길을 걷게 됐다.

이후 10년이 지나 곰자자족의 결혼식에서 우린 재회했고, 다시 2년 뒤 곰자자족이 제안한 독서모임을 통해 온라인으로나마 안부를 묻게 됐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은연 중에 은둔자가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하고, 선후배를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관계에 대한 불필요한 감정을 최소화하고, 대신 일에 온 정성을 쏟는 것 같았다. , 확실하게 본인 책임은 다하면서도 후배에겐 명료하게 업무 방향을 설명하고 수준에 맞게 업무 범위를 설정해줄 줄 아는 사람. 은둔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은둔자를 선배로 삼아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가 모르던 지난 십 년 동안 나는 얼만큼 성장했을까 스스로 묻게 되는 은둔자의 모습이었다.    

우리 둘을 잇는 곰자자족의 또 한번의 제안으로 뉴스레터를 통해 느슨하게 나마 은둔자와 함께 일(비슷한 것을) 해 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9개월이 다 되가는 지금, ‘정말 똑똑한 친구라는 감상에 새로운 수식어를 붙이게 됐다. 그 중 하나가 은근 귀엽다이다. 단톡방이나 화상미팅에서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있는데 온라인을 뚫고 흥분됨이 전달된달까은둔자가 좋아하는 『빨간머리 앤』이 생각나는 지점이다. 좋아하는 것을 얘기할 때 까만 눈동자에 안광이 돌며 광대가 한껏 올라간 채 말하는 은둔자의 모습은 초록 지붕집에 막 다다른 앤의 모습이 아닌가좋아하는 걸 스스럼 없이 좋다고 말하는 존재는 참으로 무해하고 귀엽다. 

한편 그 속에서 내 모습도 발견했다. 사실, 나도 앤을 좋아했고, 라디오PD를 희망했던 사람으로 은근히 닮은 구석이 있다. 이번 뉴스레터를 준비하며 과거 에피소드를 공유하던 단톡방에서 브로콜리너마저의 계피 목소리를 은둔자에게 처음으로 알려준 사람이 나라는 반가운! 사실을 들었다. 아마도 그때의 나는 ‘~돼요하고 맥이 탁 풀리게 만들면서도 단호하게 말하던 계피의 목소리는 누구나 좋아할거라 생각하며 신나서 추천 했을테다.(지금도 곧 잘 그러하다.) 앤의 모습도 은둔자의 모습도 겹쳐진 순간이었다.

한 가지 더 발견한 은둔자의 모습은 따뜻함이었다. 편집자로 커리어를 쌓아온 그녀는 과거보다 따뜻해졌다.(구독자님도 은둔자의 글을 읽었다면 공감할 거라고 믿습니다ㅎㅎ) 편집자는 필요한 책을, 좋은 책을 기획하기 위해 현 시대와 지금을 사는 사람들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고 한다. 은둔자 또한 편집자로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세상을 보며 마음을 쓰고 관심을 기울였을 테다. 그녀는 자신의 일을 잘해내고 싶어하는 성실한 사람이니까. 세상과 사람에 몰두했던 편집자의 시간들이 은둔자의 말과 글에 온기를 더했으리라 짐작해본다

친구의 종류는 다양하다. 매일의 일상을 나누며 시시콜콜한 고민을 털어놓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몇 년에 한 번씩 연락해도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친구도 있고, 은둔자와 나처럼 오랫동안 연락없이 살았어도 아주 가끔 만나 스스로 잘 살아가고 있는지 점검하게 만드는 가늠자 같은 관계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십 여 년 만에 만난 은둔자에게 나 또한 제 몫을 하며 나름대로 살고 있다고 보여주고 싶다. 더불어 그녀가 앞으로 이뤄낼 성장 또한 몹시 궁금하다. 떨어져 있던 지난 십 여 년 동안 우린 잘 버텨왔고, 미래도 잘 살아낼 거라고 응원하는, 느슨하지만 따뜻한 이 연대가 지속되길 기대해본다.

은둔자에게 소개했던 계피가 참여한 브로콜리너마저 첫 번째 EP. 지금 들으니 연주도 노래도 처음이라 서툴지만 서툰 그 때 우리가 생각나 더 정이 간다. 
은둔자에게 소개했던 계피가 참여한 브로콜리너마저 첫 번째 EP. 지금 들으니 연주도 노래도 처음이라 서툴지만 서툰 그 때 우리가 생각나 더 정이 간다. 

📝빙고 뉴스

지난 팀 일류여성 워크숍뉴스레터(2024년 1월 26일 발행)에 말씀드렸던 대로 새해 목표 빙고 달성 과정을 짧게 알려드립니다. 계속해서 목표를 향해 느린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일류여성의 모습 공유해 드릴게요! 여러분도 새해 목표에 한발짝 가까워졌길 응원합니다!!

🐻 곰자자족 : 한 달에 한 번 여행가기 계획 중 2월 목표 달성!

🎈 부유하는 유부 : 5km 쉬지 않고 달리기의 절반, 2.5km 달리기 성공!

🫣 은둔자 : 현재까지 주 2회 도시락 챙기기 성공 중! 다음주 2번째 등산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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