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일류여성

[우리 이야기] 시절인연 말고 평생인연

- 우리는 언론반에서 만났지만 아무도 언론인이 되지 못했다 ② 부유하는유부 편

2024.02.16 | 조회 1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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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구독자 님 안녕하세요. 즐거운 설 연휴 보내셨나요? 은둔자 님으로부터 뭉클한 뉴스레터를 받고 저는 어떤 이야기를 전하면 좋을까 참 많이 고민했는데요. 저에게 부유하는 유부 님이 어떤 존재인지를, 어떤 의미인지를 적어보면 좋을 것 같아 준비했습니다. 다소 두서 없을 수 있지만 거친 문장들 속에 진심의 알맹이를 발견해주시기를 바라며 전해드려요.

부유하는 유부(이하 유부) 에디터는 언론고시반에서 처음 만났다. 과 활동보다는 학교 밖 활동에 열중하느라 친한 과 선배가 거의 없던 내게 유부는 졸업을 앞두고서야 알게 된 한 학번 선배였다. 그렇다고 선뜻 먼저 다가가거나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진 못했다. 정확히는 그럴 여유가 없었는데 고시반 커리큘럼이 꽤 고됐기 때문이었다. 매일 진행하는 아침(8), 저녁(6) 스터디 외에 매주 제출해야 하는 논술, 작문, 주말에는 상식 및 한국어 시험과 찬반 토론까지. 난생 처음 하는 이 모든 과정이(공부가) 낯설고 어려워 나는 스터디가 끝나면 곧장 학교 앞 자취방에 가 눕기 바빴다.

고시반 적응을 핑계로 집으로 숨어들기 바빴던 나와 달리, 유부는 언론사 전형을 치르느라 바빴다. 모 방송사 라디오 PD 서류 합격-필기 합격-면접 및 실무합숙을 거쳐 최종면접을 앞두고 있던 것. 고시반 신입 초짜였던 당시 나는 유부도 잘 몰랐고 언론사 전형도 잘 몰랐고 합격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더더욱 몰랐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고 믿었던 것 같다. 유부 같은 사람이 라디오 PD가 되는 것일 거라고. 내가 아는 한 가장 위트 있고 통통 튀는 글과 기획안을 쓰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도, 글도 따뜻하게 반짝였는데 그것이 꼭 유부와 닮아있었다.

유부가 쓰는 글과 말이 좋아서 나는 점점 더 유부가 재밌고 좋아졌다. (유부는 내 어떤 부분이 호감이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자연스레 단풍이 물들던 가을에는 학교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웃긴 사진을 남기고, 코끝이 시린 겨울밤에는 정문 앞 카페에서 핫초코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공부가 안 되는 밤에는 고시반 컴퓨터 앞에 앉아 음악 취향이나 정보를 나누면서도 시간을 보냈다. 물론 시간을 제일 많이 쓴 것은 울다가 웃다가 술 마신 게 아닐까 싶지만. 덕분에 미취업 졸업의 불안함도, 채용전형을 기다릴 때의 불안함도 상당부분 떨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고시반에 무사히 뿌리내릴 수 있었던 데는 유부의 몫이 아주 컸다.

유부도, 나도 간절히 원했던 곳에 최종합격자 명단을 올리진 못했지만 그래도 전공을 살려 홍보일을 하게 되었다. 유부는 대기업 홍보팀에서 일했는데 놀랐던 건 내가 홍보대행사에서 일하는 동안 만났던 그 어떤 인하우스 담당자보다도 더 많이, 더 열심히, 더 바쁘게 일한다는 점이었다. 혼자서 어떻게 그만큼을 해낼까 생각할 때도 있을 만큼. 그래서 좋은 의미로 자극도 되고 의지도 됐다. 내가 재입사한 회사에서 찾고 싶었으나 끝끝내 찾지 못한 의지하고 싶은 선배가 바로 유부였던 셈이다. 그래서 일하다 막히면 회사 선배 대신 유부 선배를 찾을 때도 많았다. 같은 산업 분야가 아닌데 대뜸 의견을 묻기도 하고 아이디어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아마 유부가 한 일의 범위는 더 방대할 텐데 뉴스레터에서 언급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제가 미처 알지 못하는 일도 있을 듯 하다 보니 구체적 예시는 들지 못하는 점 양해해주세요.)

그러니까 나의 회사 생활이 조금 더 연장될 수 있었던 것 또한 어느 누구보다도 유부의 몫이 컸다고 생각한다. 어떤 날은 아무말대잔치 같고, 어떤 날은 조금 귀찮았을 수도 있을 장문의 연락에도 언제나 거절 한번 없이 응해준 유부 덕분에 나는 불만 가득했던 순간들을 툭툭 털고 그날의 하루를 버틸 수 있었으니까

이제 유부도, 나도 회사 밖에서 또 다른 일을 찾는 사람이 되었다. 유부는 닉네임처럼 부유하고 있다고 종종 표현하지만 옆에서 보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매일 매일을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들로 꾸준히 채우고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다. 내가 지난 시간 유부를 통해 아낌없이 마음으로 지지받았던 것처럼 유부가 부유(浮游)한다고 느끼지 않고 부유(富裕)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 무한한 응원과 지지를 보내고 싶다. 그리하여 시절인연이 아니라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함께 옆에 있는 평생인연으로 남고 싶다.

제게 가장 많이 꽃 선물을 해준 사람은 바로 부유하는 유부 였는데요. 을지로에 있는 회사를 다녔던 때, 유부 님은 퇴근길에 샀다며 직접 들러 싱그러운 꽃 한 다발을 선물해주고 갔답니다. 
제게 가장 많이 꽃 선물을 해준 사람은 바로 부유하는 유부 였는데요. 을지로에 있는 회사를 다녔던 때, 유부 님은 퇴근길에 샀다며 직접 들러 싱그러운 꽃 한 다발을 선물해주고 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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