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일류여성

[인터뷰] 안 할 이유가 없으니까 하는 거죠!

꾸준함이 만들어 내는 단단함 ➂ 부유하는 유부 편

2024.04.26 | 조회 72 |
0
|

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지난 주 곰자자족 편 인터뷰는 재미있게 보셨나요? 이번 인터뷰 시리즈는 단편적으로만 나누던 서로의 일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깊이 있게 나눠보자는 취지로 이루어졌는데요. 저희가 일을 시작하고, 대하고, 마무리하는 자세가 구독자님께 일에 대한 또 하나의 ‘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참고로 이번 인터뷰는 제가 엮었지만 질문은 저와 곰자자족이 함께 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부유하는 유부는 오랫동안 해왔던 홍보 업무를 떠나 자신만의 또다른 일을 찾고 있는데요. 부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소중한 일상에 누구보다 단단히 뿌리 내리는 중인 유부 님의 갭이어 이야기를 재밌게 감상해 주세요.

일류여성 에디터 알아보기

‘반대가 끌리는 이유’

나는 평균적으로 3년에 한 번씩 이직을 거쳤다. 그러다 보니 한 직장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어떻게 일하는지 늘 궁금했다. 언제가 기회가 된다면 비법(?)을 물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내 옆에 한 회사, 한 부서에서 10년 넘게 일했던 부유하는 유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머릿속에 불이 반짝! 켜졌다. 이번 기회에 노하우를 좀 나누어 받고 나도 좀 더 오랫동안 정착하는 직장 생활을 하고 싶다는 욕망에 불타올랐다. 

그런데 인터뷰를 하다 보니 알게 되었다. 꾸준하기 위한 요령이 특별히 있는 것이 아니라 부유하는 유부의 가장 큰 강점이 바로 꾸준함 그 자체라는 것. 퇴사를 한 요즘은 꽃, 나무와 같이 무용하지만 아름다운 것들과 가까이 하는 시간을 꾸준히 보내며 자신의 일상을 단단히 쌓아 올리고 있었다.

 

무용하고 아름다운 나무들 (사진 제공: 부유하는 유부)
무용하고 아름다운 나무들 (사진 제공: 부유하는 유부)

#뉴스레터는 함께 쓰고, 좋아하는 것을 나눌 수 있어서 매력적인 일 

뉴스레터를 하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나 마음가짐으로 참여하게 되었나요?

시간의 여유가 생긴 상황이라 무엇이라도 해보자고 하던 차에 참여 제안을 받았어요. 그래서 함께해도 괜찮다고 생각했고, 갑자기 시간이 많이 생긴 상황에서 막연하고 불안한 감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레터라는 것이 함께 쓰는 것이기 때문에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 혼자서 글을 쓰는 것보다 꾸준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았고요. 

회사에서도 글을 쓰는 업무를 하곤 했었는데, 그때는 상사의 피드백을 받아야 하니까 그 글이 최종적인 저의 글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퇴고도 덜했고요. 그런데 레터는 최종 확인자가 저니까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고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부유하는 유부 님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배우는 사람, 좋아하는 걸 나누려고 하는 사람, 삶의 디테일을 만들어 가고 있는 사람으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다양한 것을 배우고, 그 중에 좋아하는 걸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 나누고 공감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디테일은 제 삶에서 아기자기한 것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의미예요. 

제가 필사했던 문장 중에서 고른 단어인데, 모든 사람이 거창한 일을 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지만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에서 작고 소중하고 예쁜 것들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저에게 주어진 여유 혹은 시간들이 그런 걸 만들어 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구독자 분들이 제 글을 보고 자신만의 디테일을 만들어 보시면 좋겠다는 마음도 가지고 있어요. 

 

# 갈등이 생기면 상대의 배경을 이해하려고 노력

# 동시에 좋아하는 것들을 꾸준히 하면서 내 것을 지켜 나갔다

유부님이 오랫동안 일하던 곳은 아무래도 대기업이다 보니 잘 모르는 사람이 볼 때 자신들만의 경영 이념이 강한 일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내가 일하는 곳의 가치관과 개인인 나의 생각이 너무나 불일치할 때 어떤 방식으로 내면의 갈등을 해결하셨나요? 

저는 회사란 기본적으로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판단과 자원의 투입, 효율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일을 할 때는 사실 가치관이 부딪힌다는 생각을 많이 안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조직 내에서 사람 간의 마찰은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럴 때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에 시간이 걸리긴 했어요. 그럴 때는 상대의 과거나 배경을 통해서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니까 이런 결론을 내는 것이 당연하지’ 이런 식으로요. 어차피 제가 이해하지 않으면 일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한 한 상대를 이해하고 일을 진행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일하는 동안 상대와 다를 때에도 잘 맞춰가려고 노력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럼에도 오랜만에 만난 유부에게서 과거의 모습을 종종 발견하고 혼자 반가워 하거든요. 그럼 본인은 주변 사람의 영향력 안에서도 본인 고유의 특성을 잘 지켜내는 편인가요? 

상대방을 이해하고 동조하면서도 어느 순간부터 제 걸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인터뷰를 남편도 보고 있을 예정인데 이런 얘기를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웃음) 이전의 연애가 끝나고나서 원래의 저로 돌아가는 기간이 있었거든요. 가치관이 너무 달랐던 사람이라 그와 맞추는 부분이 많았더래서 좀 재활하는 느낌으로 저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런데 제가 퇴사를 하고나서도 그런 시간이 있더라고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사실 일할 때는 일이 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고, 협업하는 사람들에게도 그걸 요구했어요. 두 분이 일하는 제 모습을 봤으면 놀랐을 거예요. 

그래서 퇴사를 하고도 그랬지만 회사를 다니면서도 좋아하는 것들을 하려고 했어요. 인간성을 회복하는 느낌으로. 5년차가 넘어가면서는 꽃을 배운다든가, 초를 만든다든가 좋아하는 것들을 계속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 퇴사란 현실적인 것

# 그렇지만 사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기도 하다

타인의 눈으로 보면 그래도 나름 조직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요. 꾸준하게 해온 생활을 그만두게 된 결정적 순간 같은 것이 있을까요?

퇴사하고 싶은 순간은 늘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회사에서 혹할 만한 일을 던져줬어요.(웃음) "이건 네가 진짜 잘할 수 있는 일이야. 난 너를 믿는다.” 그런 말을 들으면 “어, 그럼 이것까지만 해볼까?"하는 마음으로 계속 버티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당시에 회사 홈페이지 개편 PM을 맡게 됐어요. 회사 소개뿐만 아니라 제공하는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어플도 만드는 큰 프로젝트였거든요.이게 비용도 많이 들고 약 1년 정도 걸리는 일이었는데 진행 과정에서 이미 꽤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러다 마무리 단계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전사 피드백을 받아서 수정할 건 수정하고 당장 수정할 수 없는 건 어떻게 수정하겠다는 계획을 함께 정리해서 보고하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그런데 이 피드백이 정말 홈페이지에 대한 의견이라기 보다는 각자 자기 부서가 돋보일 만한 피드백을 하려고 한다는 얘기를 듣게 됐어요. 일의 목적과 무관하게 정치적으로 활용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회의감이 커졌죠. 그래도 일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피드백이면 받아들였을텐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에 많이 실망했어요. 

물론 그렇다고 바로 퇴사할 생각을 한 건 아닌데, 제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남편이 현실적인 제안을 해줬어요. 당시 저희 자산이나 현금 흐름에 대한 재무제표를 만들어서 보여주면서 제가 퇴사해도 괜찮다는 걸 보여줬어요. 그게 퇴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회사에 대한 애정이 많았던 만큼 오히려 실망이 큰 상황이었더래서, 남편의 제안이 오히려 제가 퇴사를 실행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거죠. 

 

요즘은 ‘퇴사’와 ‘이직’하는 문화를 과거보다 조금 더 유연하게,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지만 여전히 ‘퇴사’는 누구나 오랫동안 고민하게 되는 문제이기도 한데요.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한 직장을 오랫동안 장기근속하고 갭이어를 찾아 그만둔 선배로서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남편이 경제상황을 정리해서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면 저는 아마 아직도 회사를 다니고 있을 거예요. 퇴사는 현실적인 결정이기 때문에 이직이 결정되고 나서 퇴사하는 것이 아니라면, 현실적인 부분도 고려할 수밖에 없죠. 홧김에 그만두는 것은 연차가 쌓일수록 어렵잖아요. 

사실 저는 회사 시스템에 실망한 거라서 사실 어디를 가도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제가 다니던 곳에서 이미 저를 좋게 평가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회사라는 조직을 다닌다면 그냥 계속 같은 곳을 다녔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직은 생각하지 않고 퇴사를 한 경우라 제 케이스를 모두에게 적용하긴 어렵겠죠.

그래도 후배들에게 얘기해 주고 싶은 부분은 건강 상태에 이상이 오면 앞뒤 재지 말고 바로 퇴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땐 몰랐는데 저도 퇴사 직전에는 정신적으로 많이 무너져 있었더라고요. 그러니까 만약 신체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면 무조건 벗어나야 해요. 퇴사하고 보니까 사실 사는 방법은 여러 가지더라고요. 어떻게든 살 수 있습니다. 

 

갭이어의 시간 중 문득 불안해지는 순간은 없나요? 미래에 대한 불안보다는 바쁘게 지내오던 사람들은 쉼표의 순간 자체를 불안해하기도 하잖아요. 

맨 처음에는 병원 다니고 운동 하면서 진짜로 재활하는 시간을 보내다보니 불안하다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어요. 그 이후로는 계속해서 뭔가를 배웠고, 알바도 하고 그랬거든요. 

그러다 이제서야 진짜로 알바도 안 하고 시간을 보내고 있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요즘 조금 불안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닉네임을 부유하는 유부라고 지은 이유기도 하고요. 

아직은 앞으로 어떻게 살지 정확하게 답을 찾지 못했지만, 뭔가 하고 있거나 배우고 있을 때 불안감이 좀 사라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재밌어 보이는 것들을 배우려고 하고, 해보려고 하는 상태예요. 그러다가 결국 제가 원하는 모양을 찾을 거라고 생각해요

 

회사를 나와 다양한 곳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배움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그 중에 가장 만족스러웠던 배움 혹은 경험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꽃을 배운 것을 꼽아야 할 것 같아요. 뉴스레터에서도 말씀드렸듯이, 2017년부터 어쩌다 보니 배우기 시작했어요. 퇴사할 즈음까지 토요일마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수업에 할애했죠. 지금은 단순히 즐거움에 그치지 않고, 잘 만들고 싶다는 열망으로 발전한 상태예요. 정말 순수한 예술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처럼요. 저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싶어요.

처음에 꽃을 배우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회사에서는 듣기 싫은 소리를 주고받았는데, 꽃수업에 가면 서로 좋은 얘기를 하고, 예쁘다, 오늘 꽃이 정말 아름답다고 말해주는 시간들이 있어서 좋았어요. 꽃도 예쁘지만, 그런 긍정적인 얘기들을 나누고 아름다운 것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것이 기쁘기도 했어요. 회사에서의 부정적인 에너지를 씻어내는 느낌. 그리고 플로리스트 선생님이 꽃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거든요. 씨앗에서부터 어떻게 물과 햇빛을 받고 자랐는지를요. 그러니까 우리가 이 꽃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줘야 한다고, 그게 플로리스트의 임무라고 하셨는데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곰자자족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커뮤니티에 속해 있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퇴사 후에는 가드닝 수업을 함께한 분들과 가끔 만나고 있어요. 뉴스레터에 소개하기도 했던 분들인데, 손재주가 많아서 요리나 금속공예, 요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능숙하죠. 그래서 함께 동아리를 해보기로 했어요. 비정기적이지만 손으로 만드는 다양한 것들을 함께 하려고요. 

최근에는 다같이 모여서 빗자루를 만들었고, 가끔 정원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보자고도 해서 이런 언니들과 함께하면서 배우려 하고있어요. 나이도 꽤 많으신데, 새로운 일에 주저하지 않으시는 모습이 정말 멋져요.

 

# 퇴사 후 건강한 일상을 꾸리는 일에 집중

# 하겠다고 한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

# 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까   

과거에는 자급자족 사회여서 우리 모두 손에 대한 감각을 갖고 있었는데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 활동이 줄어들어서 사람들이 공허해한다는 얘길 들은적이 있어요. 부유하는 유부 님은 어쩌면 근원적이고 건강한 삶으로 돌아가고 계신 것 아닐까요? 

그런 측면이 있어요. 이전에 제가 하던 업무는 실체가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특히 홍보 업무를 할 때는 과연 누구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는 걸까라는 의문이 항상 머릿속에 맴돌았죠. 하지만 꽃을 배우고 가드닝을 하면서 새로운 기쁨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꽃을 다룰 때는 꽃만 생각할 수 있어서 정말 기분 좋았어요. 회사 업무를 할 때는 잡생각이 많고, 이 일을 하면서 저 일을 걱정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꽃을 다룰 때는 꽃만 생각할 수 있어서 편안했어요. 

화훼장식기능사 시험을 준비할 때도 그랬어요. 회사에 다니면서 연습을 하느라 밤늦게까지 아현에서 연습했어요. 저희 집은 경기도에 있어서 출근을 하려면 아침 일찍 나가야 했는데, 시험 준비를 하다 보니 잠을 제대로 잘 시간이 없었어요. 그런데도 남편이 연습하고 있는 저를 데리러 와서 보니 편안해 보였다고 했어요. 힘들게 연습하고 있는데도, 집중해서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한 직장의 같은 팀에서 근속을 한 것도 그렇고 꽃을 좋아해서 시작한 취미가 조경 관련 자격증을 준비할 만큼 나아가는 것도 그렇고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것에 굉장히 능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그만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계속해서 꾸준히 무언가를 해내는 요령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사실 그냥 좀 고지식한 것 같아요. 일단 하면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5년째 매일 일기도 손으로 쓰고 있어요. 대단한 글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하기로 했으니까 해야지라는 생각 때문에요. 여행갈 때도 항상 일기를 쓰고 자야 마음이 편해요.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재미가 있어서 해요. 꽃도 그랬지만 회사 업무도 그랬어요. 제가 맡았던 업무 중에 사내방송이 있었어요. 정말 재미있었어요. 

직접 촬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CP같은 역할을 했는데요. 직원분들이 고객과의 에피소드 같은 것들을 얘기하면서 콘텐츠를 만드는 거예요. 섭외 요청을 드리면 처음엔 일하기도 바쁘다며 귀찮아하기도 하는데요. 막상 출연한 뒤에 재미있었다, 고객과 좋은 추억이 되었다 라고 피드백을 주시면 엄청 뿌듯했어요. 

문제는 사내방송이 일주일에 한 번 방송이라서 섭외부터 원고, 촬영, 컨펌까지 일주일 안에 모두 이루어져야 했어요. 말이 일주일이지 근무일은 5일뿐이잖아요. 어쩔 수 없이 주말에도 일을 하고 항상 바쁜 루틴으로 돌아갔지만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힘들어도 꾸준하게 할 수 있었어요.

오히려 큰 목적을 두지 않고 그때그때 재미를 찾다 보면 일이 길게 이어지는 것 같아요.

 

금요일마다 필사를 올리는 계정도 일년 넘게 이어오고 있어요. 필사를 하기 전과 하고 난 후를 비교했을 때 달라진 게 있나요? 

아직은 필사 전후가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은데요. 2022년에 어느 날, D-100일 프로젝트로 뭔가 하자는 아이디어가 온라인에 올라왔어요. 그래서 지금부터 시작하면 100일을 채울 수 있다는 생각에 꽂혀서 매일 필사를 했었어요. 그런데 매일 책을 읽고 그때그때 필사를 할 수는 없으니까 이건 너무 힘들겠다 싶어서 2023년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씩만 하자고 결심한 거예요.

오늘 찾아보니까, 제가 필사한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이 있었어요. 정혜윤 작가가 쓴 책 <<아무튼 메모>>의 한 구절이에요. "메모가 있고 그때의 노트들이 어디에 있는지 이제 기억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내 삶과 관련이 깊다. 나였던 그 사람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그 노트에 쓴 것들이 무의식에 남아있으리라 나는 믿는다. 어느날 무심코 한 내 행동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 믿는다." 

읽어보니까 제가 생각하는 것과 궤가 맞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렇게 계속 쓰다 보면 그렇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쓰고 있어요. 왜냐하면 안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제가 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 않아요.

 

‘문장을 품는 사람’ 계정에 올린 문장들이 마음에 닿아 썼겠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면? 일류여성 구독자들에게도 공유하고 싶거나 소개해주고 싶은 문장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혼비 다정 소감(부유하는 유부 사진 제공)
김혼비 다정 소감(부유하는 유부 사진 제공)

이 구절이 뉴스레터를 왜 쓸까에 대한 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는 거요. 일상에 대한 이야기도 삶에 대한 후기라고 한다면 제 후기를 읽고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참고사항처럼. 거기서 제가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구독자분들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산책하는 시간을 통해 동네를 재발견하는 글을 흥미롭고 따뜻하게 읽었어요. 요즘도 오전 산책을 하고 있나요? 혹은 하루 중 유부 님이 좋아하는 것들을 발견하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같은 시간대를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발견하는 것이 따뜻한 느낌을 줘요. 시간이 여유롭다 보니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니거든요. 매일 산책을 하고요. 그중에서도 특히 운동을 마치고 천천히 걸어오는 시간을 즐겨요. 아이들이나 강아지를 구경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생명체니까요. <<어린이라는 세계>>라는 책에서는 어린이라는 존재를 귀엽게만 생각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귀여운 것을 어쩌겠어요?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오후 3~4시예요. 집이 남서향이어서 해가 길게 들어와요. 노곤한 시간인데 볕이 길게 들어와서 그걸 보고 있는 게 좋아요. 집에 앉아 있을 때 화분들이 볕을 받는 것을 보는 것도 좋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집에서 즐길 거리가 많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책도 읽고, CD 플레이어로 CD를 듣고, OTT도 구독하며 여유롭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식물을 위해 창문을 열면 바람이 부는데, 베란다에 바람개비와 풍경을 놔두고 즐길 수 있어요. 그런 것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방금의 답변은 집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힌트가 될 수 있는 답변인 것 같은데요. 

그런데 사실 집에서 즐겁게 지내려면 청소를 좀 해야 해요. 예전에는 이불 정리도 안 하고 빨래도 잘 안 했는데, 이제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정리가 안 되어 있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예전에는 너무 많은 물건을 샀고 심지어 뜯어 보지 않은 택배도 있었어요. 그 결과 집 안에 물건이 많이 쌓여 있었어요.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란 결국 부동산이기 때문에(웃음) 

여백이 있는 공간을 보면 마음이 편해져요. 그래서 요즘에는 청소를 자주해요. 그렇게 하면 기분이 좋고, 오롯이 시간을 즐길 수 있어요. 별다른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대접하는 느낌이 들어요.

곰자자족 님이 카페나 좋은 공간을 소개해주시곤 하는데 직접 다녀 보다가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건 집에서도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누군가가 방해하지 않는 집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는 것이 좋아요. 멀리 가지 않아도 돼요. 이런 생각을 하면 제가 되게 부자 같은 느낌이 들어요."

 

#건강한 이야기를 나누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관계가 지속되길

그럼 마지막으로 일류여성 팀에게 바라는 것이 있나요?

지금처럼 서로에게 건강한 자극을 주고 자존감을 지켜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관계이면 좋겠어요.

이 모임은 건설적인 이야기를 하는 관계여서 좋아요. 어떤 대화는 내가 지금 말을 하고는 있지만 대화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말하게 되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저희끼리 있으면 좋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이야기들을 하는 게 좋아요. 

이런 저희의 모습이 구독자분들께도 전해지면 좋겠어요. 

 

📝빙고 뉴스

'팀 일류여성'의 새해 목표 달성 현황을 공유합니다!

🐻 곰자자족: 곰자자족의 빙고판은 잠시 휴식중입니다.

🎈 부유하는 유부: 5km 쉬지 않고 달리기 미션, 아직까지는 3km 달리기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4월부터 조경 공부의 일환으로 조경가든대학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 은둔자: 등산은 5월에 가기로 해서 4월은 패스, 3개월간 일주일에 2번 이상 도시락 싸기는 외부 미팅과 건강상의 이유로 휴식중, 다른 운동 미션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주 일류여성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만족스럽거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여러분의 의견이 더 깊고 나아진 일류여성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피드백 남기러 가기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일류여성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070-8027-2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