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일류여성

[인터뷰] 기대와 달라도 실패는 아니에요!

모두가 주인공으로 살길 희망하는 열정 중개인 ② 곰자자족 편

2024.04.19 | 조회 84 |
0
|

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부유하는 유부입니다. 지난주 은둔자의 인터뷰는 어떠셨나요? 인터뷰는 저희에게도 구독자님께도 새로운 형식이었을 것 같은데요, 저희가 일을 찾고, 커리어를 쌓아가는 이야기 속에서 구독자님께 공명하는 부분이 있길 바라봅니다. 더불어 어떤 점이라도 좋으니 피드백도 부탁드릴게요 😊 참고로 이번 인터뷰 역시 구성은 제가 했지만 질문은 저와 은둔자가 함께 참여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곰자자족은 기업의 홍보 전문가에서 이제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동시에 창업을 꿈꾸고 있는데요, 따뜻하면서도 열정적인 곰자자족의 이야기를 구독자님도 즐겁게 감상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일류여성 에디터 알아보기

40대 직장인 A씨는 몇 달 전 후배의 권유로 음원 사이트의 DJ를 시작해 이제 팔로워 100명을 넘겼다. 30대 백수 B씨는 아는 동생 제안으로 뉴스레터를 시작, 어느 새 발행한지 1년이 되어간다. 여기서 등장하는 후배, 아는 동생은 모두 곰자자족이다. (이미 눈치 챘을 수 있지만 B는 나다ㅎ.) 지인들에게 무언가를 해보라고 권유하고 이런 것이 있다고 소개하며 긍정의 자극을 주는 사람이 바로 곰자자족이다.

우리 둘 다 직장인 시절, 출근길에서 종종 곰자자족 SNS를 통해 좋은 문장들을 소개 받았다. 야근이 연속인 일상 속에서도 '밑줄 그어가며 책을 읽어내다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땐 열정의 문장 중개인이라 여겼는데,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 동안의 노력들을 확인하니 그저 열정 중개인이라 부르고 싶다. 주변도 긍정적으로 변화 시키는 사람, 곰자자족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해보려 한다!

사진제공 : 곰자자족
사진제공 : 곰자자족

📝 일류여성의 시작점, 곰자자족 

일류여성은 지난해 봄, 곰자자족의 카톡으로부터 시작됐다.

뉴스레터 만들자고 주도했는데 어떤 마음으로 시작했고, 멤버를 모을 때 어떤 점을 기대하고 제안했나요?

저도 심심한 상태에서 막연히 콘텐츠를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다가 먼저 부유하는 유부에게 책을 번갈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해보면 어떨까 제안했어요. 그런데 둘이 하는 것보다 4명 정도 모이면 한 달에 한 번 정도 하니까 좀 부담도 덜 수 있지 않을까 했죠. 그래서 주변에 거리낌 없이 제안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생각하니 은둔자와 천고슬비가 있었어요. 두 분과 일을 같이 해본 적은 없지만 하는 일을 옆에서 보면서 글로 남겨 놔요.’ 이런 얘기를 매번 했기 때문에 같이 하면 좋겠다 싶었죠.

혼자서는 글을 절대 끝까지 쓸 수 없을 것 같고, 같이 했을 때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역시 그게 맞았다는 걸 확인했어요. 어떤 가칭도 없는 상태에서 우리가 만우절날 뉴스레터를 하자고 모였을 때 무엇을 이야기할지 모호했잖아요. 그런데 부유하는 유부의 일류여성(일과 함께 흘러가길 바라는 여성들)이라는 작명 덕분에 한 방에 딱 정리된 느낌이었어요. 지금도 뉴스레터를 하면서 멤버들에게 용기를 얻고 있어요.

그럼 뉴스레터를 쓰기 전과 후에 나타난 변화가 있을까요?

소재 탐방하듯이 일상을 좀 더 집중해서, 세밀한 관찰자가 되어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 것 같아요. 오늘 이런 일 있었는데 이걸 뉴스레터에 쓰면 좋겠다 생각을 할 때도 있고, 뉴스레터에 쓸 게 없는데 이벤트를 만들어야 하나 고민할 때도 있고요. 그게 무엇이든 일상의 의미를 갖고 생활하게 되어서 좋아요. 물론 처음 의도와 다른 글이 나와서 어라 이게 아니었는데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서 또 좋아요. 나를 좀 더 잘 관찰하는 게 됐어요.

곰자자족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가 무엇이 되었으면 합니까?

이게 좀 쑥스럽지만 시도하는 사람 그리고 그런 시도를 통해서 다음 단계를 계속 발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평생학습 관련해서 인터뷰를 다니면서 연세 많으신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됐어요. 아무래도 그분들은 학교를 다니기 보다 생업에 종사하셨으니까 배움에 미련이 있었는데, 지금 배우는 게 너무 즐겁다 말씀하셨어요. 예전에는 몰랐지만 스스로 달라지는 걸 볼 때 너무 행복하고, 알아가는 기쁨이 있다고요. 그런 맥락에 있어서 저도 일을 찾는데 계속 배우고 싶고, 시도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반복된 도전과 발견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 용감하게 직장인에서 프리랜서로 소위 말하는 야생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 나만의 속도를 찾아서, 프리랜서

현재 프리랜서로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러면서 더 이상 풀타임 근무는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는데, 이 생각의 배경이 있나요?

사실 제가 풀 타임 근무를 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이야기한 것에는 '일은 하고 싶지만 여건이 안 돼서 어쩔 수 없지라고 조금 부정적으로 생각했어요. 육아에 대한 의미는 좀 작게 평가하고 있었죠. 

하지만 며칠 전 일에 대한 제안을 받고 나서 이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요. 예전에 대행사에서 같이 일했던 분이 함께 일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해 주셔서 만났어요. 그런데 그 자리를 가는 내내 회사로 돌아가고 싶은 건가 계속 의심이 들더라고요. 그 쪽에서는 제가 정규직으로 일하길 바랐지만 저는 정규직으로 일할 수 없다고 전했고, 제게 좋은 형태로 많은 옵션을 제안했는데도 불구하고 여기서 일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확고하게 드는 거예요.

그 일에는 분명히 제가 좋아하는 요소가 있었지만 다시 예전에 했던 일로 돌아간다고 했을 때 그 상황들이 그려지잖아요. 몇 년이 흘렀지만 바쁘게 흘러 갈테고. 과거에는 혼자였지만 지금은 나에게 연결된 가족이 생겼고요. 제안해주신 일을 낮게 평가하는 건 아니지만 과거만큼의 의미는 더 이상 저에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후에 미팅 끝나고 4~5시 정도에 집으로 돌아오는데 이 해가 떠 있는 와중에 했던 제 루틴이 생각나더라고요. 저녁을 준비해서 가족과 같이 먹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상이 저에겐 큰 의미가 없는 줄 알았는데 그 미팅을 하고 나서 알게 된 거예요. 내가 무료하다고 생각했던 지금의 일상이 많이 중요했구나. 특히 제 아이를 위해서 음식을 만드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는데 그 시간이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일상을 좋게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 때 깨닫게 됐어요.

또 프리랜서를 해보니까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제가 원하지 않는 일을 거절할 수 있는 면에서는 프리랜서의 삶이 맞을 수 있겠다고 이번 계기로 알게 된 거예요. 그렇다면 좀 더 앞으로는 나에게 맞는 일을 찾기 위해 주도적으로 일을 찾아보려고 노력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럼 이 계기로 프리랜서로서 할 일에 대해서 구체적인 계획이 생긴 것이 있나요?

이제 빨리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이 들고 크몽 같은 플랫폼에서 일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이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쨌든 저희 집에 정규직으로 돈을 벌어오는 사람이 사실 있고 그가 경제활동에 큰 부분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선택에 있어서 열려 있고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도 이 프리랜서로 하고 있는 일이 3월 말에 끝날 수도 있고 안 끝날 수도 있거든요.(인터뷰는 3월 중순에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끝나더라도 그 다음에 다른 무언가를 찾아보면 할 수 있겠지 하면서 불안이 좀 줄어든 것 같아요.

앞으로의 할 일을 정할 때 가치나 기준이 있을까요?

예전에 했던 것과 똑같은 일을 하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어떤 의미로든지 사회에 도움이 되는 형태의 일이었으면 좋겠어요. 프리랜서의 세계를 경험하면서 지금까지 세 가지 일을 했거든요. 첫 번째가 평생 학습에 관한 일이었고, 두 번째가 지방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을 살리고 이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콘텐츠를 만들고 다음은 발달 장애인들에 관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했어요. 모두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이 들었거든요. 앞으로도 그런 일을 찾으려고 노력하게 될 것 같아요.

프리랜서로서 작업을 하다 보면 회사의 풀이 아닌, 어찌 보면 더 넓은 세상에서 협업할 수 있는데 어떤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은가요?

일하고 싶은 사람보다 어떤 사람과 일을 하고 싶지 않은지는 알게 된 것 같아요. 대안 없는 비판, 비난을 하거나 같이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 데 에너지를 뺏는 사람과는 앞으로 함께 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남의 커리어를 너무 쉽게 평가하는 사람과는 함께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물론 마음이 달라질 수 있는데 지금 시점에서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회사 안에서 일을 하는 것과 회사 밖에서 새로운 일을 하는 것에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인가요?

현실적으로는 안정된 월급이라고 말하려고 했지만(웃음) 사실 회사를 다니면 스스로 일을 찾지 않더라도 매달 주어지는 임무에 따라서 월급을 받을 수 있고 생활의 안정성을 보장해 주잖아요. 회사를 나오고 보니 이전의 월급을 벌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일을 해야만 하는지 알게 됐어요. 하지만 좋은 점은 적극적으로 일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예요. 가만히 있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많이 느끼게 됐어요.

또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게 많아졌어요. 이것까지는 못할 것 같다고 하면 거절할 수 있어요. 회사에 소속돼 있었을 때는 제가 안 된다고 하더라도 제 위로 갔을 때는 결국은 그 일을 하고야 말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안 된다 이때까지 못 드려요.” 얘기를 하면 다시 조율이 가능한 범위로 협의가 가능해지더라고요. 예전에 대행사에서 근무할 때는 항상 YES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분명히 있는데 그런 속도는 더 이상 저한테는 맞지 않는다는 걸 명확하게 알게 됐어요.

곰자자족은 스스로 과소평가했었다고 말한 시간들을 거치면서 비로소 어떤 일을 하고 싶어하는지, 누구와 함께 하고 싶은지를 알게 됐다. 

 

📝 주인이 되고 싶어! 서점도, 인생도!!

새롭게 하고 싶은 일로 지역 서점을 고르셨는데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결혼하고 나서 배우자가 저를 보면서 놀랐던 점이 제가 인터넷 쇼핑을 거의 안 한다는 것이었어요. 쇼핑 앱을 깔아두지 않고 옛날 사람처럼 오프라인에서만 구매를 하고 은행 업무도 그렇고요. 물론 지금은 아닌데 그때는 그랬어요. 그런 제가 앱을 깔아서 쇼핑하는 건 유일하게 책이였어요.

그리고 회사에 적응을 잘 못한다 생각했을 때 좀 더 버틸 수 있었던 건 점심시간에 서점을 가는 일이었어요. 그때 을지로에 회사가 있었는데 점심에 약속을 잡거나 회사 사람들과 밥을 먹지 않고 종각에 있는 서점에 항상 갔고, 서점에 가야지 숨을 좀 쉴 수 있다고 생각 했어요. 결국 제가 서점을 좋아하기 때문에 서점을 하고 싶어요.

만들고 싶은 지역 서점이 지역 공동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길 바라나요?

제가 이 동네에 와서 살면서 서울 한복판인데 지역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예전에 부모님이랑 살 때는 옆집이랑 아랫집에 누가 사는지도 전혀 몰랐는데 지금은 알거든요. 또 저희 집을 계약하게 해준 부동산 사장님과도 잘 알고 지내는데 그러면서 이 동네 자체에 더 애정을 갖게 됐어요. ‘여기서 잘 살아보고 싶다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에는 언제든 이 동네를 떠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동네 안에서 제가 조금 더 주인의식을 가지고 살 수 있을 것 같은 거예요. 그렇다고 제가 통장, 반장은 아니지만 제가 만들 서점이 개개인한테 지금 살고 있는 이 동네에 대해 조금 더 주인 의식을 갖고 살 만한 곳을 만들어주는 곳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결국은 지역 안에서 각자가 자기 삶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제가 만드는 서점이 기여했으면 좋겠어요.

한편으로는 서점을 연다면 마을 기록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져가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면서 잘하려고 노력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동네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어서 제공해주면 좋겠다고 자연스럽게 생각을 하게 됐어요

동네에서 아주 오랫동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동네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듣고, 그 사람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일 하는지 물어보면서 콘텐츠를 만들면 제게도 도움이 되지만 한 곳에서 오랫동안 일해왔던 그 분도 자기 서사를 한번 확인해 볼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거든요. 또 은퇴한 실버 세대들도 자기 삶의 의미를 찾아갈 수 있는 거점 역할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게 완성형은 아니고, 계속 고민해 보고 있어요.

서점이 주인의식을 갖도록 돕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이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오랫동안 기자가 되고 싶었어요. 중학교 때 신문 동아리를 하고, 고등학교 때 방송반을 했고, 대학교 때는 인턴 기자도 하고요. 제 인생은 하나의 길로 만들어져 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일이 계속 제게 답을 주지 않는 거예요. 그 시간이 너무 길었고 그래서 기자라는 꿈을 내려놓고 홍보 대행사에 들어갔을 때 지난 시간에 대해서 실패했다고 생각 했던 것 같아요.

사실 대행사는 기자를 만나는 일이 많고, 기업 홍보를 위해서 메시지를 만든다는 면에서 기자에게 전달될 뉴스의 소스를 제공하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을 수도 있는데, 당시에 저는 100% 만족스러운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왜 계속 나는 내가 삶의 주인, 주연이 안 되고 누군가를 빛나게 하는 조연 같은 느낌일까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회사를 1년 반 정도 다니다가 그만두고 다시 기자 시험을 준비했어요. 그런데 기자가 되지 않았으니까 실패의 경험들이 축적되는 거예요. 이렇게 사는 건 유예하며 사는 삶 같다 싶어서 다시 대행사 들어갔어요. 그때 저한테는 일이 되게 절실했거든요.

절실한 만큼 잘하고 싶었고 제가 있는 위치에서 모두를 만족 시키면서 스스로도 만족이 되는 형태로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누가 시키지 않는데도 자료를 다시 한번 써보고 그 기업에서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기획물을 만들곤 했어요. 기자들을 만날 때도 저 담당자는 항상 무언가 남겨주네이런 인상을 가질 수 있도록 그 기자의 예전 기사를 찾아보고 제가 홍보하는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이런 아이템도 해보면 좋지 않을까요? 하고 제안했어요. 제가 제안해서 만들어졌던 어떤 자료는 거의 수정 없이 지면에 실려서 나가는 경우도 있었고, 그때 만났던 기자들이 되게 몇 년이 지나서 연락을 주기도 했죠. 그런 결과들이 제게 많은 만족감을 줬던 거예요.

그러면서 나는 왜 누군가를 빛내기만 하는 조연으로 계속 살까라는 생각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사실 원하는 것을 100% 얻지 못했어도 자기 삶을 만족하면서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이 드는데, 그때 제게 큰 힘이 됐던 게 이제 임경선의 <태도에 관하여>라는 책이었거든요.

나는 인생을 살면서 반드시 자신이 좋아하는 일 혹은 자신이 꿈꾸던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강박은 버려도 좋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서 살고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인생은 살 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하고 싶었고 시도나 노력도 해보았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아서 지금은 이 일을 한다, 그리고 이 일에선 내가 좋아하는 요소도 분명히 몇 가지가 있다, 는 것도 존중받아야 할 삶의 방식이다.

임경선 <태도에 관하여>

이 문장들이 불만스러운 저의 태도를 바꿀 수 있었어요. 제가 그 당시에 만났던 책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었던 것처럼 서점을 하게 된다면 이런 자기 삶에 주인이 되는 문장을 나누고 싶어요. 모두가 다 원하는 대로 삶을 살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한다고 해서 계속 불행하게 살 필요는 없는 것 같거든요. 그런 것들을 우리가 함께 깨닫고 책을 통해 발견하고 이렇게 되면 개인이 더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경기 서점학교 수업을 듣고, 서점에서 인턴도 하면서 많은 걸 배우셨을 것 같은데 그 중에서 앞으로도 계속 좀 기억하며 실천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요?

수업을 듣기 전에 고민이 많이 됐어요. 제가 수업을 들으려면 아이를 누군가 봐줘야 되고, 계속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에 큰 부담이 있었거든요. 계속 고민을 하다가 해보다 안 되면 그냥 더 못 듣겠다고 하자라고 생각하면서 조금은 부담을 덜고 신청해 갔어요. 4강 정도를 들었는데 생각보다 강의를 해주는 분들이 너무 좋은 거예요.

수업이 끝나도 무조건 남아서 다른 책방 사장님들께 질문을 열심히 하고 강의하셨던 분들께도 궁금한 게 생길 때는 SNSDM을 막 보냈어요. ‘경기 서점학교로 수업을 들었는데 이런 부분들이 너무 좋았다. 저도 책방 할 건데 궁금한 게 있으면 여쭤봐도 되냐?’ 그렇게 질문했을 때 싫다고 하는 사장님들이 단 한 분도 없었어요. 수업을 들으면서 관심이 있는 분야를 먼저 경험한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지나고 나서 알게 됐어요.

또 오프라인 수업을 들으면서도 과연 내가 인턴십을 할 수 있을까, 워크숍을 갈 수 있을까 막 이런 것들을 고민했는데 이것이 끝나면 나한테 어떤 것이 남게 될까를 생각하면서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강의 만족도가 높다 보니까 끝까지 완주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이후 진행된 멘토링 수업도 거리가 멀어 시간이 아깝지 않을까 생각 했었는데 그런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자리에 직접 갔어요. 그 자리에서만 얻어지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고 꼭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이런 태도를 앞으로도 계속 가져가고 싶어요. 무언가 하고자 할 때 주저하지 말고 나에게 가장 이로운 선택, 내가 가장 하고 싶은, 나를 속이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것이 후회가 남지 않는다는 점도 배운 것 같아요.

2023년 경기서점학교에서 진행한 북마켓 행사 (사진제공 : 곰자자족)
2023년 경기서점학교에서 진행한 북마켓 행사 (사진제공 : 곰자자족)

 

서점학교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신 것 같은데요, 그 중 인상 깊은 분이 있나요?

그동안 일을 하면서 엄청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고 여겨 왔었는데 서점학교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분들을 만났어요. 예를 들어서 음악을 전공하고 독일에 유학을 갔다 돌아온 50대 중후반 혹은 60대로 추정되는 분은 지금도 현업에서 계신데 책방을 하고 싶으시대요. 독일 문학과 음악을 소개하는 책방을 하고 싶다는 거예요.

또 멘토링 수업을 들으면서 만났던 분 중에는 공무원 은퇴하신 분이 있었거든요. 본인이 은퇴하고 나서 갈 데가 없어서 실버 세대를 위한 책방을 만들 거라는 거예요. 요즘 카페에 가면 맨날 노인분들 많다고 눈치 주는데 본인들도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어요.

제 또래 사람들보다는 다양한 연령의 분들에게서 영감을 받고 새로운 재미를 느꼈어요. 그래서 나이 많으신 분들과도 교류를 계속 가져가 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싶었어요.

치열하게 도전하고 일했던 시간을 거쳐 현재에 만족하는 법을, 내 삶의 오롯한 주인공으로 사는 법을 익혔다. 그리고 이제, 회사 밖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그녀의 우주는 확장 중이다.

 

📝 사람이 성장동력

현재 인터뷰 업무를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인물들을 인터뷰를 했는지 궁금하고 그 중에서 인상 깊었던 대답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사실 모든 인터뷰에서 많이 감동하고 와요. 최근에 했던 인터뷰에서 서울에 살다가 보령으로 갑자기 귀촌을 한 부부를 만났어요. 그 당시에 들었던 말 중에 하나가 본인은 주도적으로 삶을 산다고 생각하며 서울에서 살았지만, 사실 시골에 내려와 살면서 삶을 대하는 태도가 오히려 더 주도적이게 됐다였어요. 모든 것들을 돌봐야 하고 하다못해 이 집도 내가 돌보지 않으면 망가지고 돼서 능동적으로 생활을 해야 된다는 뜻이었죠. 그리고 서울에서는 경력을 쌓으려면 내 돈을 주고 계속 경험을 쌓아야 되는데 지역에 내려왔을 때는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 커리어를 만들고 포트폴리오를 쌓아갈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계속 서울만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답변이었어요.

그 다음에 만났던 사람들은 당진으로 귀촌한 청년 창업가 3명이였어요. 각각의 1인 창업가였는데 지역으로 이주해 적응할 때 삶의 태도가 되게 크게 와닿았어요. 한 명은 이사를 하면서 자기 집에 보이는 모든 집을 들어갔다는 거예요. 일단 인사를 하고 이사 왔다고 얘기를 하면서 하루에 커피를 8, 9잔을 마신 적도 있었는데 어느 누구도 내가 방문한 것을 싫어하거나 꺼려하지 않았다고요. 서울에서 살 때는 옆집이랑 윗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고 지냈는데 여기서도 그렇게 산다면 굳이 지역으로 내려올 필요가 없다고 느꼈데요. 삶의 태도를 조금 더 바꾸면서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좋았어요.

만약 20살이 된 자녀분을 인터뷰하게 된다면 어떤 질문을 하고 싶으세요?

제 아이가 20살이 된다면 너에게 우리 집은 어떤 곳이니 어떤 곳이었냐고 물어보고 싶어요. 집이 물리적 공간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세계 혹은 가치관을 형성해가는 공간이라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집 자체에 대한 생각이나, 저와 남편이 어떤 부모였는지를 확인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 질문 해보고 싶어요. 앞으로도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매번 지켜질지는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이번엔 지금까지 해왔던 인터뷰 질문 중에서 우리 인류 여성과 공유하고 싶은 질문이나 독자한테 던지고 싶은 질문이 있다면 무엇이 있는지 말씀해 주세요.

각자가 어떤 경험이나 계기를 통해서 이전과 달라졌다고 느끼는지 그런 계기가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질문했던 것 같아요. 작년보다 지금의 내가 더 만족스러운가?’ ‘지금 살고 있는 모습이 작년의 모습보다는 더 발전됐나?’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그래도 나 예전보다는 잘 살고 있구나 이런 자기만족이 들었던 것 같거든요. 결국 다 인생은 자기 만족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그런 질문을 한 번씩 던져보면 좋지 않을까 싶네요.

그렇다면 그 질문을 곰자자족에게 돌려, 과거 보다 발전한 것 같나요? 발전했다면 어떤 경험을 통해 스스로 발전한 것 같나요?

네 당연히 과거보다 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를 나와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서 발전할 수 있었어요. 회사를 나오지 않았으면 여전히 비슷하게 살고 있었을 텐데 저는 회사 밖에서 하게 된 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세계가 확장될 수 있었죠.

알바로 인터뷰 녹취를 하는 일을 할 때였어요.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분을 인터뷰하는 데 기억에 남은 답변 중에 하나가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항상 너무 애가 너무 빨리 커요.”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 얘기를 듣는 게 너무 불편하다는 거예요. 그분은 자신의 아이가 4살이 되었을 때 비로소 걸음마를 뗐고 그 시간이 자기에게는 너무 길었다고. 그래서 아이가 조금만 천천히 자랐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뭐라 할 수는 없지만 불편함을 느낀다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나서 나는 아이를 낳으면 그 말은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생각했어요.

여태껏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됐고 저에게는 더 나은 발전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비록 실망과 좌절의 순간은 있었을지라도 그걸 실패라 부르고 싶지는 않다.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 오히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속도를 찾고 사람들을 통해 배우며 어제 보다 마음에 드는 오늘을 만들 줄 아는 곰자자족이기에, 그녀가 만들어 갈 내일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이번 주 일류여성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만족스럽거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여러분의 의견이 더 깊고 나아진 일류여성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피드백 남기러 가기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일류여성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