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자자족

32. 당신 곁에는 어떤 동료가 있나요

좋은 동료가 있어 계속 일하고 싶고, 더 잘 해내고 싶어지는 마음

2023.12.08 | 조회 1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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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곰자자족입니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들이 자연스레 생각나는데요. 오늘은 이 뉴스레터를 통해 자랑하고 싶은 동료이자 선배에 관한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일을 버티고 지속하기도 했지만 좋아하는 동료들이 있어 계속 일을 하고 싶어지기도 하더라고요. 구독자님도 고마운 동료가 있다면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전해보시기를, 우리가 먼저 그런 동료가 되어보기로 해요.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pre)-프리랜서로 일하게 됐을 때, 나는 더 이상 누군가로부터 일을 배울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았다. 요청 업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고민도, 고민에 따른 결과물에 대한 책임도 온전히 내 몫이라 여겼던 까닭이다. 나의 실력이 향상되는데 도움 되는, 애정 어린 피드백을 해줄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은 생각에. 회사에서 팀원으로 맡은 일을 잘 해내는 것도 어렵지만 그보다 더 어렵고 때때로 외롭고 냉혹한 곳이 바로 프리랜서의 세계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다. 회사 밖에서 일한 지 약 20개월, 나는 실력과 결과물로(만) 평가받는 프리랜서의 세계에서도 좋은 동료를 만난다면 더 많은 기회를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배우는 중이다. 

책방 인턴이 끝나갈 무렵, 로컬로 이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웹진을 만드는데 같이 해보겠냐는 선배 연락을 받고 급히 취재 준비를 하게 됐다. 인터뷰이의 삶이 영화처럼 마냥 낭만적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너무 가볍게 보이지 않도록 그들이 고민 끝에 내린 삶의 큰 변화를 깊이 있게 담고 싶었고, 또 그들의 답변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고심 끝에 질문지를 짰다. 충분히 고민했지만 내가 만든 질문이 인터뷰이의 좋은 답변으로 길을 안내할지 확신이 들지 않아 선배에게 질문지를 보내고도 다소 찜찜한 마음이었다. 그래서 피드백이 어서 오기만을 기다렸다. 

곧 도착한 선배의 피드백 메일을 받고는 안심했고 감탄했다. 내내 고민해도 풀리지 않았던 일부 질문의 문제들이 해소됐기 때문이었다. 질문을 설계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힌트를 주었고, 어떤 답변을 듣고자 의도해서 만든 질문(심지어 만들고 스스로 만족해했던 질문)에 대해서도 그 질문으로 배제되는 대상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는 질문의 오류도 바로 잡아주었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이렇게 디테일하면서도 충분히 납득되는 피드백을 받았던 적이 있었나 아무리 되물어도 생각나는 건 혼만 났던 기억이라 그 순간 나는 선배의 피드백을 앞으로도 계속 받고 싶어 계속 함께 일하고 싶어졌다. 더 이상 줄 피드백이 없다는 내용의 회신을 받을 때까지 계속. 

일하는 방식이나 태도에도 감동하지만 나는 사실 지난해 선배가 베풀어준 깊은 배려와 이해에도 크게 감동한 일이 있다. 또 다른 공공기관의 웹진을 만들기 시작했던 작년 봄, 내게 아기천사가 찾아왔다. 몇 번의 어려움 끝에 만난 거라 조심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일을 놓치고 싶지도 않았다. 누군가 내게 100%의 몫을 해냈냐고 묻는다면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내 책임을 다하지는 못했다고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임신 기간 내내 선배에게 기댄 게 컸기 때문이다. 입덧으로 차타기 어렵던 임신 초기 전남 무안 취재를 혼자 갔던 것도, 배가 무거워져 오래 걷거나 이동이 힘들 것 같던(어쩌면 그보다 조심해야 할 것 같다는 불안 때문이었을지 모르지만) 임신 후기 대구 취재를 혼자 갔던 것도, 또 장거리 취재는 다른 에디터에게 맡기고 수도권 위주 취재를 배정해준 것도 모두 선배였던 것이다. 

그런 나를 곁에서 지켜보던 동생은 내 배가 불러올수록 점점 더 크게 제동을 걸었다. 언니 때문에 그 선배는 하지 않아도 될 희생을 더 하고 있지 않느냐고. 다른 사람이었음 수월할 일도 언니 때문에 배로 노력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지 않느냐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언니 대신 더 하는 몫 때문에 불만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 그러니 월급 다 받지 말고 돌려드리라는 것이었다. 이래서 직장인들이 임산부와 일하기 꺼려지는 거라는 동생의 말에 불현듯 야근의 소용돌이에 살며 불만 많았던 내 과거까지 소환됐다. 어쩌면 동생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 즉시 선배에게 메일을 보냈다. 알면서도 모른 척, 당연한 듯 받았던 과한 배려를 바로 잡아야 할 타이밍이었다. 

선배의 피드백은 아주 명료했다. “회사에서도 임산부는 단축 근무하고 야근하지 않도록 업무조정을 받잖아. 우리도 그런 차원이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이런 상황을 다 이해하고 있다”는 것. “조금씩 더 배려하면서 일을 같이 만들고, 서로에게 일할 기회도 내어주는 거지. 함께 도우면서 계속 같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게 더 좋지 않겠어?”라며 호탕하게 웃는 선배 목소리가 정말 가슴 깊이 박히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몇 개월 지나고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을 표하니 “양육자가 알맞은 조건으로 일 구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며 “그럼에도 좋은 기회는 다가올 것이니 그런 기회를 주는 사람들이랑 같이 일하자“는 더 크고 깊은 말을, 마음을 받았다. ‘웅숭깊다’는 표현이 정말 어울리는 큰 사람.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나이 마흔을 앞두고도 이렇게 배우고 깨닫는 기회가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든다. 내가 받은 만큼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베풀고 자리를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동료가 되고 싶다는 마음도 그렇게 조금씩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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