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자자족

64. 하고 싶다 하고 싶지 않다

지금과 같은 OO한 마음으로 일해도 나아질 수 있을까?

2024.09.27 | 조회 1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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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곰자자족입니다. 오랜만에 이전에 했던 홍보 일을 외주로 받아 현장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일류여성 멤버들과 인터뷰를 했던 3월만 해도 다시 홍보대행사에서 일하진 않을 것 같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던 것 같은데, 단건으로 시작해버렸어요. 바쁘고 정신없고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하는 그 세계의 속도가 저와 맞지 않는 것 같았는데, 문득 다른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직 꾸준한 수입이 보장되지 않은 이상 하고 싶은 일만 하겠다는 마음은 헛된 욕심 같다고. 일단 연락이 오면 거르지 말고 다 해보면서 어떤 일이든 제게 왔을 때 능수능란하게 해내는 근육을 만들어보는 시간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고요. 그래서 하겠다고 했는데 왜 자꾸 오락가락할까요? 그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썼습니다. 아직 해당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는 점 양해 부탁 드릴게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감 비수기 8, 9월을 지나 새로운 일을 하나 맡았다. 제품의 소구 포인트를 살려 사용 사례를 작성하는 일이었다. 글은 기업 공식 사이트에 업로드될 예정. 현장에서 사진 촬영 겸 취재를 마친 다음 일주일 뒤까지 초안 마감하면 된다는 연락(마감이 촉박하지 않다는 매력적인 설득에 이끌려)에 해보겠다고 답했다. 깊게 고민하지는 않았다. 전화를 받았던 당시의 나는 일이 무척 하고 싶어 우울해지던 참이었다.

무엇이든 단박에 거절하지 말고 한번은 해보기로 했으니 해보자.”

그런 결정을 한 내가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취재 가는 날이 가까워질수록 불안했다.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원고가 마음에 안 들어 일을 준 사람이 실망하면 어쩌지. 생각할수록 불안의 크기가 커지는 것 같아 아이와 짝꿍(남편)이 잠든 밤, 노트북을 켜고 앉았다. 제품 정보를 찾아보고, 레퍼런스 겸 전달 받은 이전 콘텐츠를 읽고 있으니 마음이 조금 진정되었다. 이건, 내가 오랫동안 했던 일이다. 제품이 낯설어도 제품을 활용하는 업종에 홍보 경험도 꽤 있다. 나를 못 믿겠다면 나의 지난 시간의 힘을 믿어보자며 주문을 걸었다.

한때 품고 다녔던 주문(부적)을 꺼내보았습니다. 문장은 김중혁 작가의 <뭐라도 되겠지>에서 발췌했어요.
한때 품고 다녔던 주문(부적)을 꺼내보았습니다. 문장은 김중혁 작가의 <뭐라도 되겠지>에서 발췌했어요.

취재 당일에는 무척 즐거웠다. 일하러 가는 건데 너무 놀러 가는 사람처럼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있나 싶을 만큼. 그런 생각이 들 때는 자꾸만 나불대는(?) 입을 꾹 닫았다. 말이 많아지면 실수하게 될지 모르니까.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사람, 침착하게 일을 이끌어 완결을 향하여 나아가는 사람이고 싶었다. 실제 그런 사람은 아니어도 그렇게 보이고 싶었다. 일을 준 사람에게도, 동행한 저연차 후배와 고객사 담당자에게도.

진짜 나의 바람처럼 보이진 않았을 테지만 어쨌든 현장에서 나는 나처럼 일했다. 이 앵글이 맞을지 100퍼센트 확신할 수는 없지만 맞을 거라는 믿음으로 자꾸 제안해 보고 아니면 방향을 틀어, 또다시 고민하고 즉석에서 시도해 보는 나처럼. 아예 모르겠는 부분은 모른다고 말하고 질문하면서 알아가는 나. 나는 나대로 일했다. 확신의 리더상까진 아니어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세련된 현장 컨트롤 디렉터였다면 좋았을 테지만. 애초에 그런 쪽은 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일부 우왕좌왕했고, 드문드문 불안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즐겁고 재미있었다.

역시 요즘 우울했던 이유는 일하고 싶어서 였던 게 맞았나 보다.’ 그렇다면 이번 일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그러니까 다른 일로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완성도 높은 콘텐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게 취재 이후의 내가 할 일이었다. 그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데 막상 취재를 끝내고 나니 또 불안이 찾아왔다. 잘할 수 있을까. 나를 의심하는 말,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말을 만드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나라는 걸 알면서도 잘 멈춰지지 않았다.

무엇이 나를 이토록 불안하게 만들었던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본 나의 결론은 이렇다. 첫째,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서 생각만 하고 있어 불안한 것. 막상 노트북을 열면 어떻게든 자리에 앉아 있는 내가 하게 된다는 걸 안다. 그러니까 생각만 할 시간에 차라리 궁둥이를 붙이고 무엇이든 쓰고 만들어보는 게 좋다는 것도. 둘째, 나의 밑천이 탄로 날까봐 불안한 것이다. 막상 일을 시켜보니 생각보다 별로였다는 피드백이 들려올까 봐서. 그럴 수도 있다. 다만 모든 일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지금 맡은 이 일이 나와 맞지 않고 내 능력 밖의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사실 내가 엄청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그냥 심플하게 아쉽지만 제 능력은 여기까지가 끝인가 봅니다, 하고 받아들이면 되지 않을까?

막상 다 쓰고 보니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진짜 일어날 수도 있지만, 내 불안이 만들어낸 소모적인 시나리오일 수도 있다. 왜 이런 생각을 자꾸 하는 걸까 꼬꼬무처럼 되묻다가 우연히 며칠 전 라디오스타에 나온 김경일 심리학 교수가 한 말에서 일부 답을 찾았다. “축구 해설위원들이 흔히 경기에서 전반전에 체력을 다 써버렸으니, 후반전에는 정신력으로 버텨야 합니다라고들 하잖아요. 이게 잘못된 말이에요. 정신력과 체력은 같은 건전지를 쓰거든요. 체력이 떨어지면 정신력도 바닥나요.”

하고 싶은지 하고 싶지 않은지 따져보고, 정말 잘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러한 질문 이전에 체력을 키우는 일인 듯하다. 그러면 덩달아 정신력도 따라오겠지. 일단 내일 아침 아이가 어린이집에 등원하고 나면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한 다음 마감 원고를 열심히 작성해볼 테다. 

📌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지금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불평불만 했던 과거의 제 마음, 일하는 태도를 바꾸게 된 계기는 임경선 작가님의 <태도의 관하여>를 읽으면서였는데요. 20만 부 기념 완결판이 며칠 전 출간되었더라고요. 10개의 글이 새로 실렸다기에 얼른 구매했습니다.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을 다시 펼쳤다가 오늘의 제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이 있어 함께 공유하며 마무리 인사를 전할게요.

 몇 살이 되었든, 지금 있는 자리에서 더 나아지려고 노력할 수 있었으면 한다. 노력이라는 행위에는 필연적으로 고통이 따르겠지만 그 고통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간단히 결론 나지 않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서둘러 결론을 내려고 하는 대신 그 문제에 대해 충분히 시간을 들여 생각해볼 수 있는 인내심을 가지기를 바란다. 또한 어느 쪽을 선택하든 잃는 것이 반드시 있음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아량이 있었으면 좋겠다.

<태도에 관하여> '들어가는 글' 중에서

<코너 속 코너> 책방산책📚

이번주는 쉬어갈게요. 다음 편에 책 판매 외에 책방에서 만들어가고 있는 많은 문화사업들을 벤치마킹하고 싶은 곳, 저의 책방지기 롤 모델대전 버찌책방 소개 및 첫 방문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빙고 뉴스

🐻곰자자족: 이번에도 여행 미션🏕️만 야무지게 채웠습니다. 아빠의 생신🎉🎉을 맞아 경기도 양평으로 떠난 1박 2일의 시간이 무척 소중했어요.

🎈부유하는 유부: 여행과 추석으로 몸이 무거워져 운동🤸 진행 중이고요, 분기별 옷장비우기도 완료✨했습니다. 적지만 좀 버렸어요.

😎은둔자: 건강을 챙기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그래서 빙고는 스탑상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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