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일류여성

[인터뷰] 책 만드는 일에 이토록 진심인 이유

애정과 응원, 일과 삶이 특별해지는 마법 ① 은둔자 편

2024.04.12 | 조회 100 |
0
|

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곰자자족입니다. 엇, 순서가 이상한데? 하며 궁금해하는 독자님이 계신다면 정말 기쁠 것 같은데요. 오늘부터 차례로 저희의 인터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각자가 일터에서 어떤 마음으로 일했는지 혹은 지금 어떻게 일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일을 꾸려가고 싶은지를 담아 보려고 해요. 묻고 답하는 동안 몰랐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그 시간을 구독자님께도 전해드릴게요. 은둔자의 인터뷰 작성은 제가 맡았으나 질문은 저와 부유하는 유부가 함께 했음을 알려 드립니다. 다소 길지만 진심을 다해 풀어놓은 이야기 속에 마음에 닿는 반짝이는 문장이 있기를 바랍니다.

일류여성 에디터 알아보기

은둔자는 10년 넘게 책 만드는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한 업계에 오랫동안 몸 담고 있다 보면 싫증날 때도 있고, 업계를 떠나고 싶을 때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오히려 은둔자는 하면서, 아니 시작했을 때보다 일이 더 좋아졌다고 말한다. 자신을 어떤 단어로 기억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편집자'라고 답할 정도다. 공동체를 추구하는 사람이자 편집자라는 게 은둔자의 대답. 이전에 일하던 직종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나로서는 정말 부러운 대목이다. 은둔자는 어떻게 자신의 일을 사랑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사랑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부단히 해왔을까? 일하면서 생기는 크고 작은 문제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왔을까? 은둔자에게 일에 진심인 이유를 자세히 물었다.

 

"내 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하고 있는지 생각 정리의 계기로 시작 

공식적이고 당연히 해야 하는, 부담스럽지만 계속 하고 싶은 일"

뉴스레터를 만들어보자고 했을 때 어떤 마음이 들었나요?

제가 뉴스레터에 쓰기도 했지만 같이 하자고 해 놓은 상태였다가 꽤 공백이 있었잖아요. 제안 왔을 때 자연스러웠던 합류인 것 같아요. 때가 됐나 보다, 이제 해도 되나 보다, 이런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했어요.

 

그럼 그 당시 뭔가 결심하거나 계획하거나 목표했던 게 있었나요?

내가 내 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하고 있는지 생각을 정리하는 계기로 삼아야지 했고요. 처음부터 너무 거창한 계획을 세우면 분명히 성격상 중도 하차할 테니 그냥 글이 써지는 대로 정리를 하자는 느낌으로 접근했던 것 같아요.

 

그럼 그 마음이 잘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오히려 염두에 두지 않고 쓰고 있는 상태가 된 것 같아요. 저에게 뉴스레터 자체가 또 하나의 일인데 그게 생업처럼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나의 어떤 부분에 있어 공식적이고 당연히 해야 하는 것들, 또 다른 형태로 제 삶의 일이 생긴 게 아닌가.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일이겠죠?

마감이 있는 일은 늘 부담스러워요. 제가 제 직군에 대한 대표성이 있는 것도 아닌데 혹시 어떤 인상이 생기게 만들까봐 불안하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계속 하고 싶은 일이죠.

 

"공동체를 추구하는 사람이자 편집자

저자의 생각과 가치에 동의하는 마음, 응원을 보내는 마음"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세 가지 키워드가 무엇이 되었으면 합니까?

사실 이 질문 답변이 준비가 안됐어요. 모든 질문 중에 가장 어려웠어요. 다만 누가 나를 어떤 단어로 기억했으면 좋겠냐고 묻는다면편집자예요. ‘얘가 세상에 어떤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구나이런 얘기를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려고 아마 제 일을 생각보다 더 치열하게, 원래 제가 이 업계에 들어올 때는 제가 이렇게 오래 일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들어왔지만 열심히 하고 있는 이유인 것 같고요. 이 안에서 제가 생각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간다 싶고요.

 

그럼 어떤 편집자가 되고 싶어요? 

요새 저의 키워드는공동체인 것 같은데요. 물리적 공간을 공유하는 게 아니더라도 정서적으로 어떤 가치를 공유하는 공동체가 있을 것 같아요. 공동체를 추구하는 사람이자 편집자가 되고 싶어요.

 

정서적인 가치를 공유한다고 했는데, 어떤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지 궁금해요.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보통 잘됐으면 하는 마음을 갖지만 그게 다 걱정인 경우가 있죠. 예를 들어 누가 뭘 한다고 해요. 그럼 그 사람은 이미 결정을 했단 말이에요. “그건 이런 저런 면에서 어려울 거야이런 얘기 그만하고, 재밌겠다, 잘 해봐”, “잘 됐으면 좋겠다이런 응원을 하는 사람들이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제가 말린다고 그 길을 안 가지 않아요. 대부분의 경우 자기 의지대로 가거든요. 근데 혼자 보내면 좀 외롭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같이 뒤에 따라 가고 있다그런 응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대부분의 편집자들이 그런 응원을 보내는 마음으로 저자의 책을 엮어가거든요. 저자에게당신이 생각하는 가치에 나도 동의해’, ‘그런 이야기가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어이런 마음으로 만드는 것이고요.

 

저자의 생각과 가치에 동의하는 마음으로 책을 낸다고 했는데요, 지금까지 기획했던 책들은 어떤 책이었나요?

사실 결이 다른 책을 오갔어요. 저는 문제집도 만들었고, 지금은 단행본을 만들고 있는데요. 사실 단행본 편집자는 문제집 만드는 쪽으로 잘 안 옮겨요. 문제집을 만든 사람도 단행본으로 거의 안 넘어오고요. 근데 저는 문학 빼고 너무 많은 장르를 했기 때문에 어떤 책을 만들었다, 스스로 아직 정립 안된 부분이 있어요.

다만 최근에 제가 기획하며 생각했던 게 결국 누군가 자기의 언어를 말하고 쓰게 하는 종류의 책을 했던 것 같다,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100% 기획했던 것들은 초등학교 글쓰기 교재를 했고, 지금도 화술, 이 화술이 스킬이 아니라 어떻게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말하는지에 관한 책을 만들고 있고요. 그전에 했던 인문이나 교양 책을 만들었을 때도너의 생각을 어떻게 정리하는가’, ‘퇴사하기 전에 생각해봐야 될 것들을 철학서로 만들기도 했거든요. 결국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게 하는, 혹은 기록하게 하는 종류의 책을 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내가 말하고 싶어하는 방향이 뾰족하고

그 안에서 오는 리스크를 스스로 끌어안을 수 있어야 전문가"

초반 뉴스레터 중에서 선배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업무 초반 선배가 이야기했던전문가가 힘이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은둔자가 생각하는전문가는 어떤 사람인가요? 그때보다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은 전문가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아니라면 언제쯤 스스로 전문가라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연히 전문가가 아니라 생각하고 있고요. 왜냐면 분야를 계속 옮겼기 때문에 어떤 지식이나 깊이가 얕아요. 오랫동안 한 분야에서만 일한 분들의 내공이 있거든요. 저자한테서 터져 나오지 않은 것들을 뽑아내는 스킬 혹은 그 사람의 가치관을 더 꿰뚫어 보는 눈 같은 게 있을 텐데, 저는 회사 요구에 따라 실용적인 것들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런 능력이 부족한 상태이고요. 어렸을 때는 전문가라는 말이 필요했어요. 스스로 신뢰가 없기 때문에나도 이 정도의 영역을 갖고 있어, 그러니까 너도 나를 믿어줘야 해이걸 저자에게 어필하기 위해서요.

지금은 내가 말하고 싶어하는 방향이 뾰족하고 그 안에서 오는 리스크를 스스로 안겠다는 각오가 될 정도면 전문가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새는 편집자에게 요구하는 능력이 편집보다 기획에 더 맞춰져 있거든요. 예전에는 작가가 거의 완성한 원고를 편집하는 영역이 훨씬 컸다면 이제 직접 제안하는 영역이 훨씬 더 커지고 있어요. 물론 작가의 특성을 파악해서 어떤 가치의 이야기를 제안하지만 적어도 제가 일해온 분야의 책들은 모양 꼴을 어떻게 만들지 거의 기획자(=편집자)가 요구하는 구성대로 써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진짜 전문가는 그 책의 리스크를 안을 수 있어야 전문가라는 생각을 해요. 내가 생각하는 대로 세상에 냈지만 독자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때도 많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얘기를 했어야 한다든가, 내가 이런 모양으로 포장했어야 하는데 잘못됐다, 내 탓이라고 끌어안을 수 있어야 전문가인 것 같아요

리스크 부분에서 기획자가 감당해야 하는 영역에서 실수가 일어날 수 있는데, 그때마다 저를 다시 일하게 하는 문장이 있어요

"물리학자 닐스 보어(Niels Bohr)는 전문가를 '매우 좁은 영역에서 온갖 실수를 저지르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저자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싶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만들지만 실제로 파트너처럼 일하더라도 일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어떤 위기, 갈등이 있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은둔자 님의 머릿 속에 있는 것과 저자가 생각하는 것이 다를 때도 있고요. 그런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 어떤 식으로 해결하나요?

저는 다정한 편집자는 아니에요. 저희가 처음 기획안 회의할 때 얘기했던 주제, 수준이 될 때까지 원고를 다시 달라고 하는 편이에요. 대신 제가 예시를 구체적으로 들어줘요. 이런 톤, 이런 문장, 저랑 인터뷰하실 때 이런 이야기했는데 그거 빠져 있는데요. 이렇게 구체적으로 안을 주지만 어느 정도 제가 원하는 퀄리티의 원고가 나올 때까지 저는 계속 요구하고, 윤문도 많이 하는 편집자예요.

그게 어떤 의미에서는 작가의 색깔을 변형시킨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 사람의 가치를 세상에 전달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독자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까지 가지고 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윤문한 원고와 윤문하지 않은 작가의 원고를 같이 보낸 다음 선택해서 다시 보내라 할 때도 있고요. 되게 피곤하게 일하는 스타일이죠. (웃음) 그래도 한 80%까지 되어야 편집을 진행해요. 운이 좋게도 저의 그런 태도를 일에 대한 열정으로 봐주고 함께 고무되어 작업하시는 작가를 더 많이 만났어요. 그래서 제가 계속 그런 작업 방식을 고수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추후에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저의 일하는 자세가 바뀔 수도 있겠죠. 

 

책이 나오기까지 디자인팀, 홍보팀, 마케팅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일을 하게 되잖아요. 기획자는 은둔자 님이지만 다들 생각하고 이해하는 수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갈등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내부에서 일하면서 조율하고 해결하는 방법, 그리고 이것만큼은 양보하지 않고 지키는 것이 있을까요?

반드시 지키는 원칙은 없어요. 세상에 책을 낸다는 건 잘 팔아야 한다는 거고, 단순히 수익의 의미가 아니라 다수의 사람이 이 가치를 공유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내는 것이기 때문에 포장의 방식 같은 것들은 담당하는 그들이 전문가라고 생각하고 맡기는 편이에요.

디자인도, 마케팅도. 예를 들어 250~300페이지 분량 중에 어떤 쪽으로 포인트 줄 것인지는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럼 저는 주로 마케팅 팀이 요구하는 쪽에 맞춰요. 그들이 일반 독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더 가까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이 일을 오래 했기 때문에 일반 대중과 괴리되어 있는 면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획안 쓸 때도 마케팅 팀에 자주 물어보거든요. 키워드 어떤지, 외서 본 것 중 이런 주제의 내용이 국내 독자에게도 재미가 있을지 밥 먹다가도 물어봐요. 전 너무 갇혀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요.

디자이너한테도 레퍼런스 엄청 많이 찾아주고요. 그들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얘기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모르는 저의 어떤 단점들도 있겠지만 일을 다시 안할 정도로는 없었던 것 같고요. 저랑 이렇게 길게 협업하는 외주자들이 제법 있고 그런 편인 것 같아요. 제가 원하는 걸 구체적으로 말해주면 그들도 거기에 맞춰주는데 별로 힘들어하지 않아요. 아니면 제가 그걸 갈등이라고 인지 못할 수도 있죠. 이런 과정은 당연한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죠.

 

그들이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것, 들으면서 수시로 많이 물어본다는 것 좋은 자세인 것 같다 생각 들어요.

그런데 책을 만드는 일의 첫 시작이 아무래도 편집자가 기획을 올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다 보니까 제가 너무 줏대가 없는 것일까 생각할 때도 있어요. 실제로 그런 평가를 받아본 적도 있고요. 그렇지만 저는 여전히 해당 분야의 담당자가 그 일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직은 그런 태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저와 일하시는 분들께도 그게 좋은 자세였으면 좋겠어요.

 

"다수가 동시대에 지금보다 나은 곳을 향하여

한 발 나아가게 만들 수 있는 가치를 힘 있게 전달하는 책"

은둔자가 생각하는잘 만든 책은 어떤 책인가요?

많이 읽히는 책이 잘 만든 책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그 시대에 필요했던 얘기이니까요. 우리가 내면에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어도 그게 내 이야기로 와 닿는 건 그게 내가 준비돼 있을 때만 와닿잖아요. 세상에 좋은 얘기가 옛날이라고 왜 없었겠어요? 계속 있었죠. 그게 종교가 되고 철학이 됐지만 내 삶까지 들어오려면 내가 삶을 겪고 그걸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됐을 때 들어오는 것 같거든요. 물론 짜임새가 좋은 책이 있을 것이고, 나중에 잘 되는 책도 있을 텐데요. 그건 미래를 내다본 가치가 있는 책이죠. 그런 책도 물론 당연히 필요해요. 하지만 제가 현재에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책은 다수가 동시대에 지금보다 나은 곳을 향하여 한 발 나아가게 만들 수 있는 가치를 힘 있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거든요. 너무 계몽적인 느낌의 가치관일 수도 있긴 한데, 또 책이라는 매체의 특징이 좀계몽적이지 않은가 싶은 생각도 합니다.

 

그럼 지금 이 시점에 필요한 가치 혹은 책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 있을까요?

제가 뉴스레터에도 썼지만 진정한 자기계발의 끝은 인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자기 소신껏 살게 해주고 싶어요.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게 공동체를 해치는 선이 아니라면 다 옳다, 대신 그게 어떤 사회, 어떤 환경과 안 맞아 당신에게 부나 명예 같은 사회적 관점에서 부족한 결과로 돌아올 수 있지만, 대신 네가 원하는 삶을 살았다, 그 결과를 받아들이면 된다, 이런 얘기를 하고 싶어요. 그런데 누구라도 결과를 받아들이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서 시장이 선호하는 메시지는 아닌 것 같아요.(웃음) 저 역시도 제 삶의 결과를 늘 기꺼이 받아들이는 건 아니라서요. 다만 요새 그런 흐름이 있는 것 같아요. 철학 아포리즘 책이 많이 팔리잖아요. 거기서 자기 답을 찾고 싶어하는 흐름이 이미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한창 코로나 시기에 어린이 글쓰기 책을 냈었는데요. 당시 아이들이 다 집에 있고 엄마가 봐줘야 했잖아요. 그래서 저는 질문에 답을 쓰면 개요가 만들어지는 형식의 글쓰기 책을 냈어요. 한 페이지의 이야기를 읽고 거기에 관련된 질문에 답을 쓰면 독서 감상문이 나오는 형태로. 누군가 도와주지 않아도 자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형태의 책을 구성했었어요.

그러니까 짧게라도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책을 내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어른한테도 그런 스타일의 책이 있으면 좋을 것 같고요. 질문에 답을 썼더니 생각이 정리되는 책이요.

 

‘"애정을 다해 상대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응원하는 사람

타인의 장점과 매력을 발견하고 적극 표현하는 사람"

그러고 보니 개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은둔자 님에게 털어놓고 조언을 구했던 것 같아요. 공감을 잘 해주기도 하지만 그때그때 문제의 핵심을 간파하고 이상적이고도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주었기 때문이라 생각하는데요. 은둔자 님이 누군가의 문제 해결을 돕거나 조언을 해줄 때 마음 속으로 고려하는 판단의 기준 같은 게 있을까요?

그건 애정인 것 같아요. 너무 사소한 문제에 몰입돼 있을 때 그 틀을 확 깨 주고 싶은 거예요.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야, 지금 네 삶에서라고 얘기해주고 싶은데신경 쓰지 마라고 말할 수는 없잖아요. 이런 사례도 있고 반대편에 있는 사람은 이런 입장일 수도 있어, 라고 얘기를 하는 거예요. 상대가 무슨 생각하는지 제가 가늠될 때도 있지만 그냥응원하는 얘기를 해요. 어차피 그 길을 가야 하면 본인 스스로 확신이 필요할 테니까요.

근데 이런 얘기를 다른 사람들한테도 하냐고 묻는다면 별로 그렇지 않아요. 애정이 없는 사람들의 사생활은 별로 알고 싶어하지 않아요. 그게 적당한 거리라고 생각하는 편이고요. 거기에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아요. 그 전에는 다수의 이야기에 모두 집중하고 들어주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할 에너지를 뺏기거든요.

 

뉴스레터를 통해고단할수록 침잠하고뾰족하고 본위적인 사람이었다고 과거를 고백했지만 현재 은둔자 님은 어느 누구보다 포용력이 좋고, 타인에게서 단점보다는 장점을 아주 잘 발견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요. 타인에게 장점과 매력을 발견하려고 노력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그건 첫번째 뉴스레터에 썼던 선배 영향이에요. “네가 재능이 있는 것 같아는 문장이요. 제가 너무 좋아하는 선배가 이 일에 재능에 있다고 한 말을 계속 품고 일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선배보다 못한 사람이 저에게 무슨 말을 하든 나 저 선배가 잘한다고 했는데, 이러면서 했던 것 같고요. 유니콘 같은 사수였죠.

(한 사람이면 된다, 그 사람 인생에서 진짜로 응원하고 잘 되길 바라는 사람 한 명만 있으면 된다는 얘기를 곰자자족 님도 했던 것 같은데) 저에게는 일의 면에서 그 선배가 유일했던 것 같아요. 어린 편집자에게 단점이 왜 없었겠어요? 근데 잘하는 걸 먼저 말해준 거죠. 그러면 그 모양의 편집자가 되어 가거든요. 그때 선배가 제게 무슨 말을 했냐면 ‘주요 요약이나 꼭지를 잘 잡아낸다’, 지금 생각하니까 콘셉트를 잘 잡는다는 얘기예요. 그래서 그걸 강화하는 방식으로 계속 일했거든요. 그 덕을 보고 있죠. 그래서 저도 지금 상대를 볼 때 장점이 먼저 보여요. 몇 번 하니까 남들보다 잘 보이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이제 훈련이 저도 좀 된 거겠죠.

 

우리가 뉴스레터 외에 독서모임을 통해서도 함께 하고 있잖아요. 독서모임 하는 동안 은둔자 님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굉장히 명언제조기 같다고 생각할 때가 많았어요. 많은 말들 중에 저(곰자자족)에게는 오랫동안 지속되는 좋은 관계란 상대가 싫어하는 것들을 하지 않는 관계라는 말이 크게 와닿았어요. 은둔자 님은 어떤 경험 혹은 어떤 지적 활동을 통해 이러한 삶의 깨달음을 얻었나요?

이건 경험이에요. 저와 10년 넘게 같이 일하는 외주자가 있어요. 만나면 거의 일 얘기만 하는데요. 한번은 제가 그랬어요. “왜 나 만나면 일 얘기만 하냐고요. 그랬더니너 내가 무슨 브랜드 SS 뭐 나왔다고 말하면 알아?” 이러는 거예요. 모른다고 했더니그러니까 너랑 안 하는 거야그때 알아들었어요. 이 사람이 내가 관심 없거나 혹은 내가 싫어하는 것들을 내 앞에서 안 해주는 것이었다고요.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그럼 나도 선배가 좋아하는 걸 좋아해보려고 노력할게그랬더니아니, 그냥 내가 싫어하는 걸 안 하면 돼라고 얘기해주더라고요. 그때 제 머릿속에 어떤 형태로 떠다닌 게 명확하게 정리가 됐어요.

저도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같이 해주는 정도까지는 안 돼도 그냥 싫어하는 것을 안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생각했던 것 같고요. 좋은 사람이 많았어요. 제가 이 일을 하면서 생각해보면 거의 사람한테 영향을 받았고, 그게 또 저의 어떤 기획의 아이템이 되기도 하고요. 그런 가치들로 쭉 살았던 것 같아요.

직업이 편집자니까 보통의 사람들보다 무언가 많이 읽고 보기는 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게 제 삶에 영향을 주는 지적 활동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제가 겪었지만 아직 정의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요약하거나 정리하는 역할을 해주는 것 같아요. 사람을 통한 선 깨달음, 지적 활동을 통한 후 정리쯤이 맞지 않을까 싶어요.

 

이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잖아요. 보통 다른 걸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이직하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고 일을 사랑하는 것 같아 엄청 부럽기도 해요.

좋은 것 같아요. 시작했을 때보다 하면서 애정이 생긴 일이고요. 사실 제가 계획한 일이 안 됐다는 것에 대한 좌절감이 꽤 오래 있어서 이 일과 같이 하는 사람들이 저를 인정해주는 것에 비해 저는 오랫동안 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일했거든요. 그래도 제가 입사하면 그게 어떤 형태로든 그 회사가 더 성장한 다음에 제가 퇴사를 했어요. 쪼그라드는 경험을 일하면서 많이 안 했는데 그게 진짜 큰 행운이더라고요. 그걸 몰랐어요. 그때 내가 이 일을 안 좋아하고 있어서. 하다 보니까 너무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이 일이 좋아졌어요.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방법은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을 찾아내는 것"

3년마다 이직했다고 했잖아요. 그때마다 적응의 어려움은 없었나요? 추측하기로는 환경을 바꾸면 사람도 계속 바뀌잖아요. 그러면서 본인만의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길러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거든요.

출판업계 분위기가 이직이 자유로운 면도 있고, 새로 입사한 사람들에게 관대한 분위기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움직이면서 좋은 사람들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일을 지속했는데요. 여기서 좋은 사람이란 관계를 좋게 한다는 게 아니라 내가 저 사람의 일하는 좋은 모습을 닮아야지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내가 담고 싶은 어떤 모습을 찾아 적응하고, 제 것이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요. 성공적 이직은 잘 모르겠지만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방법은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도 한 명이라도 있었어요. 다만 그 사람을 선배한테서만 찾지는 않았어요. 후배한테도 찾을 수 있거든요. , 어떻게 저렇게 사교적이지 이런 후배들이 있어요. 제가 딱히 사교적인 성격은 아닌데 그 친구가 하는 걸 저도 해보는 거죠. 그게 저한테 수용이 될 때도 있고, 어떤 때는 도저히 오글거려서 안 되겠는데 하면서도 한 번 시도해보는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올해 계획한 무해하고 즐거운 계획이 있을까요?

덕질이에요. 열심히 하고 있고요. 한 달에 한 두 번은 성규(인피니트)를 보러 가요. 사생팬이라는 의미가 아니고요.(웃음) 성규가 뮤지컬, 페스티벌, 콘서트, 팬미팅 등등 진짜 활동을 다양하게 많이 해줘요. 그래서 그렇게 볼 수 있는 기회를 팬들에게 자주 만들어주는 게 고마워요. 공연을 보고 나면 천년의 화도 가라앉아요. 그런데 진짜 신기한 게 대중에게 공개된 성규의 일상은 단조로워요. 쉬는 날 운동하고, 보컬 레슨받고, 공연에 필요한 연습하고 가끔 친구 혹은 지인들 만나는 것 같아요. 몇 년 전도, 지금도 그렇고요. 물론 가수와 팬의 관계는 그가 보여주는 것만 알 수 있기 때문에 저희가 모르는 개인의 생활이 있겠지만, 아마도 그가 일상을 단출하게 하는 이유는 자기 일을 잘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그렇게 하고 싶어요. 제 삶을 단출하게 만들고, 삶의 복잡한 것을 잘라내면서요. 그리고 남는 에너지로 제 일이나 일을 위해 필요한 활동에 집중하고 싶어요. 좀 워커홀릭 같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요.

 

화를 덜 내겠다는, 부정적인 감정에게 먹이를 주지 않겠다는 신년 결심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원래 교양과 에세이 책을 만드는 편집자로 살 계획이었는데 모종의 이유로 작년 내내 자기계발 분야를 맡았어요. 그래서 제가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되게 부대꼈는데 올해는 이렇게 하는 것도 내 어떤 외연이 넓어질 수 있겠다 생각하면서화를 덜 내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어요. 화내지 않고 상황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추이를 보고 안 되면 안 되겠다고 말하고 그래도 하라고 하면 한 번 더 해보고, 근데 안 되면 또 안 된다고 말하고 이런 상태에 있어요.

 

화가 날 때 듣는 인피니트(성규)의 노래도 한 곡 추천해주세요.

가장 어려운 질문이에요. 한 곡만 고를 수가 없는데 (웃음) 최근 제일 많이 들은 곡은 DIVIN’이라는 노래예요. 노래 가사 때문에 그렇다기보다는 팬미팅을 갔는데 팬들과 동시에 떼창으로 부른 곡이거든요. 근데 그때 성규가 진짜 엄청 행복해했어요. 그 표정을 보면서 사실 제가 행복해지는 거예요. 그 표정 보러 가요. (이 인터뷰가 나갈 때 쯤에는 성규가 하고 있는) 뮤지컬 넘버를 열심히 듣고 있을 것 같은데 성규가 지금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불안장애가 있는 친구가 엄청난 일을 겪으면서 결국 가장 자기다운 모습을 찾아가는 그런 서사가 있는 곡이라 원곡 듣고 있는데 ‘You will be found’라는 곡도 추천하고 싶어요.

 

"생각보다 더 오래하고 있고, 오래 할 수 있을 것"

마지막으로 일류여성 팀에게, 그리고 개인적으로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일이라는 게 연속적이라 제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생각 안하고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듯 가야 하니까 간다는 느낌으로 출근했던 적도 있거든요. 그래도 뉴스레터를 쓰고 인터뷰를 하면서 내가 이런 것 좋아했었지, 그 선배가 나한테 이런 얘기를 했었지 이런 걸 떠올려보는 계기였던 것도 좋고요.

10년 넘게 일했으니까 한번 정리해본다는 느낌도 들어 좋았어요.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해도 40대 초반이면 다 그만두는 일이라는 인식이 강했어요. 그래서 저도 진짜 그만두게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오래하고 있고,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독서 연령이 올라가서 그런 것도 있는데. 그냥 일을 할 때 내가 어떻게 될 거라고 상황을 그려보는 건 좋지만 반드시 그렇게 될 거라고 너무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이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했던 것 같아요.

 

✅이번 주 일류여성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만족스럽거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여러분의 의견이 더 깊고 나아진 일류여성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피드백 남기러 가기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일류여성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070-8027-2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