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는 유부

[이 계절 이 식물] 숨은 그림과 비밀을 찾는 시간

봄을 만드는 착실함

2026.02.13 | 조회 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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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안녕하세요 구독자. 부유하는 유부입니다. 이번주 초만해도 매콤한 추위에 몸을 떨었는데 요 며칠은 제법 산책하기 좋을 정도로 따뜻해졌네요. 아니나 다를까 거제도와 부산, 순천 등 남쪽 지방에서는 벌써 매화가 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설 연휴가 지나면 더 많은 곳에서 봄기운을 느낄 수 있겠죠? 이번주는 늦겨울 산책에 재미를 더해줄 친구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가볍게 읽어주세요😊

집으로 집으로 자꾸 발걸음을 재촉하게 되는 겨울. 추운 날씨에 볼 것도 없는데 무슨 산책이냐 싶은 계절이지만 조금만 마음을 열고 걷다 보면 다른 계절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순간들을 포착할 수 있다. 잎을 떨궈낸 나무의 앙상한 모습이 오히려 숨어 있던 그림을 발견하게 도와준 달까?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새들의 거주지! 도심 속 새들을 보면 이 많은 새들은 다 어디서 왔을까 싶은데, 한 겨울 그 비밀이 밝혀진다. 앙상한 나무들 위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둥지들이 하나 둘 발견된다. ‘너도 집이 있네!’, ‘무려 역세권이잖아하는 하찮은 생각을 하다가 새 둥지만 2~3개인 나무를 발견하면 여긴 다세대 주택이다하는 농담을 던져본다. 그만큼 새들도 어느 때보다 관찰하기 쉬운 계절이다.

흔히 뱁새라 불리는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낮은 관목들 사이에서 오가는 것도 하늘빛 깃털이 인상적인 어치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도시에 있는 사는 새들은 비둘기, 참새, 까치 정도만 알았는데 살피다 보니 하나 둘 이름을 아는 친구들이 늘어났다. 어제도 마트 가는 길가에 열매가 잔뜩 붙어있는 산수유 나무에 앉아 여유롭게 식사 중인 직박구리를 만났다. 컴퓨터 폴더명만큼이나 동네 곳곳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다. 직박구리는 이 곳이 맛집이라고 동료에게 알리는 듯 시끄럽게 울어대며 산수유를 섭취 중이었다.

새들의 부동산
새들의 부동산
산수유 먹는 시끄럽던 직박구리
산수유 먹는 시끄럽던 직박구리

 

봄을 상상케 하는 모습도 있다. 바로 봄을 준비하는 나무들의 꽃눈인데, 다른 나무들보다 커다란 겨울눈으로 존재를 과시하는 목련을 관찰하는 걸 추천해본다. 맨송맨송한 겨울 나무들 사이 회색빛 털뭉치가 뾰족뾰족 솟아 있는 목련의 꽃눈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목련은 추위에 비교적 강하고 우리나라 기후에 맞는 나무라 도심의 가로수, 공원수로도 많이 심겨 도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다른 겨울눈보다 크다!

털로 덮힌 꽃눈의 모양이 붓처럼 생겼다고 해서 목필이라는 별명도 가졌는데, 우리가 흔하게 발견하는 촛불 모양의 커다란 눈이 꽃눈이고 그 아래 달린 작은 눈이 잎눈이다. 저 작은 눈에서 성인 주먹보다 큰 꽃이 숨어 있음을 생각하면 경이롭다. 이 안에는 꽃잎도 암술도 수술도 모두 담겨 있다. 눈 속에 들어있는 미래만큼 놀라운 것은 그 눈을 채운 긴 준비의 시간이다.

커다란 불꽃이 꽃눈 그 아래 작은 눈이 잎눈이랍니다!
커다란 불꽃이 꽃눈 그 아래 작은 눈이 잎눈이랍니다!

목련의 꽃눈은 꽃이 진 뒤, 그러니까 여름부터 시작된다. 다음해의 꽃을 피우기 위해 세 개의 계절을 나며 착실하게 준비해 간다. 여름과 가을을 거쳐 만들어진 꽃눈은 털옷을 입고 혹독한 추위의 겨울을 견뎌낸다. 사실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이 추위가 필수적이다. 식물이 어느 정도 낮은 온도에 노출돼야 생장점이 감응해 꽃이 피는 것을 춘화(春化) 현상이라 한다. 개나리, 진달래, 백합, 튤립 등 많은 봄꽃이 이 춘화현상을 통해 꽃을 피우는데 목련은 4℃ 이하의 저온 기간을 충분히 거쳐야 개화한다.

성과를 이룬 뒤(꽃을 피운 뒤)에도 요령 부리지 않고 바로 착실하게 다음해를 준비하고 또 적당한 시련?을 견뎌 이듬해 다시 꽃을 피운다는 목련. 이 사이클을 알고 나니 겸허해지면서도 왠지 뭉클해진다. 목련의 꽃눈에 숨은 시간을 알아챘으니 자연스럽게 개나리, 벚꽃과 같은 다른 나무에는 꽃눈이 없는지 살펴보게 된다. 목련보다 꽃눈은 작아도 각자 봄을 맞이하기 위해 분투 중임은 확실하다.  

봄이 오면 겨울눈이 하나둘 터지며 이렇게 고운 자태를 뽐내주겠죠?
봄이 오면 겨울눈이 하나둘 터지며 이렇게 고운 자태를 뽐내주겠죠?

영국의 정원사 거투르드 지킬은 이렇게 말했다.

“만약 여러분 앞에 어떤 꽃이 있다면 그 꽃을 훑어 보고, 돌려서도 보고, 냄새를 맡아 보며 꽃의 아주 작은 비밀이라도 찾으려 노력해보세요. 단지 꽃뿐만 아니라 잎과 눈과 줄기 또한 그렇게 해 보면 여러분은 경이로운 것을 많이 찾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식물을 여러분의 친구로 만드는 방법이고, 삶이 다하는 날까지 여러분은 훌륭한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될 것입니다.”

겨울 산책은 그동안 못 봤던 숨은 그림과 누군가의 비밀을 찾는 발견의 시간일지 모르겠다. 추운 날씨에 무기력 해진다면 훌륭한 친구들을 찾으러 잠깐 집 앞으로 나가 걸어보면 어떨까? 산책을 하는 동안 듣고 있던 팟캐스트에서는 생각이 많은 삶은 감각이 필요하다는 문장이 전해졌다. 참 적절한 타이밍이다! 주변에 나(인간)만 살고 있지 않다는 사실, 겨울도 성장의 시간이라는 감각을 느끼다 보면 다운된 기분도, 복잡한 머릿속도 조금은 정리되어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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