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그 쪽으로 공 찰 생각을 했어?”
“음… 그냥?”
지난 풋살 경기 영상을 보고 남편이 물었다. 우리편에게 받은 공을 돌려주면서 우리편 선수 앞쪽으로 공을 패스한 내 움직임을 보고 놀란 것이다. 과거 나는 선수가 있는 곳으로만 공을 보냈는데, 이번엔 전진하는 빈 공간으로 공을 찼다.(선수에게 공을 보내면 상대편에게 읽혀 패스가 끊어지기 쉽다. 사실 공간 패스는 기본이나 기본도 어렵다 ㅎㅎ) 이 패스가 의도한 바인지 소 뒷걸음질 같은 움직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햇수로 3년차 풋살 모임을 하고 있고, ‘골 때리는 그녀들’도 매주 보니까 무의식이라도 알고 패스하지 않았을까 긍정 회로를 돌려본다.
남이 보면 매우 귀여운 수준이지만 아무튼 재작년부터 한달에 한번 남편 친구들과 모여 풋살을 하고 있다. 남자 3명, 여자 6명. 두 팀으로 나눠 연습 게임도 할 수 없는 애매한 인원과 구성이지만, 여건이 되는대로 스킬을 연습하고 경기도 한다. 그동안 패스와 슛을 배웠고, 볼 트래핑과 민첩성 향상 훈련도 했다. 한달에 한번 고작 2시간의 연습은 실력을 늘리기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이지만 그래도 경험치가 쌓이긴 했는지 첫날과 비교해보면 티키타카는 아니여도 지금 티키타-까지는 되는 그런 수준에 이르렀다.(고 믿고 싶다.)
어릴 적 축구공은 무서운 존재였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 남자아이들을 볼 때면 축구공이 날아와 내 머리를 강타할 것만 같았다. (실제로 한두 번 맞았다.) 그래서 축구 하는 아이들을 피해 돌아갔던 기억만 있을 뿐. 그랬던 내가 불혹이 다 돼서 공놀이의 즐거움을 배우고 있다. 비록 느린 발이라도 어디에 서 있으면 주워 먹기라도 할 까 고민하며 움직이고, 혹여나 패스라도 잘 했다면 내 자신 그저 훌륭하다. 풋살을 할 땐 매우 단순하다. 골 넣으면 즐겁고, 이기면 신난다! ㅎㅎ 어른이 된 지금, 순수하게 몸을 써 즐겁다고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일까? 쉬는 시간 마다 다들 숨을 헐떡거리며 이온음료를 들이 붓고 운동장에 퍼져 ‘죽겠다’를 연신 내뱉으면서도 감독님의 호루라기 소리에 대열을 정렬하고 다시 경기를 시작한다. 발톱에 멍이 들고, 갈비뼈에 금이 간 팀원도 경기장 한구석에 앉아 있다가 “살살 뛸게~”하며 이내 경기에 참여한다. 경기 뒤 스마트워치에 표시된 걸음수와 축축하게 젖은 운동복이 우리만 아는 치열함을 보여주고 뿌듯함을 각인시켜준다. 모이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그래서 오늘은 뭐 먹는다고?”하는 질문 또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요즘 또 한 그룹에서도 즐거운 메뉴 고민을 한다. 3월부터 친구들과 매주 금요일마다 등산을 하고 있다. 건강하게 살을 빼 보자 의기 투합했지만, 다이어트는 모르겠고 그래도 건강에 좋겠지, 영양제 먹는 마음으로 산에 간다. 벌써 10번은 되었는데, 아직도 오르막에서는 땅만 보며 걷고, 천국의 계단(최종 목적지 봉우리 직전에 430여개의 계단이 이어진다.) 앞에서는 마음에 준비를 해야 한발 겨우 뗄 수 있다. ‘그래도 챙겨온 간식은 먹어야지’라는 생각에 걷고, 돌아오는 길에는 각자의 먹킷 리스트를 읊어보며 3시간의 산행을 꾸역꾸역 마친다.
언뜻 보면 생활체육인으로 성장해가는 한 인간의 이야기 같지만, 여전히 혼자가는 헬스장은 숙제 같고, 운동을 좋아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그래도 풋살과 등산은 친구들과 함께하니까 덤으로 맛있는 점심도 먹게 되니까 다독이며 몸을 움직여 본다. 3년전 갤럽에서 강점 검사를 했다. 자신의 강점을 찾고 업무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조언해주는 검사였는데, 나의 5가지 강점 중 하나는 ‘절친’ 성향이었다. 난 친밀감을 가진 관계의 사람과 함께 할 때 효율이 나는 타입이었다. 운동도 마찬가지인 듯.
아직 운동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체육시간을 제일 싫어하던 내가 풋살이라니! 등산이라니!! 이 사실만으로도 셀프 우쭈쭈 하게 된다. 어쩌면 운동을 좋아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 것일 수도. 혼자서는 엄두나지 않는 것들도 놀이처럼, 당근들도 하나씩 챙겨가며, 친구들과 약속을 지켜 가다보면 내겐 없을 것 같던 활력도 집 나간 체력도 은연 중에 찾아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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