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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불면증 이야기_목담

2024.06.06 | 조회 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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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요일들

우리들의 이상적인 시간 기록 일지

나는 오랫동안 불면증을 앓았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신체 노후 증상의 하나로 불면증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면, 뭐 지금 이 상태가 그리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상쾌한 아침을 맞이해 보는 것은 불면증을 앓은 이후부터 지금까지 품고 있는 나의 작지만 절박한 소원 중 하나다. 아침이면 미간을 찌푸린 채로, 가슴이 두근대는 채로 잠을 깨는 경우가 많다. 자는 내내 긴장감에 쌓여 웅크리고 잔 느낌이랄까. 누군가는 나의 이런 증상이 어쩌면 부정맥일지도 모른다고 조언을 해 주었고, 요즘엔 정말 그런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짧은 시간 동안 심장박동을 조사하는 심전도 증상에서는 매년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온다. 제대로 된 검사를 하려면 24시간 심장박동을 조사해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 심장이 두근거릴 때의 맥박수가 100을 넘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에 스트레스성이 아닐까 자체 진단을 하고 버티고 있는 중이다.

아무튼 죽을 만한 상황은 아니어서 깨어나자마자 10분간의 지옥 같은 아침을 잘 이겨내면, 마치 현실 세계로 돌아온 듯 일상을 맞는다. 그리고 하루 동안 별일 없이 잘 지낸다. 밤이 좀 험난하고 두려워도 낮 동안 평안한 일상을 맞이할 수 있다면, 그렇게 살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 본다.

오랜 기간 동안 불면증을 이겨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사람으로서, 혹시나 불면증을 앓고 있는 이들을 위해 내가 도움을 받았던 몇 가지 방법들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불면증이 오래된 사람들은 대부분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정도가 약해도 장기간 불면증을 앓고 있다면 정신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첫 번째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신체적인 운동법에 대한 이야기다. 불면증에 걸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잇는다고 할 때, 그 ‘생각’은 장면이 연속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언어적 사고를 하는 것이다. 즉 불면증은 두뇌의 일부가 계속 활동하기 때문에 생긴다. 따라서 이런 언어적 사고를 꺼버리면 자기도 모르게 잠에 들 수 있다는 얘기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잠자기 전 언어적인 사고를 멈추고 어떤 장면을 떠올리는 것이다. 좋았던 장면, 좋은 풍광, 특별한 이미지 등을 떠올리는 방법이다. 가벼운 불면증의 경우에는 이런 방법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두뇌가 쉬지 못하고 계속 움직이는 것은 목덜미 바로 아래 옆쪽의 승모근이 굳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곳의 굳은 근육을 풀어주면 쉽게 잠이 들고,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사람은 숙면을 취하게 된다. 근육을 푸는 방법은 야구공이나 땅콩볼 같은 것으로 몸의 무게를 실어 충분히 풀어준다. 30분 이상 풀어주어야 효과가 난다.

상추를 갈아먹고, 따뜻한 우유를 데워 마시고, 수면 보조제를 먹어도 효과가 없었는데, 승모근과 등 근육을 풀어주는 운동을 했을 때 신기하게도 잠이 잘 왔다. 아직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꼭 해보길 권한다. 대신 5분~10분 정도로는 효과가 약하고, 못해도 20~30분 정도는 풀어주어야 한다.

두 번째는 478 호흡법이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이 호흡법은 심신의 안정을 가져다주고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준다. 478 호흡법은 검색을 하면 잘 설명되어 있는데, 잠깐 설명하면 이렇다.

잠자리에 누워 편안한 마음으로 시작한다. 1. 입술을 다물고 4초 간 조용히 숨을 들이마신다. 2. 7초 동안 숨을 멈춘다. 3. 8초 동안 입으로 천천히 숨을 내뱉는다. 이 패턴을 네 번 정도 반복한다. 익숙해지면 여덟 번으로 늘려 나가서 본인의 상태에 맞춰하면 된다.

처음엔 들숨날숨을 시간에 맞추려 하다 보니 긴장하고 불편한 감이 있는데, 익숙해져서 편안한 마음으로 하면 자연스럽게 된다. 사람이 마음이 불안해지면 호흡이 짧아지고 날숨을 충분히 내뱉는 것이 쉽지 않다. 의도적으로 날숨을 길게 함으로써 맥박을 완화시키고 마음을 안정하게 해준다. 나는 마음이 불안하거나 심장이 두근거릴 때 478호흡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다음은 유튜브 채널 중에 하나인데, <브레이너제이의 숙면여행>이라는 컨텐츠다. 특히 불안장애나 공황장애로 인한 불면증의 경우에 많은 도움이 된다. 숙면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콘텐츠가 있는데, 최근에는 우주선 안에서 잠자는 듯한 환경을 만들거나 나사(NASA) 수면실처럼 느끼게 하는 콘텐츠도 있다. 숙면 전문 사운드나 수면 음악 등도 많이 있어서 선택의 폭이 많아졌다.

이 중에 내가 가장 도움을 받은 영상은 ‘잠에 들며 치유되는 공황장애, 불안증 수면 영상’이라는 제목의 숙면 가이드 동영상이다. 가이드가 침착하고 낮은 목소리로 편안하게 설명해 주고 마치 상담하듯 마음의 위안을 준다. 수면 유도보다는 심리치유에 더 집중된 것 같아 마음이 불안한 불면증 환자들에게는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개그우먼 강유미가 진행하는 <강유미의 ASMR> 중에 ‘낙하산 직원의 귀 청소’ 라는 동영상이다. 일단 강유미의 말투와 내용이 너무 웃기다. 속삭이듯 나긋나긋한 말투와 ASMR을 통해 정말로 귀 청소를 해주는 것 같은 효과음 때문에 대부분 끝까지 듣기 전에 잠들고 마는 신기한 동영상이다. 나도 그 덕을 많이 봤다.

이 정도면 불면증을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찾아보고 시도해 봤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수면 유도 음악이나 수면 영상, 심지어 체면 영상까지 찾아보기도 했다. 돌아보면 마음이 짠하다.

하루에 한두 시간도 못 자서 힘들었던 시간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솔직히 지금 잘 모르겠다. 다만 호르몬이나 뇌 활동의 물리적인 기제 때문에 잠을 잘 못 이루는 이유도 있겠지만,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요인들에서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궁극적으로 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해선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또 돌보아야 한다. 무엇이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게 했는지, 무엇이 그토록 마음 쓰게 했는지, 무엇이 그토록 불안한지 찬찬히 돌아보고, 충분히 내 안의 감정을 읽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의외로 작은 행동이지만 큰 효과를 주는 것이 있는데, 바로 “자장자장” 하며, 자기 자신을 두드려 주는 행위이다. 마치 엄마가 아기를 재울 때 ‘토닥토닥’ 두드려주는 것처럼, 스스로의 가슴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며 돌보는 행위는 큰 위안을 준다. 어쩌면 불면증은 나 자신을 잘 돌보지 않은 몸의 항변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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