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를 찾는 사람들

함정에 빠진 어느 날~~_찰라흐

2024.03.01 | 조회 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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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요일들

우리들의 이상적인 시간 기록 일지

A씨는 핸드폰으로 열심히 문자를 보낸다.

“같이 시원한 술 하실 분” 그러자 보내온 답변은 “얼마 정도 가지고 계신데요?”, “저는 혼자 말고 셋이서 하는 게 좋은데..” A씨는 셋은 싫다며 충분히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정도는 가지고 있다며 상대에게 다시 문자를 보냈다.

상대는 자신이 도구를 챙겨가겠다며 자신의 사진을 보내주었고 A씨가 가지고 있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 사진을 찍어 보여달라고 했다.

함께 할 만큼 넉넉한 양을 확인시켜주기 위해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더니 만족스러운 듯 상대는 적극적으로 만날 장소를 알려주었다.

A씨는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기쁜 마음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은 후 A씨는 상대가 알려준 호텔로 부지런히 갔다.

도착해서 상대가 알려준 방앞에서 조심스럽게 벨을 눌렀다.

방문이 열리고 방 안으로 들어가자 한 여성이 보이더니 그것도 잠시 어느새 순식간 여러 명의 건장한 남성들이 A씨를 에워쌌다.

그 길로 A씨는 철창행!!

나는 A씨를 구치소에서 처음 만났다.

경찰들이 놓은 함정에 자신이 빠져 억울하다며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한참을 핏대를 올렸다.

A씨는 마약을 가지고 있었고 마약을 같이 할 여성을 찾았다.

흔히 애인을 만나거나 하기 위한 랜덤채팅에 “시원한 술”이라는 은어를 올리면 필로폰을 하는 사람들은 바로 안다. 상대가 마약을 가지고 같이 하자고 제안하면 돈 들이지 않고 마약을 투약할 수 있으니 쉽게 유혹에 빠질 수밖에. 다만 마약 값은 주지 않더라도 다른 것으로 대가를 치른다. 그런데 남자 마약사범들의 행태를 잘 아는 경찰이 흔히 이용되고 있는 어플(앙톡, 즐톡 등)에 들어가 경찰인 것을 숨기며 마약을 하는 여성인 양 대화를 주고받고 마약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한 후 유인하여 검거한다. 더없이 행복한 시간을 상상하며 갔다 경찰에 잡히게 되니 황당하고도 당황스러움은 미루어 짐작할 만한다.

한동안 경찰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많은 마약사범들을 검거했다.

암수범죄라는 것이 있다. 암수범죄란 실제 범죄가 발생했으나 수사기관에 인지되지 않거나 인지되어도 신원 파악 등이 되지 않고 공식적 범죄 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범죄를 의미한다. 마약범죄는 대표적인 암수범죄다 보니 검거가 쉽지 않다. 누군가의 제보나 자수를 통해 수사를 시작하지만 때로는 수사기관에서 직접 함정수사를 해서 마약사범을 검거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텔레그램이 마약범죄에 주로 이용되는데 경찰들은 마약 판매상의 대화방에 들어가 마약을 사려는 사람인 척 시도하여 마약사범을 검거하기도 한다. 비대면 거래가 이루어지다 보니 파는 사람은 전혀 알 수 없다. 소위 좌표를 보내주고 무통장거래가 이루어지다 보니 노출될 위험이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럼에도 경찰들은 추적해 판매범들을 검거한다. 함정수사가 아니라면 절대 알지 못했을 범죄들이다.

드러나지 않았던 마약범죄는 함정수사를 통해 밝혀지게 된다. 함정수사가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함정수사라고 해서 다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함정수사에는 기회 제공형 함정수사와 범의 유발형 함정수사가 있다. A씨 사례가 바로 기회 제공형이다. 먼저 A씨는 마약 투약을 하고자 하였고 마약도 소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범죄 의사를 가지고 있던 경우라 수사기관에서는 이를 이용해서 검거해도 허용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범의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수사기관에서 범의를 유발한 경우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 경우는 처벌받지 않게 된다. 예를 들면 수사기관에서 마약범죄를 범할 의사가 없는 사람에게 돈을 지급하면서까지 마약범죄를 하도록 한 경우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오래전 그런 일이 드물게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일부 마약사범들의 경우 누군가 함정수사로 무죄를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도 함정수사로 검거된 것이니 억울하다고 주장하곤 한다.

나는 수사기관의 A씨에 대한 함정수사 방식에는 반대다. 법이 허용했다 하더라도.

성매매 범죄의 경우도 함정수사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아닌 A씨와 같은 사람은 중독자들 아닌가. 중독자들이 마약을 하고 싶은 욕구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이다. 그렇다고 투약하려는 사람들이 옳거나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중독자인 A씨와 같은 사람들에게 같이 투약하자며 접근해 검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투약자와 공급자는 다르다. 공급책인 판매자들을 검거하기 위해 텔레그램 방에 잠입하여 함정수사하는 것은 당연히 이루어져 한다. 범죄를 발각해 처벌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다만 마약중독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약중독자는 앞서도 언급했지만 뇌질환자라는 것이다. 그런 환자인 투약자에게 수사기관이 검거를 위한 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불가피한 수사라고는 하지만 투약자 위주로 쉽게 실적을 올리려는 것 같아 못마땅한 마음이다.

10년을 중독에서 벗어나 잘 살고 있다가도 한 순가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다시 약을 손에 대는 경우를 보게 된다. 중독이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오히려 그 중독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야 하는데 수사기관이 실적을 위해 함정수사를 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물론 공급사범을 검거하기 위한 사다리로 투약자를 이용하기 위해 함정수사를 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투약자들은 형사처벌을 받게 되고 다시 치료를 받을 기회를 놓치고 마는 것이다. 처벌만 받게 할 것이 아닌 오히려 그 기회에 치료나 재활할 수 있도록 연계해야 한다.

A씨는 상대의 자극적이고 적극적인 유혹에 거절은 했지만 마약을 같이 하려고 마약을 가지고 간 것이기에 함정수사를 주장해도 처벌을 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A씨에게 함정수사의 법리를 설명하고 무조건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자고 했다. 뒤늦게 자신의 상황을 알게 된 A씨는 열심히 반성문을 적어 선처를 구했다. A씨는 지금 잘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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