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미지의 세계

2023.01.12 | 조회 2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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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을 피우는 사람

밤낮이 바뀌어도 글은 여전합니다.

  미지의 세계

 

  비로소 귀가 다시 들리게 되어도 우리는 어깨에 작은 거울을 붙여서 그걸 귓속에 갖다 댑니다

 

  혹시 그곳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나요?

 

  작은 글씨체로 쓰인 우리의 지난 일기들을 크게 읽었더니 우리는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을 떠올리며 내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요

 

  누가 말을 걸었는데도 들리지 않을 만큼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길이 주어졌고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지도 덕분에 깨끗하게 이 혼란을 정리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요

 

  혼자 있고 싶어도 홀로 긴 시간을 보내는 초인적인 힘이 우릴 자꾸만 다른 세상으로 이끕니다

 

  그 쪽 세상에는 어떤가요? 아직도 비가 세차게 오고 있나요?

 

  우린 비를 맞은 적이 없는데도 귀에 물이 들어가서 조용히 거울을 깨뜨리려다 침대 안으로 들어가요 누구든 우릴 보호할 수 있겠지만 이미 긁힌 거울 속에서 미처 다 쓰지 못한 일기장이 우리의 미래가 되어 까맣게 탄 이불을 덮고 있던 하늘을 깨워줍니다

 

  물론 비가 다시 올 뻔 했는데요 다행히 소강상태를 보이고, 깜깜한 곳 어딘가에서 우리 중 누구를 부르는지 아무도 모를 테지만 우리는 잠에서 깬 시간보다 더 잘 수 있을 만한 보금자리를 찾으러 거리를 돌아다닐 것이고 조용히 귀지를 파며 보다 더 뚜렷한 미래를 찾으러 목소리를 낼 겁니다 눈을 영원히 감는 순간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앞길은 당연히

  보이지 않는 벽돌로 가득 세워져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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