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AI 혁신

[방구석5분혁신.인공지능] 인공지능 시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

기술이 다가 아닙니다. 기술 이면에 녹아있는 인문학적 통찰이 중요합니다!

2023.07.02 | 조회 7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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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전성시대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AI 서비스가 쏟아져 나옵니다. 그럼에도 중요한 건, 기술 그 자체가 아닙니다. 새로운 기술이 빚어내는 인문의 방향과 맥락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나인가?” 인공지능 시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웅숭깊은 질문입니다. 

-혁신가이드 안병민-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미래가 한달음에 훅, 달려왔던 그날도 봄이었다.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던 미래였기에 충격은 더 컸다. 알파고 얘기다. 신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바둑. 바둑만큼은 인간이 한 수 위라 생각했던 우리. 오산이었다. 바둑은 361개의 착점에 놓은 돌로 승부를 가르는, 계산과 수리의 영역이었다. 인간이 ‘초울트라파워 계산기계’ 인공지능에게 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예상을 뒤엎은 패배에 비관적 공포가 세상을 뒤덮었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 하나. 인공지능은 무소불위의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라는 거다. 빅데이터를 연료 삼아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수행하는 효율적 도구일 뿐. 요컨대 알파고의 승리는 빅데이터에 빚진 바 크다. 

 

 

과학 연구의 추론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연역법과 귀납법이다. 논리적 필연에 따라 주어진 전제로부터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이 연역법이다. 반면 귀납법은 구체적이고 특수한 사실을 종합하여 그로부터 일반적인 원리를 이끌어 내는 방식이다. 보편적 명제를 전제로 결론을 도출하는, ‘위에서 아래로의’ 추론이 연역이라면, 개별 사례 분석을 통해 결론에 이르는, ‘아래에서 위로의’ 추론이 귀납인 거다.

 

가령 컴퓨터에게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 방법을 가르친다고 가정해보자. 먼저, 개와 고양이의 기본적인 특징을 컴퓨터에게 설명해주는 방식, 즉 연역이다. ‘개는 이러이러하고, 고양이는 저러저러하다’ 식의 설명이다.

 

하지만 유치원생 꼬마도 바로 알 수 있는 직관적 사실을, 막상 설명하려 들면 쉽지 않다. 최고의 바둑기사조차 자신의 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그저 그 수가 최선의 수라는 직관적 판단만 있을 뿐. 똑같다. 개와 고양이의 차이를, 언어라는 제한된 도구로 표현하기는 역부족이다. 언어의 해상도가 인식의 해상도보다 낮아서다.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온 세상 개와 고양이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고 ‘이건 개, 저건 고양이’ 식으로 구분하여 명시해주는 거다. 귀납이다. 하지만 전 세계 개와 고양이들을 어떻게 다 보여주나? 천하의 인공지능이 ‘개와 고양이의 구분’이라는 단순한 과제 앞에서 오랜 시간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하지만 구세주가 나타났다. 빅데이터다. 정보기술 발전에 따라 데이터 수집, 분석, 처리, 보관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졌다. 비정형의 데이터(텍스트, 음성, 이미지 등)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수 천만 장 개와 고양이 사진에 구분자를 붙여 컴퓨터에게 알려줄 수 있게 된 거다. 귀납이 얻게 된, 빅데이터라는 날개다. 알파고도 그래서 이겼다. 수많은 대국의 기보(棋譜) 데이터를 통해 개별 수와 승패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결과로부터 원인을 찾아가는 귀납의 방식. 결국 인공지능의 승리는 연역(고수의 직관과 경험)에 대한 귀납(빅데이터)의 승리였던 셈이다. 

 

 

바야흐로 디지털 혁명의 세상. 상상도 못한 기하급수적 변화를 연역에 따른 기존 이론이나 지식이 따라가질 못한다. 결과는 위에서 아래로, 전체에서 개별로, 즉 연역에서 귀납으로의 무게중심 이동! 이로써 소수 전문가들의 연역적 지식이나 사회 전반의 연역적 규범에 눌려있던 개인이 힘을 받기 시작한다. 개별존재로서의 특별함을 지닌 ‘나’의 부상이다.

 

‘나’는 남과의 '차이'를 전제로 한다. 그래서 ‘나’는 곧 ‘개성’이고, ’창의’이며, ‘취향’이고, ‘다름의 인정’이다. 사회 변화도 이에 조응한다.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의 변화다. ‘일사불란’에서 ‘십인백색’으로의 변화다. ‘중앙과 중심’에서 ‘변방과 주변’으로의 변화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소셜미디어나 블록체인 기술의 철학적 기반 역시 개별을 기반으로 한, ‘분산’과 ‘연결’이다. ‘독점’과 ‘획일’의 중앙집권적 시스템에 대한 극복이자 반작용이다. 

 

 

서둘러 달려온 미래를 살고 있는 요즘, 다시 주목해야 할 대상은 결국 ‘나’다. 세상이 단단하게 구축해놓은 장벽들을 깨고 뒤집고 넘어서는, ‘나’로서의 의미와 색깔을 찾아야 한다. '다름'을 빚어내는 능력이 나를 나로 만들어준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나인가?” 인공지능 시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웅숭깊은 질문이다.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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