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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만 1600만 뷰 '마눌냥' 홍정민 감독의 연출 감각은 어디서 왔을까

터지는 영상 연출하는 법, 국제 AI 영화제 수상 홍정민 감독에게 물었습니다

2026.10.24 |
from.
기자 김연지

지난 레터에서 홍정민 감독님은 딸이 그린 다람쥐 한 장을 30초 숏폼으로 만들어 보였습니다. 여섯 단계 중 다섯 단계가 LLM과의 대화였고, 영상 생성은 마지막 한 번뿐이었죠. 그 '설계하는 눈'은 어디서 왔을까요?

 

답은 지난 17년의 경험과 지식입니다. 연극 무대에서 시작해 스톱모션, 프리비즈를 거쳐 AI에 닿기까지, 감독님은 한 번도 자기 작품을 만들겠다는 꿈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이번 는 그 길에서 감독님이 깨달은 것들을 담았습니다.

"저도 한 17년, 18년 걸려서 이제 AI로 뭔가 만드는 걸 시작하니까요."

 


🎭 연극 무대에서 스톱모션까지

시작은 스물한두 살 무렵 본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 악몽'이었습니다. 할로윈 마을 주인공이 산타를 납치하는 이야기에, 노래와 춤과 연기가 한데 어우러졌죠. "내가 만들고 싶은 건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다." 그때 생긴 꿈이 지금까지 이어집니다.

그림 대신 연극학과를 택했습니다. 따라 그리는 건 됐지만 창작은 힘들었고, 그나마 잘할 수 있는 게 연기와 연출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3·4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연출을 맡아 학교 대표 공연과 대학로 데뷔 무대를 올렸고, 60명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많이 깨달았다고 합니다.

대학원에서는 스톱모션을 연구했습니다. 멈춰 있는 인형을 한 장씩 찍어 이어 붙이면 움직이는 방식입니다. "그림을 배우지 않았어도, 움직임을 알면 해볼 수 있었죠." 마침 크리스마스 악몽도 스톱모션 작품이었습니다. 다만 길은 좁았습니다. 국내 극장에 걸린 스톱모션 장편은 열 편도 되지 않는다고 감독님은 말합니다.

그래서 감독님은 교육을 함께 했습니다. 클레이 애니메이션 체험 수업을 직접 수주하고, 시각장애인 학생들과 만든 작품을 영화제에 보내기도 했습니다. 생계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거기서 더 큰 걸 배웠다고 합니다.

"어떤 일을 하든 시스템을 빨리 파악하는 게 중요해요. AI도 마찬가지예요. 이런 구조로 돌아가는구나, 그럼 나는 뭘 해야 하지. 그걸 생각하지 않으면 남의 것을 해석만 하게 돼요."

 


🎬 프리비즈에서 배운 것: 미리 보여주면 미리 보인다

스톱모션 회사에서 광고와 애니메이션 영상을 만들던 감독님은 독립해 자기 작품을 시작했습니다. 2014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원을 받은 단편은 인형 애니메이션과 2D가 섞인, 노래 가사까지 직접 쓴 뮤지컬 실험작이었습니다. 20분 남짓한 영상에 지원금 3천만 원과 사비를 더해 5천만 원가량이 들었습니다.

"그때는 머릿속 생각이 100이었다면 15 정도 표현했다고 해야 될까요. 지금 AI로 하면 70~75%까지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 작품은 나중에 AI로 꼭 다시 만들 겁니다."

이후 스토리 공모에 직접 쓴 사극 애니메이션 '흑치상지'가 당선됐습니다. 인형으로 만들기엔 너무 큰 이야기였죠. 그래서 3D로 미리 장면을 구축해 투자자에게 보여주는 프리비즈를 택했고, 영화 '승리호' 등의 프리비즈 작업에도 참여하게 됐습니다. 따로 배운 적은 없습니다. 현장에서 감독들이 어떻게 일하고 장면을 전개하는지 보면서 스스로 해석한 것이 노하우가 됐다고 합니다.

감독님이 꼽은 프리비즈의 가치는 '미리 보인다'는 것입니다. 기존 제작 준비 단계에서 놓치던 것들을, 3D로 미리 펼쳐 보면 캐릭터가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연출될지 일찍 알 수 있습니다. AI 영상을 만드는 지금도 같은 원리로 일합니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분들 것은 평생 많이 배워야 돼요. 그 안에 붙은 스태프, 배우, 투자자가 다 같이 만든 건데, 나 혼자 그걸 판단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에요."

 


💰 100억짜리 기획이 AI를 만났을 때

흑치상지는 지역 지원사업에 선정돼 3분 파일럿을 만들고, 10분 파일럿 심사까지 갔습니다. 그때 심사위원이 물었습니다. "이거 한 100억 들 것 같은데, 이 돈을 어디서 구해오죠?" 2024년이었고, 감독님은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줄여도 50억이었고, 극장에서 한 번 망하면 그걸로 끝이었죠.

기존 방식의 비용은 이러했습니다. 애니메이션 510분을 만드는 데 4천만5천만 원은 들었고, 3D 프로그램(마야) 하나만 해도 한 사람당 1년에 380만 원가량이었습니다. 열 명이면 3800만 원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AI 구독료를 얼마 내네 하지만, 전공자나 기존 기업이 보면 생각보다 큰 비용이 아닐 수 있어요."

AI와의 만남은 한 번에 되지 않았습니다.

  • 2024년: 써 봤지만 원하는 게 하나도 안 나왔습니다. "아, 얘 진짜 멍청한 애구나" 하고 접었죠.
  • 2025년: 다시 써 보니 훨씬 똑똑해져 있었습니다. 분기점은 구글의 '나노 바나나'였습니다. 캐릭터와 배경의 일관성이 잡히면서 "아, 이때다" 싶었다고 합니다. 그 길로 경주 APEC 공모에 낼 작품 '경주의 빛'을 2주 동안 밤을 새워 만들었습니다.

지금 감독님의 계산은 이렇습니다. AI로 만드는 극장용 작품의 예산은 기존의 3분의 1에서 5분의 1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이죠.

"옛날엔 100억이 들어야 할 게, 이제 한 10억이면 가능하겠다는 생각까지 왔다는 것에 감사하자."

그래도 아직 어려운 건 있습니다. 바로 극장 품질입니다. 지금 만드는 영상은 720p라 핸드폰에선 불편함이 없지만, 큰 스크린에 걸면 깨집니다. 업스케일을 해도 처음부터 4K로 뽑은 것과는 차이가 크고, 이 부분은 더 연구해야 한다고 합니다. 다만 속도는 내다봅니다. "한 번 딸깍하면 1분이 나오는 시대가 곧 펼쳐질 거예요."


📱 인스타를 안 하던 감독님이 채널을 연 이유

감독님은 원래 인스타그램도 페이스북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인플루언서가 돼야 한다는 말을 1년 내내 들었어요. 나는 툴만 AI로 바꿨을 뿐인데 왜 그걸 해야 하지 했죠."

생각이 바뀐 건 내 IP를 알리려면 사람들과 직접 만나는 창구가 필요하다는 걸 깨닫고부터입니다. 내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통할지 시험해 보자는 마음으로 뛰어들었고, 그 실험이 마눌냥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두 가지가 바뀌었다고 합니다.

  • 다 만들고 홍보하지 않는다. 영화는 다 만든 뒤 "꼭 개봉합니다"라고 알리지만, 지금은 만드는 동안 이미 관객을 만납니다. 촬영하는 사이에도 조회수가 올라갑니다.
  • 내 채널을 보는 사람이 힘이 된다. AI로 제작비가 내려갈수록 경쟁은 더 치열해집니다. 그때 살아남는 건 "적어도 내 채널 안에 이런 사람들이 보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봅니다.

같은 이유로 감독님은 공모전과 지원사업에도 꾸준히 도전합니다. 전공자이지만 "AI로는 뭘 해 봤냐"는 물음에 내보일 실적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기다림보다는 도전을 해야 돼요. 외부 사람들은 그걸로 평가하니까요."


🤝 AI 시대, 인간 감독의 몫

사람이 만든 건지 AI가 만든 건지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그럼 오래 훈련해 온 감독의 가치는 어디에 남을까요? 감독님의 답은 '처음과 끝을 경험한 사람'입니다.

"기존에 하신 분들은 영상의 시작과 끝을 다 경험해 봤어요. 그 경험이 많을수록 AI 안에서 더 좋은 게 나와요. 이 영상이 이 정도면 이런 반응을 얻겠다까지 생각할 수 있는 건 그분들의 경험치 덕분이에요."

그래서 AI로 시작한 사람일수록 기존 감독들에게 겸손하게 배워야 한다고 합니다. 그들의 방식을 AI로 실현해 나갈 때, 기존 업계도 그 과정을 인정하게 됩니다. 감독님이 계속 반복한 단어는 '상생'이었습니다. 다 같이 죽는 시장이 아니라 다 같이 살 방법을 찾자는 겁니다.

책임에 대한 생각도 분명했습니다. 만약 누군가 처음으로 AI 애니메이션을 극장에 걸었는데 실패한다면, "결국 AI 영화는 안 돼"라는 인식이 산업 전체에 퍼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선례를 좋게 남겨야 한다고 합니다.

감독님이 든 예는 월트 디즈니입니다. 디즈니는 빚에 쫓기면서도 오랜 시간을 버텨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완성했습니다. 뮤지컬, 각색, 색감, 작곡가, 효과음까지 하나씩 챙기며 실패 가능성을 최대한 줄였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성공은 그다음이겠지만, 적어도 위험도가 100이었다면 70%는 없애고 30%의 위험만 안고 세상에 나가는 것. 그게 굉장히 중요해요."


🌱 지금 AI 영상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감독님은 지금도 예술강사로 초·중·고등학생에게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가르칩니다. 학생들은 "내 그림을, 내 아이디어를 AI가 빼앗아 가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합니다. 감독님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AI가 배운 건 특정 작가의 예술성보다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것들이라는 겁니다. 그러니 더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조언입니다.

  1. 인풋을 멈추지 말 것. "상상력이 없는 분이 쓰는 프롬프트와 상상력이 있는 분이 쓰는 프롬프트는 천지차이예요."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레퍼런스를 계속 흡수해야 한다고 합니다.
  2. 시스템은 스토리부터. 무엇부터 설계하느냐는 질문에 감독님은 망설임 없이 답했습니다. 로그라인, 시놉시스, 캐릭터입니다. 애니메이션 전공 과정에는 시나리오 수업이 많지 않아 따로 시나리오를 배웠다고 합니다.
  3. 자기 노하우를 체계화할 것. 도구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쓰는 건 사람입니다. 내가 가진 좋은 노하우를 LLM과 함께 체계로 만들어 두면, 같은 도구로 극장판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겁니다.
  4. 한 번은 길게 만들어 볼 것. 처음부터 30초만 만든 사람은 1~2분짜리를 어려워합니다. 잘하든 못하든 2~10분짜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 보면 "30초를 이렇게 쓰면 되겠구나"가 보인다고 합니다.
  5. 시리즈는 시트콤처럼. 캐릭터 하나로는 소재가 금방 바닥납니다. 오래 사랑받은 시트콤처럼 가족 단위의 캐릭터가 모여 일상 에피소드를 만들어야 오래 갑니다. 마눌냥이 부모와 아이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입니다.

취미와 직업의 차이에 대한 말도 남겼습니다. IP는 오늘 만든다고 오늘 돈이 되지 않습니다. "가진 게 100원이면 그중 20~30원은 꾸준히 투자해야 해요." 쉬운 마음으로 쉬운 성공을 거두면 쉽게 무너진다는 것도요.

"저의 요즘 인생관은 '아는 만큼 보인다, 겸손하자'예요. 내년에는 지금보다 더 성장한 사람이 돼 있어야 하니까요."


🌙 감독님의 꿈: 뮤지컬 애니메이션

마눌냥도, 태권캣도, 흑치상지도 감독님에겐 한 방향을 향한 과정입니다. 마지막에는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극장에 거는 것. 뮤지컬 애니메이션은 이야기, 연기, 노래, 춤을 모두 해야 하는 종합예술이라 가장 어렵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입 밖으로 내어 선언해 두었다고 합니다.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고 옛날부터 얘기했기 때문에, 저는 거짓말쟁이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오래 각색해 온 작품은 '달의 아이'(가제)입니다. 줄거리는 아직 비밀입니다. AI를 만났으니 다시 고쳐 쓸 생각이고, 보는 사람이 희망을 갖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만 밝혔습니다.

감독님은 최근 디즈니랜드에 다녀왔습니다. 놀라웠던 건 놀이기구마다 서사가 있고 음악이 깔린다는 것, 그리고 어른들도 그 안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돌아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감독님의 작품이 스크린에 걸리는 날, 관객은 무엇을 느끼길 바랄까요? 마지막 질문에 감독님은 가족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저희 아버지와 제 동생을 먼저 세상에서 떠나보냈기 때문에, 그 두 분한테 먼저 보여주고 싶고요. 살아계신 어머니께도 먼저 보여드리고 싶어요.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람은 항상 가까이 있잖아요. 일상의 즐거움과 행복을 같이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이 되면 제일 좋을 것 같아요."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감독님은 AI로 영화를 만들더라도 애니메이션을 놓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 작품이 실제로 극장에 걸린다면 "아마 제일 행복하겠죠"라는 말로 인터뷰는 끝났습니다.

  • 인스타그램: @foxstarhong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studioyeowooby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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