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도 높은 브랜딩을 위한 근본적인 접근법 (1)

브랜딩은 한 권의 소설을 쓰는 일

2023.11.06 | 조회 3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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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 전문가의 서재

브랜딩 전문가의 깊이 있는 시선으로 시대와 사람, 브랜드에 대한 인사이트를 소개합니다.

©2xelli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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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hort story should be written with one theme, and all sentences within it should be consistent with that theme."

짧은 이야기는 한 가지의 테마로 작성되어야 하며, 그 안의 모든 문장들이 그 테마와 일맥상통해야 한다.

-Edgar Allan Poe, 미국 문학의 거장, 시인이자 소설가



 

01. 브랜딩의 구심점이 되는 주제 의식

브랜드의 존재 이유이자, 브랜드다움을 유지하는 힘이 우선이다.

 

나는 종종 브랜딩을 문학 작품에 비유한다. 내가 하는 브랜딩이란 결국 하나의 맥락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맥락이란 소설에 쓰인 모든 이야기를 하나로 관통하는 주제와도 같다. 브랜딩은 단순히 브랜드 철학과 가치, 제품/서비스의 수준, 컨셉, 기획력, 맨파워, 디자인, 마케팅 중 어느 하나가 뛰어나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완성도 높은 브랜딩을 위해서는 하나의 브랜드를 다양한 관점에서 꿰뚫어 보고 브랜드 가치를 입체적으로 설계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특히 브랜딩을 잘하는 그룹일수록, 큰 맥락을 유지함과 동시에 시장의 다양한 고객 접점에서 자신의 브랜드가 실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입체적으로 살핀다. 브랜드의 근본적인 가치와 맥락을 잃지 않으면서도 브랜드를 구성하는 세부적인 항목들을 시장 현황과 타겟 고객에 맞게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한다. 이는 브랜드 고유의 주제를 기반으로 독자에게 매력적인 서사를 만들기 위한 전략이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의 브랜딩 리뉴얼 프로젝트를 담당했을 때,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브랜드 자산 운용의 정밀한 전략이었다. 그들은 글로벌 본사에서 정의된 브랜드 핵심 가치와 철학은 물론 유럽, 아시아 등 각각의 로컬 마켓에 최적화된 전략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었다. 프로젝트 리드였던 나는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타겟에 최적화된 브랜드 전략과 새로운 컨셉을 제안했고 키메시지, 디자인 가이드 등 다양한 고객 접점에서의 브랜드 경험을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 담당 임직원은 물론, 미국 본사 브랜드 팀의 컨펌을 받아야 했다. 브랜드의 맥락을 유지하고, 브랜드 프로미스라는 고유의 주제 의식을 타겟에게 전달하는데 있어서 개발된 자산들이 정말 브랜드다운 경험인지 검증하는 과정이었다. 입체적으로 정의된 가치 체계와 브랜드 경험 업데이트 방식을 보며 한때 애플, 아마존을 제치고 세계 1위 기업이라는 명성을 누렸던 글로벌 기업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브랜드를 브랜드답게 유지하는 힘은 무엇일까? 브랜드를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작용하도록 하는 힘은 무엇일까? 그런 근본적인 가치야말로 브랜드의 핵심 자산이 된다. 그렇기에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브랜드가 존재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증명하고, 남다른 의미를 발견하는 일이다. 브랜딩의 모든 단계는 이러한 근본적 가치를 기반으로 검증되고 재설정되어야 한다. 이를 다른 말로 주제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어떤 이야기에 브랜드 핵심 가치에 해당하는 주제가 없다면 그 이야기는 작품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브랜드 역시 이와 같다. 브랜딩은 브랜드 고유의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서사의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이 중요하지 않을 리 없지만 디자인은 소설로 치면 문장의 표현에 해당하는 일이다. 소설가들 또한 가장 적합한 단어와 수사로 자신의 문장을 다듬고 또 다듬는다. 마치 아름다운 조각을 창조하듯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재미있고, 표현이 아름다울지라도 주제가 없다면 그 이상의 의미를 만들기 어렵다. 훌륭한 작품이란 주제 의식을 공유하며, 독자에게 울림을 주고, 삶을 움직인다. 훌륭한 브랜드 역시 그렇다.

 

 


 

02. 완성도 높은 브랜딩을 위한 능력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통찰력과 독자를 매료시키는 서사력이 모두 요구된다


브랜드는 근본적으로 사람을 위한 서사이다. 그렇기에 브랜드를 다루는 이들은 해당 브랜드가 속한 산업 이외에도 철학과 역사, 심리학은 물론 미술과 건축, 패션 등 다양한 방면에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지녀야 한다. 이는 소설가들이 한 권의 책을 쓰는데 수백 권의 책을 참고하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소설이 그렇듯 매력적인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이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무수한 맥락 가운데 돋보이는 맥락을 만든다는 의미이며,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맥락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그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는 새로운 주제를 제시하는 통찰력이 요구된다.

 

 

브랜드 전문가의 통찰력과 서사력은 브랜딩의 퀄리티로 직결된다. 브랜딩에 관여하는 이들의 빈곤한 통찰력과 서사력, 얕은 배경 지식은 특별한 브랜드조차 평범하게 만든다. 브랜드 기획자라고 해서 기획력만 뛰어난 경우 훌륭한 주제를 가지고도 매력없는 이야기를 늘어놓게 된다. 디자인 역시 그렇다. 브랜딩에서 디자인은 그래픽이 아니라 브랜드 가치의 상징이자 일종의 기호로 작용한다. 브랜드 디자인은 비주얼 자체로 평가받기보다는 전체적인 서사 속에서 평가 되어야 한다. 디자인은 브랜드가 지향하는 결말에 도달하기 위한 전략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디자이너에게 잠재된 가치에 대한 통찰력과 풍부한 배경 지식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브랜드 디자이너라고 해서 디자인 능력만 출중하다면 어쩔 수 없이 브랜드의 근간이 되는 가치에 대한 감도가 낮아진다. 같은 단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더라도 맥락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의미와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브랜딩은 한 권의 완성도 높은 작품을 쓰는 일이다. 미국 문학의 위대한 작가가 말한 것처럼 책을 구성하는 모든 문장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어야 하며 동시에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와 일맥상통해야 한다. 브랜딩 전문가는 독자에게 감동적인 이야기로 고유의 주제를 전하는 서사를 다루는 이들이다. 이들의 무능력은 아무리 화려하게 포장해도 허접한 주제와 형편없는 문체로 드러나게 된다. 브랜드 경험이 풍부한 고객일수록 그런 허접함을 쉽게 분별한다. 이런 경우 많은 돈을 들여 뭔가 대단해 보이는 브랜딩을 하고도 정작 브랜드 서사의 대상인 고객에게 매력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어렵게 된다. 그저 일회성 콘텐츠로 소비되고 나면 금세 동력을 상실하는 것이다.

 

브랜딩 전문가는 작가가 되어야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알베르 카뮈, 혹은 파울로 코엘료가 되어야 한다. 브랜드가 지닌 가능성을 포착하고, 브랜드 전체를 관통하고 지탱하는 하나의 주제 의식을 가장 적절한 단어와 표현, 매력적인 구성으로 다듬어 독자의 삶에 울림을 주고, 그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사람들은 그런 경험을 계기로 브랜드에 매료된다. 브랜드 고유의 주제에 공감하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비로소 그 브랜드를 가치 있다고 여긴다. 좋은 책이 그렇듯, 좋은 브랜드는 우리의 삶 가까운 곳에 머물며 때때로 다시 만나고 싶은 의미 있는 경험이 된다.

그런 울림이 있는 주제와 의미 있는 경험을 창조하기 위해 나는 끝없는 관찰과 발견, 가설과 검증, 수정과 보완의 지난한 과정을 반복한다. 브랜딩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라고 해서 브랜딩이 쉬운 경우는 없다. 브랜드가 처한 상황과 시장 환경, 타겟의 특성에 따라 브랜딩의 맥락이 크게 바뀌기 때문이다. 완성도 높은 브랜딩에 필요한 인사이트란 어떤 성공 사례를 분석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수준의 끈질긴 몰입의 시간이 요구된다. 그것은 하나의 작품을, 하나의 문화를, 하나의 세계관을 창조하는 일이다. 다만 스티븐 킹이 말한 것처럼 욕조를 타고 대서양을 항해하는 것처럼 때로는 막막하고 힘겨운 과정. 그런 일을 기꺼이 즐거워할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할 뿐이다.

 

 


 

다음 연재글에서 이어집니다.

 

완성도 높은 브랜딩을 위한 근본적인 접근법 

브랜딩은 한 권의 소설을 쓰는 일 (1) (현재글)

브랜딩은 한 권의 소설을 쓰는 일 (2)

 

브랜딩의 시대 시리즈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1) : 브랜딩에서 디자인은 중요하지 않다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2) : 좋은 브랜딩은 무엇이 다를까? (1)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2) : 좋은 브랜딩은 무엇이 다를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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