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프로야구가 개막하며 많은 이들이 야구장을 찾고 있다. 사람들은 응원가를 부르며 야구장이라는 공간에서 한 마음이 되고, 선수들을 응원하며 즐거움과 흥분에 사로잡힌다. 야구장에 처음 가는 사람이라도, 야구 응원가를 들어보면 우리에게 상당히 친근하고 유명한 대중가요와 유사하다는 것을 금세 눈치 챌 수 있다.
이처럼 야구 응원가에는 기존에 존재하던 노래를 변형하여 만들어지는 것이 대부분인데, 프로야구 구단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신탁관리협회들과 대중가요의 사용에 대한 저작권료를 지급하며 응원가를 만들어왔다.
그런데, 이처럼 저작권 사용료를 지급한다고 해서 대중가요를 변형해서 응원가를 만들어도 될까?
저작권법 산책
저작권은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으로 나눌 수 있는데, 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으로 구성되는 저작인격권은 일신전속적인 권리로서 양도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저작권자들이 저작권을 저작권협회에 양도하더라도 저작인격권은 원칙적으로 양도되지 않는다. 즉, 프로야구 구단이 저작권협회를 통해 저작권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저작인격권에 해당하는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야구 응원가의 바탕이 된 노래를 작곡한 저작권자들이 프로야구 구단을 운영하는 회사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있었다.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음악저작물을 야구 응원가로 사용하면서 이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가사를 일부 변경하거나 편곡해서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고, 저작권자들의 성명을 표시하지 않아서 성명표시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야구 구단이 응원가를 만들면서 기존 노래를 일부 변형한 것이 저작권자들의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는지부터 살펴보자.
- 동일성유지권
저작권법 제13조 제1항은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저작자에게 동일성유지권을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저작물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단순히 오·탈자를 수정하거나 문법에 맞지 않는 부분을 교정하는 정도를 넘어서 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에 대한 추가, 삭제, 절단, 개변 등의 변경을 가하는 것은 동일성유지권을 갖고 있는 저작자만이 할 수 있고, 원칙적으로 제3자는 저작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그 의사에 반하여 위와 같은 변경을 할 수 없다.
그러나 동일성유지권은 아무런 제한이 없는 절대적인 권리는 아니고, 저작권법 제13조 제2항 제5호에 따라 당해 저작물의 성질이나 그 이용의 목적 및 형태 등에 비추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의 변경에 대해서는 본질적인 내용의 변경이 아닌 한 그 권리행사가 제한될 수 있다(서울고등법원 2021. 10. 21. 선고 2019나2016985 판결).
위와 같은 전제 하에 법원은 “원곡과 응원곡의 악곡 골격음은 동일하고, 주된 가락의 변경 없이 일부 음표 박자를 간소화 시키는 수준의 변경만이 있었고, 이러한 변경은 야구장 관객이 기존 악곡과 차이를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일부분을 다르게 한 정도에 불과하여 음악저작물이 응원가로 사용되는 과정에 수반될 수 있는 통상적인 변경에 해당하고, 대중적으로 불리는 대중가요의 특성상 통상적으로 예견·용인되는 수준의 변경”이라고 보았다. 또한, “응원가로 사용되는 음악저작물의 경우 대다수가 대중들에게 익히 잘 알려진 곡이기에 일반 대중들도 부분적 이용이 전체 저작물의 일부를 이용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이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응원곡 악곡에 새로운 창작성이 부여되었다거나 해당 원곡이 실질적으로 개변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즉, 응원가가 원곡의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서울고등법원 2021. 10. 21. 선고 2019나2016985 판결)
- 성명표시권
다음으로 저작권자들의 성명표시권을 침해하였는지 살펴보자.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에 또는 저작물의 공표 매체에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할 권리를 가지고(저작권법 제12조 제1항),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그 저작자의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는 때에는 저작자가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한 바에 따라 이를 표시하여야 한다(저작권법 제12조 제2항 본문).
이에 저작권자들은 응원가를 부르는 것도 저작물을 사용하는 행위이니, 이 경우에도 저작권자의 성명을 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응원가를 부르면서 성명을 표시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에 프로 야구단 측은 야구장 응원문화의 특성상 응원가를 부르는 과정에서 저작자의 성명을 표시하는 것이 어렵고, 이는 저작권법 제12조 제2항 단서의 저작물의 성질이나 그 이용의 목적 및 형태 등에 비추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성명표시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결론적으로 법원은 저작물을 프로야구 경기장에서 응원곡으로 사용하면서 저작자인 작곡가의 성명을 표시하지 않은 행위는 작곡가들의 성명표시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하였다(울고등법원 2021. 10. 21. 선고 2019나2016985 판결).
그렇다면 응원가를 부르면서 작곡가의 성명을 어떻게 표시할 수 있다는 것일까?
이에 대해 법원은 응원가를 부를 때 “홈구장 전광판에 저작자의 성명을 표시”한다거나, “야구경기가 종료되고 난 후 해당 경기에 사용되었던 응원가 저작자의 성명을 전광판에 한꺼번에 열거하는 방식으로 표시“하는 등 얼마든지 저작자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았다(서울고등법원 2021. 10. 21. 선고 2019나2016985 판결).
결국, 법원은 프로 야구단측의 동일성유지권 침해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성명표시권 침해는 인정한 것이다.
저작자 또는 실연자는 고의 또는 과실로 저작인격권 또는 실연자의 인격권을 침해한 자에 대하여 손해배상과 함께 명예회복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청구할 수 있다(저작권법 제127조).
또한,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으니 주의가 요구된다(제136조).
‘알쓸법놀(알면 쓸모있는 법률놀이터)’ 글쓴이 - 로에나
대기업 IP팀에서 사내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고, 가끔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합니다. 오늘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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