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통번역사의 프리하고, 빡빡한 일상_Allie의 영어로 먹고사는 이야기_엘리

그리고 프리랜서 통번역사로서 일할 때의 사소한 팁

2023.07.20 | 조회 1.06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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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문화

총 20여명의 작가들이 세상의 모든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매일 전해드립니다.

“브르르르”.

금요일 늦은 밤 12시 50분. 메신저에 텍스트가 왔다고 이 야심한 밤 침대 끝에 놓여진 채 충전중인 엘리의 핸드폰 진동음이 울려댄다. “아니, 이 시간에 누구야……? 침대에 대자로 누워 천정을 바라보며 어떤 존재에게서도 방해받고 싶지 않은 그녀만의 골든 타임이,충전의 시간이 순간 와르르 깨져버렸다. 이른 아침부터 오랜만에 영상이 아닌 직접 대면으로 통역이 있었던 긴 하루를 보낸 후였다.

에어콘을 살짝 틀어 쾌적함을 유지한 공기, 부드럽운 촉감의 침대 메트리스에 온 몸을 맡긴 채, 코끝으로는 아로마 향을 들이 마시던 그녀는, 핸드폰에 손을 뻗어 확인할 지 말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왠지 확인을 해야만 할 것만 같은 느낌에 발을 사용하여 핸드폰을 끌어 올려 간신히 손에 움켜 쥐었다.

“Hello!”

이번에 처음으로 소통하는 해외 통역 에이전시 담당자였다."지금부터 이 공간은 완전하게 휴식 공간이야......! "라며 주문을 외우듯 다짐한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았지만, 그녀는 결국 침대에 누운 채 다음 주 영상회의 시간을 조율했다. 스케줄 앱을 열어 다음 주 일정을 확인한 뒤, 집에서 조용하게 영상 회의가 가능한 시간 대역을 주고 받으며 양측 다 가능한 시간을 제법 빨리 조율했다.

편리한 기능의 툴(calendly) 덕분에 각자의 타임존을 기준으로 시간을 선택하면, 상대방 또한 자신의 타임존으로 확인 할 수 있어 직접 머리로 계산하지 않아도 된다. 메일을 입력하면 일정이 확정되면 메일까지 보내준다. 약속 시간과 영상회의 링크까지. 코로나로 영상회의가 자연스러워지면서 편리한 앱들이 많아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가장 달콤한 시간을 보내던, 그녀의 가장 개인적인 공간의 공기가 회색 빛을 품은 사무실처럼 긴장을 춤은 채 무거워 졌다. 그대로 핸드폰을 던지 듯 놓고 다시 주문을 외어본다. 정말 퇴근이다. '여긴 나만의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혼자만의 휴식 공간이야!!!'

 프리랜서로서 꿈꾸는 모습이랄까? 출처: Adobe Stcok
 프리랜서로서 꿈꾸는 모습이랄까? 출처: Adobe Stcok

출근은 하지 않는다. 퇴근은?

 

정신없이 감은 머리를 다 말리지도 못한 채,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들어올리며 집을 나와 가방을 배 안에 조심스래 포개 안은 채 사람들이 빽빽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동료들과 책상이 있는 사무실을 들어가는 출근 시간. 프리랜서인 그녀의 일과에는 부재한다. 직전에 출근 했던 회사에서 사무실을 출입할 때마다 치러야 했던 의식과도 같았던 보안점검 과정에서도 해방되었다. 스마트폰 앞 뒤로 보안 스티커를 붙일 필요도 없었고, 사무실에서 나올 때마다 양팔을 들고 괜시리 주눅들게 만드는 보안담당자분들의 스크리닝 과정을 줄지어 기다릴 필요도 없다.

그녀에게는 '이 맛에 프리랜서 하지!’ 라고도 할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자 스스로에게 주는 복지이기도 했다.‘아니 근데 코로나가 한창일 때에는 재택근무도 줄곧 했었잖아’ 그녀는 잠시 회사에 소속되어 있을 때의 재택근무와 지금 집에서 일하는 것과의 차이가 무엇일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메신저 감옥에서 해방된 재택근무였다. 출근 시간에 맞추어 컴퓨터를 커서 메신저에 접속하고, 동료나 상사가 보낸 메시지에는 언제든지 최선을 다해 신속하게 답을 해야만 할 것 같은 그런 무언의 압박이 오히려 출근하는 편이 더 낫겠다 했을 만큼 답답했었다. 심지어 화장실에서 오래 시간을 보내는 것 조차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프리랜서 엘리는 완전히 완전히 다르다. 아침에 여유롭게 일어나 그녀만의 아침 루틴 시간을 보낸 뒤, 산책겸 집 앞에 나가 커피 한잔을 사서는 책상에 앉는다. 그녀만의 페이스에 맞게 일을 할 수 있다. 회사 메신저에서 벗어난 해방감과 자유로움은 행복감을 선사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발생했다. 출근이 없는 그녀 에게는 퇴근도 없다. 회사소속으로 일할 땐 시급할 일이 아니면 야근을 하지 않았다. 재택근무를 할 때면, 퇴근 시간이 되면 컴퓨터를 덮어 일을 멈추고 퇴근 후의 또 다른 일정들을 보내기 바빴다. 지금은, 오히려 저녁을 먹고 난 후에도 일을 하고, 심지어 토요일에도, 주일에도 일을 하고 있다. 늦은 밤까지 일을 하라고 시키는 존재도 없는데도. 퇴근시간이 아니라 퇴근이 없어졌다

출처 : Adove Stcok
출처 : Adove Stcok

워라벨?

 

워라벨은 찾으려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곰곰히 원인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녀 내부적인 성향적인 측면과 외부의 요소에서 모두 찾을 수 있었다.돌아보면 그녀는 회사에서 일할 때에도 프로젝트 초반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많은 양을 처리하는 편이었다. 언제라도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계획한 시간에 배정한 번역 업무를 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빨리 처리해 놓고 여유를 부리는 것이 맘이 편한 그런 사람이다.

번역 시스템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회사에서는 처리하고 있는 업무상황이 공유되어 일정조율이 가능하다. 하지만 프리랜서가 처리하고 있는 일에 대해, 의뢰하는 측에서는 알 수가 없다. 구구절절 다 설명할 수 없으니 일정이 가능한 기간을 협의하고 조율해서 진행한다. 그러다보니 최대한 시간이 날 때마다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라도 또 다른 의뢰가 들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통역도 비슷한 맥락에서 설명된다. 인하우스 통역은 대략 예상 가능한 범주의 것들이다. 입사 초기가 아니라면 익숙한 환경에서 익숙한 분위기 안에서의 과업이다. 하지만 프리랜서에게 통역은 다양한 분야를 기반으로 하는 돌발적 생방송의 상황이다. 그래서 반드시 사전에 회의 목적, 참여자, 관련 자료 등을 사전에 충분한 기간을 가지고 요청하고파악해야하며, 담당자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며 진행해야 한다. 두, 세 시간의 통역을 위해 며칠간 준비를 해야한다.

경험에 비추차면 똑같은 10시간을 준비해도 일주일 전부터 2시간씩 나누어 준비하고 익히는 것이 머리에 더 오래 남는다. 혀에도.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일이 없는는관련 전문 용어의 발음도 단 시간내에 익숙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챙기고 넘어가야 하는 그녀의 성격때문에 몇 년만의 프리랜서 생활에 워라밸은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회사에서 통역사의 실수는 용납되지만, 프리랜서에게 실수는 그냥 실수가 아니다. 그 업체와는 다시는 일할 수 없게 하는 엎지러진 물이기 때문이다.

 

펜대믹의 공포

외부적 요인은 코로나로 갑작스럽게 예정되었던 모든 일정이 다 취소되어 어안이 벙벙하고, 잠시만 기다리면 되겠지 했던 시간이 흐르고 흘러 한참동안 수입이 없던 코로나 기간의 공포감 때문이었다. 어느 시점까지 일을 완료하고 나면 다음의 일감을 이어나가고 찾아야 하는 것은 오롯이 프리랜서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벽 1시에 가까운 시간에 날아온 스케쥴링 요청에도 답을 했던 것인가? 그녀는 자문했다.‘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

다행히 본격적으로 다시 프리랜서를 시작한 이후, 그녀에게 의뢰요청이 들어오는 통역과 번역 일을 조율하며 하고 있다. 일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이유보다도 그녀의 역할이 필요하고, 도움이 된다는 느낌과 그녀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 그녀를 밤 늦도록 일하게 하고 있다. 시간당 페이가 생각보다 많지 않거나, 손이 많이 가는 번거로운 일조차 그녀와 함께 하고 일하고 싶다는 마음과 이유를 듣는 순간 하릴없이 하고 말아버린다.

스케쥴러는 프리랜서의 동반자 출처: Adobe Stock
스케쥴러는 프리랜서의 동반자 출처: Adobe Stock

 

커뮤니케이션과 스케쥴링의 중요성

 

회사에서 인하우스 통번역직을 채용하는 이유는 통역과 번역이 필요할 때 바로 커뮤니케이션 하며 바로 현장에 투입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공간에서 일정 기간 동안 함께 하며 쌓아온 시간과 신뢰의 관계 속에서도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으로 일정이 겹치거나 일의 우선순위에 대한 오해가 쌓이기도 한다. 그렇기에 의뢰인과 많은 시간 함께 하는 것이 아닌 프리랜서에게 소통은 더욱 중요하다. 엘리는 애매하거나, 확인할 내용이 있으면 질문지를 따로 만들어 소통가능한 시간을 확인한 후 영상회의를 하거나, 보이스콜로 담당자와 직접 통화해서 해결하려고 한다.

세상에 완벽한 통역과 번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 더 정확한 통역과 번역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절차이다. 그래서 그녀는 일하는 과정에서 의문이없는 통번역가 동료를 신뢰하지 않는다. 아무런 질문과 소통없이 나온 결과물의 참담함을 여러 차례 봤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소통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신뢰하고 매끄러운 분위기가 만들어 지기도 한다.

 

번역의 경우에는 완료 시점이 중요한 요소이다. 그녀는 솔직하게 완료 가능한 시간을 이야기 한다. 무리해서 할 수 있다고 선뜻 답하지 않는다. 2주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의 경우,예상 완료 시점보다 이틀 정도는 여유를 잡는 것이 좋다.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약속한 기간보다 하루라도 늦으면 양측 모두 불편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불가능할 것 같으면 다른 번역가에게 맡기는 것을 요청드리거나, 지인에게 넘기는 편이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나중에 기한이 촉박해서 감당하지 못하고 약속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신뢰는 그대로 무너지고 만다.

“Hello? I cannot hear you well? Where are you staying now” (여보세요? 잘 안들려요! 지금 어디 머물고 계신거에요?)

 

최근 몇 차례의 영상 회의 중에 그녀가 가장 많이 한 대화중 하나이다. 그녀가 맡고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를 의뢰한 회사는 해외 기업인데, 직원 대부분이 원격근무 중이다. 2 주 전에는 베트남의 한 커피숍에서 영상회의에 참여한 외국인 직원이 이번 주에는 말레이시아 쿨알라룸푸르라며 머물고 있는 호텔 창문 바깥 전경을 보여준다. 통번역가의 장점이라면 다양한 기업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가별로, 산업군별로 분위기가 다르지만 자율도가 높은 외국 기업과 일하는 분위기는 한국 기업과의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조금더 편히 대화할 수 있다.

" 글쎄, 번역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요. 이거 왜 편집이 안되는거에요? 빨리 해결해 달라구요!!!" 그나저나 쿠알라품푸르에 있는것은 정말 부러워요" 등을 친구한테 이야기하듯 말하는 중이다. 터넷 사정이 우리나라와는 달라 말하는 중간에 끊기거나, 영상회의 중 화면 공유가 잘 되지 않거나 하기도 하면 처음에는 속이 터질듯 답답했는데 이제는 그런 상황에도 제법 익숙해졌다. 놓친 것은 다시 물어 확인하면 된다.

 

야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조금은 빡빡하고, 주말에도, 늦은 밤까지도 자청해서 일을 하는 엘리는, 그녀의 일인지, 일상일지 모르는 그녀의 지금을 엘리는 즐기고 있다. 이상한 건 회사를 다닐때는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한 시간 정도만 초과 근무를 해도 무척이나 피로감에 파묻혀, '이 회사 때려 치고 말거야'를 마음속으로 외치던 그녀였는데 말이다. 그녀 ‘스스로’ 가 결정한 초과근무 때문에 힘들지만 기꺼이 하고 있는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함인지, 책임감 때문인지, 필요한 존재가 되는 느낌 때문인지,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또 다시 어딘가에 속하고 싶은 소속감이 그리워 회사에 들어갈 지도 모르겠지만, 그녀의 하루의 타임라인 속의 빼곡한 스케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지금은 온전하게, 효율적으로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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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순수국내파 ‘통역사로 먹고살기’를 출간했습니다. 영어와 한국어로 세상과 세상, 언어와 언어사이의 소통을 도우며 살아갑니다. 전세계와 소통하며 그로인해 확장된 경험을, 국내파로서 영어교육과 학습에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jiyoungpark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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