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사람과 오는 사람_카페 인사이드_정인한

2021.05.19 | 조회 1.05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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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문화

총 20여명의 작가들이 세상의 모든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매일 전해드립니다.


S 평일 저녁 시간의 보조 바리스타였다. 유달리 키가 크고 어깨가 넓은 그는 묵묵히 낮은 일을 하며 카페를 빛나게 해주는 친구였다. 고등학교 시절, 공부도 열심히 했는지 지방 거점 대학교의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었다. 시험 기간에도 한결같이 출근하는 S 성실한 직원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가 오랫동안 우리 카페에서 있었으면 하고 바랐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일을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 나는 순간적으로 머리가 아팠다. 일을 그만두는  이유는 다시 수능을 치기 위해서라고 했다. 풋풋한 새내기인 S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어떤 고뇌를 했을지는 가늠이 되지 않았다. 다만, 조용한 카페를 지키면서 스스로와 어떤 대화를 나누었을지 짐작만  뿐이었다.  걸음 뒤에서 그의 표정과 마음을그려보니 괜스레 미안한 마음만 들었다. 

 작은 거리는 어두워지면, 유독 조용해진다. 아마도  도시가 기반기능이 희박한 베드타운이기 때문에 그렇지 싶다. 카페의 손님들도 대부분 아직 아이가 어린, 젊은 부부들이 대다수이다. 이곳의 낮은 어떤 낭만적인 소비가 일어나기도 하고, 불안을 나누기 위해 이웃 간의 만남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밤이 되면 내일을 위해서 아이를 돌보고 분주한 집안일을 해야만 하는 삶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밤이 되면 따뜻한 색감의 가로등이 무색하도록 쓸쓸한 풍경이 된다. 그럼에도 카페는  열려 있어야 하는 공간이다. 우리도 내일을 준비해야 하므로, S 나름대로 바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아마도 더러워진 바닥을 쓸고 유리를 닦는, 책꽂이의 먼지를 제거하는 , 평소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일을 반복하는 그의 어깨가 언뜻 보이는 듯했다. 그리고 얼마간 해야  일을 하고 책을 읽는 그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해야만 하는 일을 끝내고 나면 휴대폰이 보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는 것이 우리의 규칙이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눈에 문장이 스며들지만,  다른 날은 창밖을 보며  느린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밖이 칠흑같이 어둡기 때문에 유리창은 거울처럼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다면, 조금 떨어진 곳에 함께 앉아 있는 사람이 있더라도,  크게 보이는 것은 자신밖에 없으니 때로는 거울같은 창을 보며 자기와 대화를 했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읽던 책을   보고, 창에 비친 자신을 응시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세상에 속한 자신의 좌표가 제법 뚜렷하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반복된 기시감 속에서  작은 카페가 알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갑자기 일을 그만둔다는 소식을 들었을 , 나는 축복하는  외에는 특별한 말을 전할 수가 없었다.  나은 곳으로 나아가려는 그의 결단을 되돌릴  있는 능력이 나에게 있을 리가 없었다. 

서둘러 구인광고를 올리면서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없는 작은 카페를 운영하면서 누군가에게 함께 하자고 초대장을 보내는 것은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다. 거기에 적힌 친절, 감동, 영감 같은 단어가 과도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단어를 쓰는 것은 스텝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일이 생각보다 큰일이기 때문이다. 

새로 오는 이에게 가벼운 마음보다는 조금은 무거운 마음이  좋지 싶다. 레시피를 공유하는 것보다, 우리의 태도를 납득시키고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카페의 내부자가 늘어갈수록, 카페를 둘러싼 껍질 같은 것이 조금씩 얇아지는 느낌이 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비한 것은 없어지고  것이 되어간다. 꾸며주는 장식은 점점 없어지고 어떻게 보면본질인 장사꾼의 모습만 남게 될까 걱정된다. 

새롭게 함께 하게  윤서는  면접에서 바로 뽑혔다. 메인 바리스타 윤지가 괜찮다고 하여 함께 일을 하기로 결정이 되었다. 아직 만나  적이 없지만, 서면으로 들은 그녀의 이야기를 여기에   적고자 한다. 

그녀는 초등학교 시절,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사촌 언니와 우리 카페에 자주 왔었다고 했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캐나다에서 보냈는데 졸업을 앞두고 한국에 돌아와서 학비를 벌면서 대학교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형편이다.  중도에 돌아왔느냐고 물으니, 타지에서의 생활이 나의 의지가 아니라, 어른들의 욕심이라서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카페가 자신의 유년시절이기 때문에  함께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윤서의 이야기 무겁고, 감사했다.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 그녀의 글을 보면서 비행기를  것처럼 기분이 조금은 들떴다. 아무래도 그녀 덕에  작은 카페에  많이 이야기 생길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짧은 시간 동안의 노동이 고독함으로 다가오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외롭지않았으면 한다. 조금  욕심을 부리자면, 보이지 않는 곳의 먼지를 털어내거나, 머그잔 속의  지지 않는 얼룩을 닦아내면서 마음속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자기 자신만 아는 결백이 마음을 살찌운다고 생각한다.

가는 S 위해서 책을   사고, 오는 윤서를 위해서 책을   샀다. 같은 책이지만, 조금은 다르게 읽힐 것이 분명하다. 대게 우리의 친절, 감동, 영감은 손님에게서 오는 것을 다시 돌려주는 것이지만, 가끔 조용한 가운데 읽는 문장에서 온다. 그렇게 잔잔한 시간 속에서 오는 그것이 삶을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는 믿음이 있다. 그런 작은 마음이 우리 카페 어느편에 조금씩 쌓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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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인사이드 글쓴이 - 정인한

김해에서 카페를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남도민일보에   동안 에세이를 연재했고, 지금도 틈이 있으면 글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무엇을 구매하는 것보다, 일상에서 작은 의미를 찾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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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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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슬콩

    0
    over 3 years 전

    어떤 책을 사셨는지 궁금해요 ㅎㅎ 알바생이었던 입장에서, 반복되는 일 중간에는 분명 보람도 있었고 행복할 때도 있었지만, 잠깐의 여유가 생기면 문득 찾아오는 생각들, 특히 이것이 내 생업은 아니며 잠시 머물렀다 언젠가는 떠날 곳이라는 느낌에서 오는 약간의 허무함 같은게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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