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편집자는 얼마나 벌까?_편집자의 사생활_고우리

2023.05.26 | 조회 1.79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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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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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 첫 직장에 입사했다. 그때 연봉이 2,300만 원 남짓이었다. 당시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월급에서 꼬박꼬박 100만 원을 저축하고 있었다. 100만 원씩이나! 계산해보면 알겠지만 그러고 나면 남는 것이 거의 없다. 월세 내고 공과금 내고 점심값 내고 나면 그럴듯한 사회생활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때는 회사 동기들한테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빌어먹고’ 다녔다. 밥도 술도 커피도 얻어먹고 다녔는데, 한번은 친구가 그런 농담을 했다. “고우리야, 아무리 살기 팍팍하다고 제2금융권, 제3금융권에 손대면 안 된다! 뭐 먹고 싶으면 언니한테 말해!” 그 시절을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다. 1년 남짓 만에 1,000만 원이 넘던 학자금 대출을 모두 갚았다. 그러고 나서 바로 퇴사했다.

 

두 번째 직장에 입사하고 나서 몇 개월간은 저축을 한 푼도 하지 않았다. 너무 ‘없이’ 사는 데, 얻어먹고 사는 데 진저리가 났달까. 월급 들어오는 대로 족족 사고 싶은 것을 사고 먹고 싶은 것을 먹었다. 단 몇 달간이었는데, 아, 그 해방된 기분이란! 나는 빚이 없는 사람이다! 나는 자유인이다! 그 후로는 직장생활을 하는 수년 동안 연봉이 아무리 올라도(보통 ‘쥐꼬리만큼 오른다’고 표현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꼬박꼬박 100만 원씩만 저축했다. 조금 덜 얻어먹고 다녔을 뿐이지 풍요로워진 것은 절대 아니었다. 두 번째 회사에서 퇴사할 무렵에는 연봉 앞자리가 3이 되어 있었다.

 

 

세 번째 회사에서 퇴사할 무렵에는 앞자리 숫자가 4로 바뀌었고, 네 번째 회사에서도 4를 유지했다. 연봉이 조금씩 올랐다. 네 번째 회사부터는 그나마 좀 숨이 쉬어지는 듯했다. 일은 여전히 힘들었지만 경제적으로는 ‘조금’ 여유를 찾았다. 그때가 거의 10년 차 무렵이었다. 경력 10년쯤 되니 대기업 초봉과 비슷한 수준의 연봉이 된 것이다.

 

다섯 번째 회사에서는 연봉을 500만 원이나 깎고 갔다. 그 회사의 기준에 비해 내 연봉이 너무 많다고 했다. 내가 미쳤지. 그때 수락하지 말았어야 했을까. 차라리 다른 회사를, 다른 기회를 기다려야 했을까. 어렵게 올려놓은 연봉은 겨우 4,000 초반을 유지하게 되었다. 그런 일도 있다는 것이다. 연봉을 깎고 이직하는 바보 같은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1년 반 정도 다닌 내 마지막 회사이자 여섯 번째 회사에서는 연봉 앞자리가 5가 되었다. 나는 그때 편집장 직함을 달고 있었다. 경력 15년 차 편집자의 대략의 연봉이다. 물론 이것은 나의 경우일 뿐이다.

 

과연 편집자가 얼마나 버느냐고 묻는다면, 그들에게 나의 예시가 답이 될까? 모든 일은 상대적이니까 이 연봉이면 괜찮다는 사람도 있겠고, 너무 짜서 못해먹겠다는 사람도 있겠다. 저마다 나름의 기준이 있을 테니까.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출판사에 소속된 편집자가 아닌 출판사 바깥에서 일하는 외주편집자, 번역자, 작가들의 경우 상황은 대체로 더 나빠진다. 외주편집비와 번역료, 원고료는 내가 출판을 시작한 10여 년 전과 비교해봐도 거의 혹은 전혀 오르지 않았다. 그리하여 출판계를 떠나는 인력들을 나는 실제로 여럿 보아왔다. 그들은 탁월한 번역자이자 글쟁이들이었다.

 

 

이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수가 있느냐고 내게 묻는다면, 내게도 답은 없다. 그리고 나 개인이 답을 내놓을 수 있는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책이 안 팔린다’는 말로 이 모든 얼어붙은 상황들이 다 설명이 될까? 책이 잘 팔리면, 출판계가 활황인 날이 오면 이 모든 문제들이 해결될까? 그래서 출판계에 유능한 인재들이 넘쳐나는 상황이 올까? 책도 좋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사람을 부르는 매력적인 조건은 돈이 아니라고 부인은 못할 것이다.

 

많은 것들이 오래도록 바뀌지 않고 ‘원래 그런 것’으로 굳어졌다. 우리 다음 세대의 출판인들은 지금과는 다른 출판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 우리에겐 더 많은 좋은 롤모델이 필요하고, 우리 또한 좋은 롤모델이 되어야 한다고 느낀다. 물론 나부터서가.

 

 

*글쓴이 고우리

마름모 출판사 대표. 노는 게 제일 좋은 탱자탱자 편집자. 2006년 여름에 편집자가 되었다. 문학동네, 김영사, 한겨레출판 등 대여섯 군데 출판사를 돌아다녔다. 16년차가 되던 어느 날, 회사 가기 싫어서 덜컥 출판사를 차렸다. 출판에 목숨 걸진 않았는데, 어쩌다보니 책 만드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 출판사를 차려놓고 1년째, 막막하긴 하지만, 설마 까무러치기야 하겠어 정신으로 가고 있다. 지은 책으로 <편집자의 사생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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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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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걷는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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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months 전

    연봉을 밝히기가 쉽지 않으셨을텐데, 출판계의 현실이 참 척박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네요... 이제 사장님 하셨으니 히트작을 내세요~^^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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