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서적을 요약한 암기장을 판매하면 저작권 침해일까?
수험생 A는 방대한 양의 전문서적을 공부하면서 시험에 나오는 핵심 내용만 요약한 암기장을 만들었고, 이를 출판해서 판매하였다.
그런데 A는 전문서적의 출판사로부터 저작권을 침해하였으니 합의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받게 되었다.
A가 전문서적을 요약해서 판매한 행위는 전문서적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한 것일까?
저작권법 산책
저작권법 제5조 제1항은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을 ‘2차적저작물’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저작권법 제22조는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원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허락을 받지 않은 채 2차적저작물을 작성할 경우 원저작자의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침해하게 된다.
그렇다면 전문서적을 바탕으로 만든 요약서는 전문서적에 대한 2차적저작물에 해당할까?
다음 판례를 읽어보자.
즉, 요약서가 2차적저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원저작물을 기초로 수정·증감이 가해지되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유지하여야 하고, 요약물이 원저작물과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지는, ① 요약물이 원저작물의 기본으로 되는 개요, 구조, 주된 구성 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지 여부, ② 요약물이 원저작물을 이루는 문장들 중 일부만을 선택하여 발췌한 것이거나 발췌한 문장들의 표현을 단순히 단축한 정도에 불과한지 여부, ③ 원저작물과 비교한 요약물의 상대적인 분량, ④ 요약물의 원저작물에 대한 대체가능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위 사정들을 고려하였을 때, 요약서가 원저작물인 전문서적과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요약서 자체가 별개의 새로운 저작물로 보호되기 때문에 원저작자인 전문서적 저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더라도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요약서와 전문서적과의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될 경우에는, 전문서적 저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만든 요약서는 2차적저작물이 되고, 전문서적 저작자의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한편, 이러한 판단은 법원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원이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가 되고, 설령 법무법인에 질의하여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저작권 침해에 대한 고의가 부정되지 않아 형사상 처벌 대상이 되므로, 요약서를 작성할 때에는 미리 원저작자의 허락을 받는 것이 좋다.
참고로, 법원은 “피고인 甲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인 乙이, 영문(英文) 저작물인 원저작물의 내용을 요약한 영문요약물을 丙 외국법인에게서 제공받아 한글로 번역한 요약물을 피고인 甲 회사의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유료로 제공하는 방법으로 원저작물 저작권자의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침해하였다고 하여 구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아래와 같이 판단하고 피고인 甲에게 유죄를 선고하였다.
저작권을 침해할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당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형사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알쓸법놀(알면 쓸모있는 법률놀이터)’ 글쓴이 - 로에나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고, 가끔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합니다. 오늘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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