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문제와 저작권_알쓸법놀_로에나

2022.10.23 | 조회 1.64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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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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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은 전국의 중고등학교 시험문제들을 자료화한 후 정리하여 일정한 가격을 통해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갑이 자료화한 시험 문제 중에는 서울에 있는 공립고등학교 A고등학교의 교사들이 출제한 중간고사 시험문제도 포함되어 있었다.

위 사실을 알게 된 A고등학교의 교사들은 갑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갑은 A고등학교 교사들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일까?

 

시험문제와 저작권(출처 : 픽사베이)
시험문제와 저작권(출처 : 픽사베이)

 

저작권법 산책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이라 함은 그 표현의 방법 또는 형식의 여하를 막론하고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하며(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참조), 여기에서 창작물이라 함은 저작자 자신의 작품으로서 남의 것을 베낀 것이 아니라는 것과 수준이 높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가치가 있는 정도로 최소한도의 창작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1997. 11. 25. 선고 97도2227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A고등학교 교사들이 출제한 시험문제가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저작물인지 여부가 문제되는데 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단하며 시험문제의 저작물성을 인정하였다.

이 사건 시험문제가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요구되는 역사적인 사실이나 문학작품 등의 인문 · 사회학적 지식과 이해의 정도, 자연과학적인 원리나 컴퓨터 등에 대한 지식과 이해의 정도, 외국어의 해독능력 등을 묻는 것인 사실, 교사인 원고들이 남의 것을 그대로 베끼지 아니하고 이 사건 시험문제를 출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비록 이 사건 시험문제의 일부는 교과서, 참고서, 타 학교 기출시험문제 등의 일정한 부분을 발췌하거나 변형하여 구성된 점이 인정되고, 이 사건 시험문제가 현행 교과과정에 따른 교육내용을 전달하기 위하여 그 교육과정에서 요구되는 정형화된 내용들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하더라도, 교사인 원고들이 자신들의 교육이념에 따라서 소속 학교 학생들의 학업수행 정도의 측정 및 내신성적을 산출하기 위하여 정신적인 노력을 기울여 남의 것을 그대로 베끼지 아니하고 이 사건 시험문제를 출제하였고, 그 출제한 문제에 있어서 질문의 표현이나 제시된 답안의 표현에 최소한도의 창작성이 있음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시험문제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서울고등법원 2007. 12. 12. 선고 2006나110270 판결

 

다음으로 A고등학교 교사들이 출제한 시험문제의 경우 업무상 저작물로 볼 여지가 있어 저작권자가 누구인지가 문제된다. 

31. “업무상저작물”은 법인ㆍ단체 그 밖의 사용자(이하 “법인등”이라 한다)의 기획하에 법인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을 말한다.

저작권법

A고등학교의 교사들이 고등학교의 기획하에 통상적인 업무 범위 내에서 시험문제를 출제하였을 경우 해당 시험문제가 업무상 저작물이 될 수 있고, 시험문제가 'A고등학교' 명의로 공표되었다면 그 저작권자는 고등학교 교사가 아니라 'A고등학교'의 설립·경엉 주체인 서울특별시에 귀속된다.

제9조(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 법인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는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그 법인등이 된다. 

저작권법

이에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① 서울에 위치한 공립고등학교인 A고의 학업성적관리규정에 따라서 교과 협의회에서 결정된 시험 범위 및 교사별 출제 내용 및 문항 수에 따라서 해당 교사들이 이 사건 A고 시험문제를 출제한 사실, ② 출제자들의 출제 문제들에 대한 문항검토회의를 거쳐서 최종 시험 문제가 결정되면 대표 출제 교사가 문제지 편집과 출제계획서를 작성해 교무부 교사계, 교무부장, 교감, 교장의 순으로 내부 결재를 받은 사실, ③ 이 사건 A고 시험문제는 시험지 우측 하단에 'A고등학교'라고 한글 또는 한자로 표시되어 있으나 출제자의 표시는 되어 있지 않은 사실, ④ 이 사건 A고 시험문제가 A고 학생들에게 해당 중간 · 기말고사 시험평가를 위하여 배포되고 회수되지는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A고의 실질적 지휘 · 감독하에 있는 A고 교사인 원고들의 업무에는 소속 학생들의 내신 성적 등의 평가를 위하여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업무가 통상적인 업무로서 포함된다고 할 것이며, 시험문제지 우측 하단에 'A고등학교'라고 명기되고 출제자 표시는 되어 있지 않은 이 사건 A고 시험문제가 특정 다수인인 A고 해당 학년 학생들에게 시험 평가를 위하여 배포되고 회수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A고 시험문제는 A고 명의로 공표되었다고 할 것인바, A고의 기획하에 그 업무에 종사하는 A고 교사들이 업무상 작성한 이 사건 A고 시험문제가 A고의 명의로 일반공중인 소속 학생들에게 공표되었으므로, 단체명의저작물인 이 사건 A고 시험문제의 저작권은 저작권법 제9조에 의하여 A고의 설립 · 경영주체인 서울특별시에 귀속된다 할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2007. 12. 12. 선고 2006나110270 판결

즉, 법원은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업무는 A고등학교 교사들의 통상적인 업무에 포함되는바 이 사건 시험문제는 업무상 저작물에 해당하고, 시험문제지에 별도의 출제자 표시 없이 'A고등학교'라고만 명기된 점에 비추어 위 시험문제는 교사 명의가 아닌 'A고등하교' 명의로 공표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시험문제의 저작권은 A고등학교의 설립 · 경영주체인 서울특별시에 귀속된다.

 

따라서 저작권자가 아닌 교사들이 청구한 손해배상청구는 기각될 수밖에 없다. 다만, 갑은 시험문제의 저작권자인 서울특별시의 허락 없이 시험문제를 무단으로 복제하여 배포하였으므로 그로 인해 서울특별시에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을 것이다.

 

 

‘알쓸법놀(알면 쓸모있는 법률놀이터)’ 글쓴이 -  로에나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고, 가끔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합니다. 오늘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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