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순간을 차곡차곡 쌓는 하루_일상의 마음챙김_진아

7초와 10분 사이

2022.06.17 | 조회 9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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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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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비해 명상을 하고 있거나, 적어도 관심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복잡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혹은 화를 다스리기 위해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시도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미디어앤 아트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미디어앤 아트

몇 초 후,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안돼! 하려 크게 소리를 지르는 장면으로 넘어가기 마련이지만 말이다.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명상은 하루를 챙기는 좋은 방법 중 하나로 자주 추천된다. 성공한 사람들이 유지한다는 루틴 중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것이 명상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워크숍을 진행하다보면 명상을 얼마나 오래, 또 얼마나 자주 해야하는지가 단골 질문 중 하나다. 

마음챙김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하루 8-12분, 일주일에 5회 이상 명상을 하는 경우 약 6-8주 정도면 본인이 인지할 수 있을정도의  유의미한 효과를 발견한다고들 한다. 꾸준히, 무언가를 해서 건강한 삶을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문제는 늘 시간이다. 10분이라는 시간은 그리 어렵지 않게 하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지만, 막상 매일 매일 끼워넣으려 하면 생각보다 부담이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는 늘 바쁘고, 피곤하다. 

불교와 명상 수행법을 지도해온 샤론 샐즈버그는 짬을 내기 어렵다는 우리들에게  “명상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명상을 하려고 기억하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많은 강의에서 하루 10분을 내기 힘든 정도로 하루가 빡빡하다면, 인생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찾아보기 위해 10시간 쯤 투자해야한다는 뼈 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매일 10분은 쉽게 시작하기도, 또 유지하기도 어려운 습관이다.


마음챙김에서 명상을 하루의 일부로 만들어 단단한 루틴으로 굳힐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단단한 루틴으로서의 명상을 시도하다가 방해를 받고 나면, 더이상 지속할 원동력이 사라지기도 한다. 스트레스 감소를 위한 마음챙김 명상(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MBSR)에서는 명상 수련의 방법을 정형화(formal practice)된 것과 비정형화(informal practice) 수련으로 나누기도 한다.

정형화된 명상‘지금부터 명상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고요한 곳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 눈을 감고 일정 시간 이상 호흡, 혹은 신체 부위, 감정에 집중하는 것이라면, 비정형화 된 마음챙김 명상상의 흐름에서 단절되지 않은 상태로 ‘순간의 알아차림’에 집중하는 것이다. 

샐즈버그의 말처럼 명상을 해야한다고 기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짬을 내야한다고 마음을 먹자마자 뒤이어 찾아오는, 아직 하지 않은 일들의 리스트들이 머릿 속에 떠오르고 나면 명상을 시도하기도 전에 마음이 부담감으로 가득차버리고 만다.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명상으로의 초대장으로 여기라는 조언은 이러한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돕는 방법 중 하나이며 양치를 하는 시간, 설거지를 하는 시간에도 명상이 가능하다는 말은 일상 생활을 하는 도중 짧은 시간이라도 명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나는 주로 기다려야 하는 순간들을 짧은 명상으로 채우려고 노력한다. 커피 머신의 버튼을 누르고 난 후 커피가 잔에 차오르는  것을 관찰하거나, 코 끝에 느껴지는 향기를 오롯이 느낄 수도 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잠시 눈을 감은 뒤 소리로만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는지 알아차릴 수 있는지를 시도해 볼 수도 있다.

내 일상에 가장 잘 자리잡은  짧은 명상은 운전 중 만나는 빨간 신호등이다. 짧게는 몇 초, 길게는 2-3분 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순간을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으로의 초대라고 생각하자, 빨간 불에 멈추어 있어야 하는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명상을 하는 동안 호흡을 깊고 길게 하려는 마음은 있지만, 들여마신 공기가 어디까지 가는지, 들숨으로 차오른 공기는 어떤 길을 통해 내 몸 밖으로 나가는지, 복식 호흡을 할 것인지, 일명 필라테스 호흡이라 알려진 흉곽호흡에서 강조되는 갈비뼈가 벌어졌다가 안쪽으로 조여지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 시간을 내어 제대로 하려고 생각했을 때보다 순간 순간 찾아오는 초대 메시지에 답을 한다는 생각을 하니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 점점 더 익숙해졌다. 

얼마 전 재미있게 본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주인공 염미정은 설레는 순간을 7초, 10초 씩 모아 5분을 채우겠다고 생각하고 살아보라고 권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꼬마의 얼굴을 집중해서 바라보는 그런 짧은 순간들에서 느껴지는 안도감이 다음 초대장을 발견했을 때, 좀 더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마음을 우러나게 하는것 아닐까.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오롯이 느끼는 나만의 순간을 발견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발견한 우연한 설렘을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어질테니까. 


* 매달 17일, 27일 ‘일상의 마음챙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뉴스와 시사 인터뷰를 맛깔나게 진행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미국 수도에 있는 한 국제기구에서 참여자들의 의미있는 경험을 비추기 위해 행사 진행을 돕는 사람이 되어가는 중. 

공저로 참여한 <세상의 모든 청년>이 얼마 전 출간되었습니다. 더 많은 '우리'를 발견하기 위해 오늘도 읽고, 쓰는 하루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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