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수집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얼마 전 한 고등학교에서 ‘과학자 초청 강연'이라는 제목의 강의를 했다. 고등학생들에게 내가 하는 일을 소개하고, 데이터 분야의 직업 전망은 어떤지, 데이터 분야 일을 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설명했다. 잘 때도 손에 꼭 쥐고 자는 모바일 폰과 앱(어플리케이션)에 관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흥미있어 한 반면, 데이터와 기술에 대한 부분은 다소 생소했던 모양이다. 어떤 학생이 손을 번쩍 들고 질문을 했다.
“핸드폰 앱에서 데이터를 수집한다고 하셨잖아요, 데이터 수집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와..’ 질문을 듣는 순간 감탄이 나왔다. 보통의 사람들에게 ‘데이터 수집'은 뭔지 잘 모르지만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도 딱히 없는 하나의 추상적인 표현이다. SF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퀀텀 점프'나 우리 집 거실에 있는 ‘인버터 에어컨' 처럼 말이다. 그렇게 무심히 넘기기 마련인 부분을 콕 짚어 질문을 하다니, 보통 학생이 아니다 싶었다.
데이터 수집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실행 된다. 우리가 톡을 하는 메신저 프로그램이나 글을 작성하는 워드 프로세서처럼, 데이터 수집을 위한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데이터 수집 방식은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에서 쓰는 알림장을 상상하면 꽤나 유사하다. 선생님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나 어린이가 했던 행동, 또 보호자에게 알려야 할 사항들을 알림장에 기록해서 집으로 보낸다. 만약 어떤 특별한 알림장이 있어서, 우리가 스마트폰에서 어떤 앱을 실행했고, 그 때의 시간은 몇 시였는지, 앱 안에서는 어떤 메뉴를 조회 했는지, 각 버튼은 몇 번 씩 클릭 했는지 등의 정보를 기록해서, 그 앱을 만든 회사로 보낸다고 상상하면, 그것이 바로 데이터 수집이다.
개인정보는 무엇인가요?
그렇다면, 개인정보는 무엇일까? 위의 알림장으로 수집한 정보는 모두 개인정보겠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만약 위의 데이터 수집 알림장에 이름이 적혀있지 않다면 개인정보가 아니다. 이런 경우는 누구의 알림장인지 알 수 없다는 의미에서 ‘비식별’ 정보라고 부른다. 개인정보가 되려면, 알림장에 이름이 필요하다.
개인정보에는 모두 이름표가 붙어 있다. 즉 모든 개인정보는 누구의 데이터인지 식별이 가능하다. 그리고 데이터를 남긴 개인이 정보주체로서 권리를 갖는다. 개인정보의 정보주체로서의 권리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명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 또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의 열람이나 정정/삭제, 처리중지를 요구할 수도 있고, 개인정보의 훼손이나 유출/변조된 경우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나도 모르게 내 사생활이 팔린다
요즘은 개인정보에 매우 민감한 시대다. 얼마전 정지우 작가가 쓴 글에도 등장하는 것처럼 ‘과거에는 전화번호부에 온 집들의 전화번호가 공개되어 있었고, 심지어 주민번호까지 동네방네 공개하고 다니는 세상이었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게 아주 민감한 정보가 된 시대’다. 그렇게 된데에는 개인주의가 확장되고 각자 사생활을 존중하게 된 사회적 배경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개인정보가 경제적 가치를 갖게 된 것'이다. 개인의 전화번호나 주소를 장사에 적용해보니 효과가 제법 쏠쏠했고, 효과가 확인되자 개인의 정보를 사고 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사생활이 담긴 알림장이 하나의 상품이 된 것이다.
무분별한 개인정보의 거래를 막기 위해, 개인정보를 거래 하기 위해서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또 개인정보의 유출이나 도난 발생 시 정보주체가 이로 인한 손해를 청구 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러나 정보주체의 경제적 권리까지 보호 하고 있는 수준은 아니다. 개인정보의 소유권이나 재산권은 아직 법에 정의 되어 있지 않다. 즉, 나의 개인정보를 나의 동의 하게 팔아도 나에게는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판매 뿐 아니라 공유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내 개인정보의 판매만 잘 막으면 될까? 그렇지 않다. 내 정보는 거래가 아닌 다른 수단으로도 여러 회사에 넘어갈 수 있다.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동의라는 방법을 통해서다.
최근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를 앞세운 광고 캠페인을 하고 있다. 내 정보가 경매를 통해 거래되는 장면을 보여준 후, 데이터 추적 금지 (데이터 제공 동의 철회) 버튼을 누르면 데이터가 안전하게 지켜진다는 내용이다.
경매장에 들어서서 열렬히 내 개인정보에 값을 매기는 사람들(회사들)을 보면, 내가 평소에 별 생각없이 눌렀던 동의 버튼을 통해 얼마나 많은 회사에서 내 개인정보를 받아 쓰고 있을지 생각하게 되면서 뜨끔하다.
개인정보나 데이터 수집은 철학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일상 속에서, 비록 인지하지 못한 상태지만, 매일 접하는 구체적인 상황들이다. 몇 가지만 잘 확인하면, 나의 개인정보와 나의 사생활은 내가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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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서하연
카카오에서 데이터 비즈니스를 고민하고, 데이터 프로덕트를 만듭니다.
데이터, 인공지능과 함께 하는 미래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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