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부턴가 그다지 먹고 싶은 것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도 가족과 함께 뭔가를 먹으면 밥맛이 살아나곤 하는데, 그래서 사람들이 먹방을 보는가 싶기도 하다. 마주 앉은 사람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죽었던 밥맛이 잠시나마 살아난다. 주말에는 두 딸이 무언가를 먹는 모습을 보면 밥을 기꺼이 먹을 수 있고, 주중에는 아내가 메뉴를 고르면 밥 한 공기를 비울 수 있다.
요즘 주중 저녁에는 종종 외식을 한다. 집은 정리가 되지 않았고, 둘 다 저녁이면 지쳐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 딸이 제법 커서 둘을 놔두고 짧은 외출도 가능해진 까닭이다. 우리가 사는 율하 1지구는 오래된 식당이 많은 편이다. 주로 오래된 맛집이 많다. 주민들에 의해서 검증을 살아남은 곳은 평소에도 손님이 이어지는 편이다. 직원들이 특별히 친절하지는 않지만 안정된 맛과 위생 상태가 양호한 것이 특징이다.
뷰는 별것 없지만, 언제 먹어도 속이 편한 국밥집이 근처에 몇 군데 있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아내가 좋아하는 갈비를 배불리 먹일 수 있는 고깃집도 있다. 뭔가를 굽는 것이 힘들 만큼 손목이 피곤했던 날은 직원이 직접 그릴링을 해주는 돼지고기구이 전문점에 간다. 조금은 비싸지만, 그곳에 가면 뭔가 대우받는 느낌 든다. 아내가 면이 땅긴다고 하면, 우리 카페와 같은 해에 오픈한 <김씨 화덕>에 가서 알리오 에 올리오를 먹는다. 가끔은 중국집도 간다. 프랜차이즈긴 하지만 정돈된 느낌을 주고 늘 비슷한 맛을 내는 곳이라 선호하는 편이다.
아내도 밥맛이 없다고 느낄 때는 자동차를 타고 새로 만들어진 상업지구로 간다. 짧은 드라이브 끝에 도착할 수 있는 율하 2지구에는 새롭게 간판을 올린 식당들이 많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세련된 인테리어를 구경할 수도 있고, 운영하는 사람들의 경영 방식을 엿볼 수 있어서 좋다. 손님을 대하는 눈빛에서 어떤 각오가 느껴져서 가는 곳마다 한 수 배우는 느낌이 든다. 직원들도 대게는 친절한 편이다.
직원의 친절함을 끌어내는 것도 사장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대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직원이 있는 가게는 빈 테이블이 많은 경우가 많다.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주며, 미리 세팅해준 밑반찬의 맛을 물어보는 가게도 있는데 그런 가게는 아니나 다를까 빈 테이블이 빠르게 채워진다. 친절이 시스템화된 가게는 환영받기 마련인 것 같다. 그런 가게는 분명히 바쁜 날은 직원들에게 조금 더 급여가 책정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 카페에도 어떤 시스템화된 친절이 존재한다. 먼저 주문받을 때 언어를 소중히 한다. 대단한 것은 아니고 맥도날드 드라이브스루처럼 주문받을 때, 정확하게 주문을 받는 것이다. 빅맥 라지 세트를 달라고 하면, “네 알겠습니다” 하고 짧게 말하는 게 아니라, “네 빅맥 라지 세트 드리겠습니다” 하고, 다시 직원의 입으로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을 주문받을 때 최대한 하도록 요구하는 편이다.
또 다른 것이 있다면, 서빙할 때 트레이를 놓고 바로 오는 것이 아니라, 리필 안내를 하는 것이다. 트레이만 놓고 툭 오게 되면, 뭐랄까 커피가 테이블에 던져지는 느낌이 된다. 해서 트레이에 손을 떼는 속도를 늦추고 꽃에 머무는 나비처럼 서빙을 해달라고 교육한다. 사실 교육을 하는 것은 사장인 나의 입장이고, 그것은 온전히 직원의 선택이긴 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런 작은 행동을 실천하는 직원이 있을 때 카페의 흐름이 더 좋은 편이다. 그래서 바쁜 날은 메인 바리스타의 급여를 조금 더 챙기고, 경기가 좋지 않더라도 그것은 꼭 지킨다.
카페에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직원들은 때때로 그런 것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손님들에게 어떤 뒷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대게 우리 카페에 애정이 있는 오래된 단골손님에게서 듣는 말이다. 그러면 나는 감사의 뜻으로 커피 한 잔이라도 더 드린다. 그리고 그 내용을 해당 직원에게 말한다. 상처받지 않도록 전하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숙제다. 그것은 다소 고달픈 일이다. 하지만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숙명 같은 것이기도 하다. 작은 차이로 누군가에게 만족감을 선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는 것과 조금씩 변화하는 사람을 지켜보는 것은 어렵지만 그만큼 보람 있는 일이다.
어쩌면 내가 월급 말고 줄 수 있는 것 중에서 괜찮은 것은 그런 태도가 아닐까 한다. 짧은 순간 결정될 수 있는 그런 작은 부분이 있고, 그것은 피곤했던 하루를 깨우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을 잇고, 작은 세상을 유지한다. 작은 규칙을 지킬 때, 타인의 눈빛은 물론이고 마음조차 사로잡을 수 있다는 사실은 꽤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카페는 식당과 달리 배부른 사람이 오는 곳이다.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된 사람이 찾는 공간은 조금 더 민감한 관리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테이블의 얼룩은 물론이고, 장식장의 먼지도 쉽게 눈에 들어온다. 그런 공간을 한결같이 관리하는 것도 꼭 바리스타에 필요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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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인사이드’ 글쓴이 - 정인한
김해에서 12년째 ‘좋아서 하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낮에는 커피를 내리고, 밤에는 글을 쓴다. 2019년부터 2년 동안 <경남도민일보>에 에세이를 연재했고, 2021년에 『너를 만나서 알게 된 것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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