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과 안식을 추구하는 낙원이든, 축제나 사회적 이벤트를 위한 장치이든, 정원은 다양한 목적과 요소로 표현된다. 그 요소들은 어느 시대 내내 일관된 것들도 있지만, 필요에 따라 그때마다 달라진다.”
<예술의 정원> 서문 중에서
정원 여행을 다니다 보니 머릿속에서 수없이 많은 정원이 만들어졌다 허물어졌다를 반복한다. 정원의 개념이 달라지면 그려지는 정원의 크기와 분위기도 달라지고, 정원에서 하고 싶은 일이 늘어날수록 어떤 구조와 모양새일지 새롭게 상상하게 된다.
어떤 날은 형형색색의 장미가 울타리를 가득 덮은 정원을 꿈꾸다가 또 어떤 날은 탁 트인 하늘 아래 끝도 없이 펼쳐진 야생화 초원이 멋지다고 혼자 중얼거린다. 바람결에 춤을 추는 그라스 물결을 본 날엔 그라스 정원을 만들어야지 싶다가도 시원한 나무 그들이 가득하고 다양한 식물이 어우러진 풍성한 숲 정원을 만나면 ‘그래, 이거지!’ 감탄하며 머릿속 그림이 숲으로 바뀌어버린다. 아무리 정원 초보라도 너무 쉽게 마음이 팔랑거리는거 아닌가 싶지만 이게 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무장해제 된 탓이지 싶어 베시시 혼자 웃는다.
정원 여행을 다니는 첫번째 이유는 새로운 정원을 경험하며 내 안에 자리잡은 ‘전형적인 정원’을 지워내기 위해서다. 여러 정원을 찾아가 직접 보고 느끼면서 나의 정원 취향을 보다 확실히 깨닫고, 지역과 지형, 건축이 어우러지는 정원은 어떠해야 하는지 실감과 영감을 얻고 싶어서이다. 책과 영상을 통해서도 다양한 정원을 만나지만 두 발로 직접 찾아가 만난 정원에서는 온몸의 감각이 “오!!! 여기 정말 좋아!”라며 말을 건네므로 가장 큰 배움이 된다.
이천에 있는 에덴파라다이스 호텔 정원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방문한, 둘러보는 내내 몸과 마음이 ‘나, 여기 정말 마음에 들어!’라고 외쳤던 정원이다. 에덴파라다이스 호텔(이하 에덴)은 기독교식 메모리얼 파크(납골당)를 기반으로 호텔과 레스토랑, 카페와 정원을 함께 조성한 곳인데, 가족을 추억하러 오는 슬픈 장소가 아닌 행복한 기분으로 오래 머물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자 애쓴 수고가 곳곳에 묻어난다.
영국식 정원을 표방한 에덴의 정원에는 눈길을 잡아끄는 정원의 여러 요소가 보인다. 색과 형태가 다양한 여러 개의 유리온실(티하우스와 티룸 혹은 이벤트 공간으로 쓰인다)과, 다양한 수종의 꽃과 나무들, 생울타리로 만들어진 이국적인 초록벽, 가만히 머물고 싶은 공간마다 살포시 놓여있던 벤치, 새로운 방으로 들어서는 듯 공간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바닥재와 주변의 심겨진 식물디자인을 따라가다 보면 희미한 안개 속에 가려졌던 나의 정원 감수성이 선명히 깨어나는 느낌이다.
에덴 정원의 가장 큰 특징은 여러 테마를 가진 공간이 적절히 열리거나 닫히면서 다양한 분위기의 공간을 구성한다는 점이다. 홀로 사색하는 공간부터 여럿이 모여 책을 읽거나 차를 나눌만한 아늑한 공간, 가만히 앉아 물줄기를 바라보며 마음을 정돈할 스팟, 스몰 웨딩처럼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담아낼 공간까지 둘러보는 내내 즐거운 상상을 이어가게 만든다.
에덴의 정원을 거닐며 ‘나는 정원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가’ 질문해 본다. 정원이 있는 삶을 떠올릴 때마다 ‘쉼과 영감’이라는 키워드가 따라왔던 나는, 책임과 역할을 벗어던지고 본연의 나로 돌아오는 시간, 자연의 생태를 통해 어떻게 더불어 사는 삶을 배우길 기대한다. 자연의 생태를 관찰하고, 아름다운 형과 색의 조화를 즐기고, 자연이 열어주는 감수성을 통해 깊은 사색과 성찰이 묻어나는 글을 쓰는 공간, 그곳이 나의 정원이길 바란다.
에덴파라다이스 호텔 정원은 경기도 이천에 위치하고 있어 근거리 여행 기분으로 다녀가면 참 좋을 곳이다. 정원 내에 있는 카페 ‘티하우스 에덴’에 들어서보면 정원과 건축이 이토록 조화로울수 있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랄 수 있다. 그레이카키 컬러의 철근과 웅장한 관엽식물의 어우러짐은 온실의 아늑함을 더해, 갈 때마다 나도 이런 공간을 갖고 싶다는 욕심이 올라온다. 사랑하는 이와 에덴의 정원에 한번 들러보길, 온실 창 너머로 정원을 바라보며 향긋한 홍차 한잔 마셔보길 권한다.
*글쓴이 – 이설아
작가, 글쓰기 공동체 <다정한 우주>리더, 정원이 있는 시골 민박 '온리앳오운리'를 준비하는 초보 가드너. 저서로는 <가족의 탄생>,<가족의 온도>,<모두의 입양>,<돌봄과 작업/공저>,<나의 시간을 안아주고 싶어서/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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