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일요일 저녁 8시 ‘패밀리 타임’이 있다. 각자 홀로 몰입하던 시간을 멈추고 모여 가족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다.
주말마다 외식을 하고, 공원 산책도 하고, 교회도 나란히 다녀오지만, 중고등학생이 된 아이들과는 몸을 함께 움직이는 것 외에도 마음을 연결하는 밀도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월부터 매주 일요일 저녁 8-10시를 패밀리 타임으로 갖고 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이 시간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건네는 걸 느낀다.
다 같이 거실에 모여 앉아 조명을 낮춰 분위기를 잡은 후 함께 듣고 싶은 음악을 플레이리스트에 담는다. 세대 차이가 나는 이들이 선택한 노래이다 보니 거실 스피커에서는 다양한 시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그 덕분에 생각보다 많은 대화가 가족 안에 오간다.
가수나 노래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이 노래에 얽힌 추억을 소환하고 시대적 배경도 나누게 되니 수십 년의 세대 차이를 가진 우리가 서로의 정서와 역사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함께 음악을 듣는 시간이 쌓이다 보니 다 같이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도 많아진다. 요즘 신세대 가수들이 우리 세대의 노래를 리메이크해서 다시 알린 덕이기도 하고, 우리 세대 노래 중 일부는 원곡이 전설처럼 그대로 전해져 요즘 아이들에게 힙하게 어필되는 이유도 있다.
아이들이 흥얼거리는 노래를 듣고 ‘그거 엄마 대학교 1학년 때 한창 유행하던 노래야’라고 말하면 아이들이 깜짝 놀란다. 아이들이 상상하는 엄마의 대학시절이란 거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처럼 까마득하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테니 말하는 나도 웃음이 나고 만다.
어젯밤에도 다섯 가족이 모여 앉아 여러 음악에 젖어들었다. 신이 난 아이들은 목청껏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일어나 춤을 추기도 한다. 사춘기 중고등학생이 있는 가정에선 흔히 볼 수 없는 이 기이한 풍경. 밤이 늦었으니 그만하라 말리면서도 왠지 가슴 한구석이 충만해지는 느낌이 든다. 아이들의 신나는 표정, 새털 같은 몸짓을 보는데 이게 행복이지, 우리 잘 살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어제 패밀리 타임의 마지막 곡은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 이 곡은 내가 운영하는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의 입양가족예술캠프에서 입양 아빠들이 열심히 춤을 췄던 곡이다. 아이들은 노래를 듣는 내내 무대 위에서 뻣뻣한 몸을 열심히 움직이던 아빠를 소환한다. 몸치 아빠를 놀려먹는 재미도 있지만, 가족 모두가 무대에 섰던 그 시절에 대한 아련함, 어느새 8년 전으로 지나가버린 자신의 유년 시절도 소환하는 것이다.
패밀리 타임을 끝내고 다시 각자의 방으로 돌아갈 때면 ‘아, 벌써 월요일이네. 내일 학교 가기 싫다’, ‘나도 출근하기 싫다’를 버릇처럼 내뱉지만 우린 모두 알고 있다. 함께 새긴 이 시간이 한 주간을 살아갈 모두에게 보약이 될 거라는걸, 흔들릴 때마다 우리를 세우는 마음의 근육이 될 거라는걸 말이다.
가족은 그런 존재인 것이다. 가족이 함께 한 시간은 그런 의미인 것이다.
* 매달 13일, 23일 ‘마음 가드닝’
글쓴이 - 이설아
<가족의 탄생>,<가족의 온도>를 썼고 얼마 전 <모두의 입양>을 출간했습니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입양가족의 성장과 치유를 돕는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 대표로 있으며, 가끔 보이지 않는 가치를 손에 잡히는 디자인으로 만드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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