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무더웠던 지난주는 대개 구름이 봉긋한 모양이었다. 카페 거리는 한산했다. 종종 손님이 찾아오면 잠시 커피를 내렸다. 여유가 생겨서 다시 밖으로 나오면 또 다른 뭉게구름이 떠다니곤 했다. 한적한 시간에는 매미의 울음소리인지 나무의 울음소리인지 모를 계절의 소음을 들으면서, 그 아래의 그늘을 서성였다. 졸아든 하천의 흐름을 보는 것도 괜찮다.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냈다. 세상사와 무관한 것, 먹고 사는 것과 관계없는 것을 바라보면, 어느 정도 기분을 유지하고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루틴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시원한 우유에 미숫가루를 타서 아침을 먹고, 매일 석 잔의 도피오를 마시고, 가사가 없는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손님을 기다렸다. 책도 매일 몇 페이지씩 읽었다.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으면, 어떤 글이든 썼다가 지웠다. 대게 결국은 빈 화면이 되었지만, 그래도 뉴스를 보고 새로운 걱정을 더 하는 것보다는 그것이 더 괜찮은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휴가철에 아무 곳에도 가지 못한 사실이 생각나서, 아내에게 괜히 전화를 걸곤 했다. 오늘은 아이들과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시원하게 하고 있는지, 안부를 물었다.
거리 두기 4단계가 되고 성수기라고 할 수 있는 여름방학이 비수기가 되었다. 처음에는 카페의 영업시간을 줄이는 문제에 대해서 잠깐 고민을 하기도 했었지만, 결국은 모든 것을 정상적인 상황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을 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직원의 삶도 중요하고, 어쩌면 우리가 내리는 커피 한잔이 누군가에는 꼭 필요한 루틴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 시간에는 흐름이 있었다.
휴가 없이 일하는 듯한 손님이 들러주었고, 잠깐 걷는 것이 유일한 낙인 손님들이 잠시 쉬기 위해서 들러주었다. 그 외에도 이 공간을 사랑방처럼 여겨주는 몇몇 손님들이 안부를 묻기 위해 작은 선물을 사 들고 방문해주었다. 이승희의 산문집, 수제 청, 견과류가 많이 들어 있어서 아메리카노와 잘 어우러지는 빵, 작은 편지와 동봉된 인센트 스틱을 받았다. 짧은 시간 이렇게 많은 선물을 받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우리는 평소처럼 커피를 내렸고, 특별히 보답할 방법은 없었다. 다만, 조금 더 마음을 담아서 인사하는 것이었다. 말만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감사하는 것, 그들의 안녕을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들의 일상을 구성하는 절차에 우리 카페를 빼놓지 않아서 덕분에 우리는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다만 퇴근해서 집으로 왔을 때는 면이 서지 않았는데, 그것은 아마도 가지고 오는 돈이 눈에 띄게 줄어서이기도 하고, 심심해하는 두 딸 때문이었다. 온종일 집안에서 아이들을 돌본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저녁이 되면 초등학교 이학년인 첫째 딸 서우는 방학 숙제로 매일 일기를 쓰는데, 쓸 때마다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을 하곤 했다. 아빠, 오늘은 뭐 쓰지 하고 물어보는 모습이 어릴 적 내 모습과 비슷했다. 그래도 씩씩하게 오늘의 날씨를 적고, 하루의 일들을 꾸역꾸역 써내려가는 모습이 대견했다.
곁눈으로 보니, 어떤 날은 아내와 카레를 만들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거실에서 분무기로 물총 놀이를 했던 모양이었다. 대게는 그날 먹은 음식에 대한 품평이 많았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닭고기를 우걱우걱 먹었다는 이야기, 국수를 호로록, 된장은 꿀꺽꿀꺽했다는 일상이 적혀 있었다. 둘째 온이는 방학 기간 동안 가지고 싶은 장난감이 부쩍 늘었는데, 유튜브 때문이지 싶었다.
주말은 그래도 마음이 편했다. 저녁을 먹은 뒤 밤늦게까지 두 딸과 놀이터에서 놀았기 때문이다. 텅 빈 놀이터에서 오랜만에 마음껏 술래잡기도 하고, 한 마리도 잡지 못했지만, 매미를 찾아서 수풀을 한참 동안 뒤집고 다녔다. 마른 번개가 치는 드높은 구름을 보기도 했다. 서우는 일기 쓸 거리가 생겼다면서 한참을 좋아했다.
그날 밤에는 아이를 욕조에 들어가게 하고 손님에게 선물 받은 인센트를 태웠다. 얇은 스틱이 천천히 타들어 가면서 낯선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어느 순간 거실의 꿉꿉한 공기가 가벼워지는 듯했고, 무더웠던 계절이 잠시나마 물러나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여름이 조금씩 알게 모르게 물러가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나를 찾을 때까지 그런 기대를 하며 식탁 한편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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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인사이드’ 글쓴이 - 정인한
김해에서 카페를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남도민일보에 이 년 동안 에세이를 연재했고, 지금도 틈이 있으면 글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무엇을 구매하는 것보다, 일상에서 작은 의미를 찾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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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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