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에도 빈부격차가 있다. 오전에 아이를 유치원에 등원시키려고 버스를 태우려고 가는 중이었다. 길가에 보니 지뢰 같이 한걸음마다 똥 들이 제법 있었다. 형태로 봤을 때 사람이나 개똥은 아니었고 분명 고양이의 것이었다. 최근에 길 고양이, 특히 새끼들이 많아진 것을 보긴 했는데, 녀석들의 짓이군 하는 생각을 했다.
아이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유심히 똥들을 봤다. 이상했다. 어떤 똥은 단단한 모습으로 굳어져있었는데, 어떤 똥은 설사처럼 질펀한 액체에 가까운 형태였다. 냄새를 맡으려고 한 건 절대 아니지만, 풍겨 나오는 기세도 달랐다. 문득, 측은지심이 들며 이런 말이 나왔다. 밥은 먹고 다니냐.
똥은 어떤 생명체가 무엇을 먹었는지를 가장 솔직한 민낯 자체다. 좋은 것을 먹었다면, 그것(이하로는 똥을그것이라 부르겠다. 너무 많이 쓰니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도 좋은 과정을 거쳐, 좋은 모습으로 형성될 것이고, 나쁜 것을 먹었다면, 그것도 나쁜 과정을 거쳐, 나쁜 모습으로 형성되니 말이다.
이렇게 그것은 빈부격차를 보여준다. 잘 먹고 잘 사는 생명체는 잘 싸고, 못 먹고 못 사는 생명체는 못 싼다. 전자의 고양이의 그것은 그나마 괜찮은 음식을 먹었기에 그런 형태였을 것이고, 후자의 고양이의 그것은 음식물 쓰레기에 가까운 것을 먹었기에 그런 형태였을 것이다.
그것 속에서 각 고양이의 모습이 비취었다. 한 녀석은 식사에 가까운 것을 여유 있게 먹고 힘차게 여기저기를넘나드는 모습이, 한 녀석은 식사라고 할 수도 없지만 살아야 하기에 어떻게든 꾸깃꾸깃 밀어 넣고 눈치를 보며 여기저기 도망가기 바쁜 모습이.
한참을 그것 앞에 서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것이 이렇게 많은 것을 알려주다니. 사람이라고 별반 다를까. 잘먹고 잘 살면 잘 싼다. 식사를 할 때 음식을 선택할 수 있는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못 먹고 못 살면 못 싼다. 식사를 할 때 음식을 선택할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에도 빈부격차가 있다는 것은 참 잔인한 사실 같았다.
잘 먹고 잘 사는 게 점점 힘겨워지는 시기, 못 먹어도 못 살아도 잘 싸는 행복만큼은 빼앗지 말아 줬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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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사정으로 하루 늦게 발행하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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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B급들을 위한 작은 시’ 글쓴이 - 김싸부
내가 글을 쓰는 것이 아닌, 글이 나를 쓰길 바라며, 오늘도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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