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워져서 그런지 빙수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가게에 들어서고 메뉴판도 보지 않고 빙수를 주문하는 손님들이 꽤생겼다. 그러면 나는 조금은 눈동자가 바쁘게 움직이는데, 왜냐하면 우리 카페에는 그런 메뉴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짐짓 한 탬포 쉬고 조금 더 밝은 목소리로 아포가토를 권한다. 에스프레소와 아이스크림을 곁들여 먹는 이탈리아식 디저트를 빙수 대용으로 권하지만, 그렇게 되면 반대로 손님의 눈동자가 바쁘게 움직인다. 빙수와 아포가토는 엄밀히 말하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손님은 완전히 다른 메뉴를 시키거나 다른 카페로 가게 된다. 나는 죄송하다고 이야기하고 조금 더 친절하게 배웅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어떤 손님은 왜 빙수를 안 하느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예전에 했었잖느냐고 하며, 초창기에 카페에 있었던 그 메뉴를 기억해내는 사람도 있다. 나는 말이 길어지면 이상해질 것 같아서 죄송하다고 거듭 말할뿐 더 이상 뭐라 특별한 말을 하지 않는다. 미묘한 내 표정이 들키지 않기 위해서 머신 주변을 정리하고, 바의 기물이 밖으로 떨어지지 않게 안쪽으로 정리할 뿐이다.
빙수를 안 하게 된 이유는 사실 단순하다. 단순한데 그것을 말하자면 손님 처지에서 조금은 서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카페를 오픈할 즈음에는 우유를 바로 얼려서 눈꽃처럼 만들어버리는 기계가 없었다. 그냥 각얼음을 갈아서, 우유를 조금붓고 과일을 썰어서 토핑하고, 앙금 팥과 찹쌀떡을 올리는 빙수밖에 없었던 시절이었다. 우유와 설탕을 섞은 뒤 얼려서빙삭기에 가는 방법도 있지만, 그것은 위생상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었다. 얼음을 가는 기계 내부의 칼날을 깨끗하게 씻는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우리 카페에도 한때는 매출에 도움이 되는 단순한 옛날 빙수를 열심히 만들어 팔았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해 문제가 생겼다. 그 시절 카페에서 일했던 아르바이트생이 빙수를 만들면 자주 다쳤다. 나처럼 뭔가를 깎는 것이 서투른 친구였고 시간에 쫓겨서 과일을 깎으면 어김없이 손끝에 작은 상처가 생겼다. 물을 만지는 일인 바리스타에게 상처가 생기는 것은 큰일이었다. 잘 낫지도 않을뿐더러, 통증을 달고 일하는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었다. 그녀가 일을 시작하고 몇 주 지켜보다가 그해 여름 빙수 메뉴를 종료했다. 공식적인 이유는 거짓이었지만 팥앙금 납품업체의 폐업이었고 비공식적인 이유는 함께 일했던 직원의 표정이었다.
이것은 진실인데, 나는 함께 일하는 사람의 표정이 중요하다. 어쩌면, 그것은 나에게 잘살고 있다는 징표처럼 여겨진다. 매출, 평판 이런 것은 꿈틀거리는 것이고 잘 모르겠다. 다만, 그날의 함께 하는 이의 표정이 그날 나를 증명하는 듯하다. 그것 외에도 실질적으로 직원의 표정이 나의 표정보다 중요하다.
나 같은 내향적인 사장은 응대가 서툴고 커피 내리는 자체를 더 좋아한다. 게다가 늘 카페에 있는 것도 아니다. 언제 올지모르는 손님은 직원 만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리고 그들은 다른 곳에서 누릴 수 없는 친절을 기대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 그들 중에서 깊고 황홀한 커피의 맛이나 화려한 라테아트를 느끼기 위해서 오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쉬고 잃어버린 낭만을 찾기 위해서 온다. 그렇게 몇천 원의 커피값을 지불한다. 그 속에서 다른 곳에서 받기 어려웠던 존중과 환대를 바란다. 그것이 시작은 응대하는 사람의 표정이다.
사실, 얼마 전에 손님으로부터 긴 문자를 받았다. 자세히 언급하기는 그렇지만, 결론은 직원이 불친절하다는 말이었다. 그 말을 최대한 둥글게 돌려서 이야기했다. 일이 있고 며칠이 지났지만, 해당 직원의 표정은 여전히 뭔가 그늘은 지워지지 않았다.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계속 고민되었다. 원래 삶에 힘든 일이 제법 있었던 친구였다. 나는 더 잘해주려고 하지만, 그것도 큰 효과가 없는 듯했다.
방법을 잘 몰라서, 함께 일하게 되면 기운을 줄 기회라고 여긴다. 평소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집에 온다. 그런데도 입맛이없다. 개운하지 못한 하루가 이어지고 있다. 배는 고프지만, 뭔가 먹고 싶은 것이 없어졌다. 다행히 같이 사는 세 명 중의 한 명이라도 먹고 싶은 것이 있어서 메뉴가 정해진다. 아빠, 칼국수 먹고 싶어. 인한, 오늘은 마라탕 이렇게 말하면 그날의메뉴가 결정된다. 그렇게 한 끼를 해결한다. 그렇게 함께 무언가를 먹던 어느 날 아내에게 이 이야기를 꺼냈더니, “자식이라 생각하고 더 잘해줘야지” 란다. 그렇게 간단히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간단하지만 어려운 해결책이다. 장사가 아무렇지않게 되는 듯하다가, 때로는 이렇게 갈피를 못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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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인사이드’ 글쓴이 - 정인한
김해에서 10년째 ‘좋아서 하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낮에는 커피를 내리고, 밤에는 글을 쓴다. 2019년부터 2년 동안<경남도민일보>에 에세이를 연재했고, 2021년에 『너를 만나서 알게 된 것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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