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소설 ‘로에나’를 집필하여 출간하였고, 해당 소설을 연극으로 공연하기 위해 공연기획사와 작가계약을 체결한 후 ‘로에나’의 초벌대본을 집필하였다. 그런데 공연기획사는 ‘로에나’의 초벌대본을 본 후, 연극의 기술적인 요소가 부족하니 연극작가 C를 통해 대본을 수정할 것을 제안하였고, 이에 A가 동의하였다.
이후 C는 ‘로에나’의 초벌대본을 기초로 전체적인 줄거리는 유지하되,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키고, 장면의 배열순서를 변경하였을 뿐만 아니라 대사 등 표현의 상당 부분을 수정 및 각색해서 ‘로에나’의 최종대본을 완성하였고, 이를 기초로 연극 ‘로에나’가 제작 및 공연되었다.
이후 A는 위 최종대본을 바탕으로 노래 가사 등 뮤지컬 요소를 추가해 ‘로에나’의 뮤지컬 대본을 완성하여 뮤지컬 ‘로에나’를 공연하였고, 그 과정에서 C의 허락은 받지 않았다.
그런데, ‘로에나’의 뮤지컬 공연 사실을 알게된 C는, A가 자신이 작성한 최종대본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A를 저작권법위반죄로 고소하였다.
최종대본의 저작권은 누가 가지는 것일까?
‘로에나’ 뮤지컬을 공연한 A는 형사상 처벌을 받게 될까?
저작권법 산책
먼저, 이 사건에 등장하는 저작물들을 살펴보자.
이 사건에는 원저작물인 ‘로에나’의 소설, 그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초벌대본, 그 초벌대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최종대본, 그리고 그 최종대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대본이 등장한다.
각 대본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귀속되는 것일까?
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동저작물과 2차적저작물의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법 제2조는 제1호에서 ‘저작물’이라고 함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제2호에서 ‘저작자’라고 함은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제21호에서 ‘공동저작물’이란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창작한 저작물로서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고 각 규정하고 있다.
한편 저작권법 제5조는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을 독자적인 저작물로 보호하고 있는데, 이를 ‘2차적 저작물’이라고 한다. 즉, 원저작물을 각색하여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유지하면서도 여기에 ‘새로운 창작성’을 부가하는 경우에는 해당 저작물은 ‘2차적 저작물’이 된다.
이 사건에서 초벌대본은 "원저작물인 소설 ‘로에나’와의 관계에서" 소설 ‘로에나’와 실질적 유사성을 유지하면서 이를 각색하여 독자적으로 창작한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최종대본이 “초벌대본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창작성이 부여되지 않은 A의 단독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새로운 창작성이 부여되어 C의 독자적인 저작물인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그렇지 않으면 A와 C가 공동으로 창작한 ‘공동저작물’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다음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자.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바탕으로 ① A는 자신이 작성한 연극 ‘로에나’의 초벌대본이 C에 의하여 수정·보완되어 새로운 창작성이 부여되는 것을 용인하였고, C도 A와 별개의 연극대본을 작성할 의도가 아니라 A가 작성한 초벌대본을 기초로 이를 수정·보완하여 보다 완성도 높은 연극대본을 만들기 위하여 최종대본의 작성 작업에 참여한 점, ② A는 초벌대본이 C에 의하여 수정·보완되어 연극으로 공연되기까지 극작가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대본작업에 관여하였고, C도 최종대본의 작성 과정에서 A로부터 수정·보완작업의 전체적인 방향에 관하여 일정부분 통제를 받기는 하였으나 상당한 창작의 자유 또는 재량권을 가지고 수정·보완작업을 하여 연극의 중요한 특징적 요소가 된 새로운 캐릭터·장면 및 대사 등을 상당부분 창작한 점, ③ 최종대본은 그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있어서 A와 C가 창작한 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단일한 저작물이 된 점 등을 살펴보면, A와 C는 최종대본의 공동저작자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즉, 사안에서 최종대본은 A의 저작물도, C의 저작물도 아닌, A와 C의 공동저작물에 해당한다.
한편 저작권법 제48조에 따르면 공동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은 그 저작재산권자 전원의 합의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행사할 수 없다. 즉, A는 C와 합의하지 않으면 공동저작물인 최종대본의 저작권을 행사할 수 없다.
그렇다면 A가 공동저작권자인 C의 동의없이 최종대본을 이용하여 뮤지컬 대본을 창작해 공연한 것은 공동저작자 C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일까?
위 대법원 판례를 계속 읽어보자.
대법원은 A가 C와의 합의없이 공동저작물인 최종대본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공동저작물에 관한 저작재산권의 행사방법을 위반하는 행위에만 해당할 뿐,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즉, 대법원은 '저작권 행사방법의 위반'을 '저작권 침해'와 다른 별개의 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결국 사안에서 A에게는 저작권 침해죄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었다.
정리하자면, 최종대본은 A와 C의 공동저작물에 해당한다. 따라서 C의 허락없이 최종대본을 이용해 뮤지컬을 공연한 A는 공동저작물에 관한 저작재산권의 행사방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은 지지만, 저작권을 침해한 것은 아니므로 형사처벌은 피할 수 있다.
저작권침해죄에 해당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알쓸법놀(알면 쓸모있는 법률놀이터)’ 글쓴이 - 로에나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고, 가끔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합니다. 오늘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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