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러네이 엥겔른은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라는 테드 강의에서 여자들이 외모에 시간과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쓴다고 말했다. 머리 스타일이 괜찮은지 체중이 늘진 않았는지 피부가 번들거리진 않는지 등 외모에 신경을 쓰느라 정작 더 중요한 일에는 신경을 덜 쓴다고 했다. 어떤 설문 조사에서 54%의 여성이 "뚱뚱해지느니 트럭에 치이겠다"고 대답했는데 엥겔른은 학생들에게 이와 같은 사실을 이야기하며 학생들의 분노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학생들의 질문은 이런 것이었다. "트럭이 얼마나 큰데요?" "어떤 종류의 트럭인가요?" "치였을 때 얼마나 아픈가요?"
많은 여자들이 외모 강박에 시달린다. 나는 예뻐야 된다. 예뻐야만 한다. 아름다운 외모를 갖기 위해 노력한다. 외모 강박의 분야(?)도 다양하다. 얼굴, 몸매, 머리, 피부 등. 더 깊게 들어가면 한 분야당 갈래가 또 세부적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얼굴이면 얼굴형, 눈코입의 형태, 속눈썹, 피붓결 등. 다이어트 할 때도 뱃살, 허벅지살, 팔뚝살…… 갈래가 무궁무진하다. 이러한 외모 강박이 지긋지긋해질 때가 있다.
영화 <나를 찾아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미모의 여주인공이 작정하고 외모 파업을 하는 장면이었다. 늘씬한 금발 미녀인 주인공이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공중화장실에서 아무렇게나 염색을 하고 두건을 쓴 뒤 낡은 차 하나를 얻어 운전하는 장면이었다. 영화 속 등장인물 중 하나인 어떤 남자의 말에 따르면 ‘낚시꾼’ 같은 옷차림을 하고, 왼손으로 핸들을 잡고 오른손으로 햄버거를 우적우적 씹어 먹던 그 장면에서 나는 해방감을 느꼈다.
또, 곱슬머리를 생머리로 펴는 것이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일과인 흑인 여성의 이야기, <어느 날 인생이 엉켰다>를 봤고, 여성이 권력을 차지한 세상을 상상력으로 그려낸 <거꾸로 가는 남자>를 봤다. 여자가 외모 강박에 시달리는 이유는 남자에게 선택을 받아야 하는 위치에 놓여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외모로 존재 가치를 인정 받으려는 태도에 대해 거리감을 갖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파마를 했다. 일명 아줌마 또는 할머니 파마였다. 팔로우하는 인스타그램 패셔니스타가 그런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괜찮아 보였다. 남편이 내 머리를 보고 박장대소했고 어디서 영감을 받아 그런 머리를 한 건지 궁금해해서 그 패셔니스타의 계정을 보여줬다. 사진을 본 남편이 말했다.
"자기야, 이 여자는 백인이고 머리가 작잖아. 이 머린 외국인만 어울려."
갑자기 무리수를 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며칠 뒤 밥상에서 남편이 퉁명스러운 말투로 얘기할 때는 ‘내가 파마를 해서 못생겨 보이나 보다’ 고 생각했다.
결국은 사랑하는 남자에게 계속 여자로 보이고 싶고 사랑 받는 내가 좋아서 다시 돌아오게 된다. 외모 관리가 지긋지긋해서 멀리 달아날 때도 있지만 돌아오고 또 돌아오게 된다. 그래서 예쁘게 보이려는 노력을 집어치우자고 생각했다가도 또다시 아무래도 예쁜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딜레마가 반복된다.
그런데 어쨌든 아직 머리는 펴지 않았다.
*매달 25일 '케이트의 영화 이야기'
*글쓴이 - 카페의 케이트
책을 읽고 영화를 봅니다. 책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독서교실을 운영하며 도서관, 복지관 등에서 초등논술 강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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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금희
멋지고 잘생긴 사람들의 연봉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남에게 잘보이기 위해 꾸미는 것을 거부하면 본인은 편할지 모르지만 폭식으로 망가진 몸매뿐만 아니라 건강도 잃게 되고 결국은 사회적 루저가 될 확률이 높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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