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이라는 사상으로 유명한 노자는 반문명주의자였다. 노자의 사상에서 핵심개념은 무위자연이 아니라 ‘무위’이다. 위하지 않는 것, 즉, 욕망함을 바탕으로 행위 하지 않는 것. 더 쉽게 말하면 ‘가지려 하지 않는 것’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노자가 이렇게 ‘가지려 하지 않음’을 중요시 했던 이유는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노자의 입장에서는 모든 일은 되돌아온다. 발전하려 하면 퇴보하고, 가지려 하면 잃고, 살려 하면 죽는다. 문명의 발전은 인간에게 어떤 속박과 비-자유를 줄지 알 수는 없으나, 분명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임을 예상했던 노자는, 문명에 기본적으로 따라오는 ‘가지려 함’의 성격을 두려워했다. 따라서, 모든 반작용을 가져올만한 욕망을 버리고, 가지려 하지 않는 상태인 ‘무위’의 상태를 지향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노자의 결론은 다소 과격하다. 그럼 우리는 가진 것들을 다 버리고 자연으로 되돌아가서 명상만 하면서 살아야 하는가? 이는 상식과 매우 어긋나 보인다.
(아래 글에서 부터는 영화 『역분사 가족』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1984년에 개봉한 영화 『역분사 가족』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정확히 짚고 있다. 한 가족이 그들의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넓고 큰 2층 집으로 이사 간다. 이는 열심히 벌어서 투자한 결과다. 이들은 집을 아주 소중히 여기며, 조금의 스크래치도 허용하지 않는다. 영화의 극초반에서는 정신적 문제가 있는 가족이, 원하는 것을 얻어낸 결과로 행복을 찾는 것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이 행복은 아주 잠깐이다. 완벽한 집을 만들고 싶었던 욕망에, 가장인 아버지는 지하실을 파기 시작했고, 지하실에서 보였던 흰 개미 떼가 ‘불행’을 뜻한다는 것을 알게된 후로 지하실에 있던 흰개미의 집을 없애기 위해 땅을 계속해서 파다가 결국에는 지하수가 터지고 집이 물바다가 되어버린다. 이후, 가족들의 정신적인 불안정은 급격화 되었다. 서로 소리지르고, 히스테리를 부리며 급기야 자해를 하기도 한다. 가장인 아버지는 이를 ‘가족의 핏줄의 문제’라고 치부하며 가족을 파괴시키려는 시도로 구성원을 죽이려하는데, 이때부터 어이없게도 서로 죽이려는 데스게임이 시작된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일어난 폭발로 인해 가족들은 다 같이 기절상태에 놓이게 되었고, 일어나 보니 해가 떠 있었다. 어머니는 정신이 들자 밥을 차리기 시작했다. 모두들 깨어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밥을 먹었다.
아버지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집을 부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의아해하던 가족구성원들도 다 같이 일어나 집을 부수었다. 그들의 집은 완전히 붕괴되었다. 이후, 어느 다리 밑에 터를 잡고, 그 곳을 집이라 부르며 행복한 얼굴로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이 클로즈업 되며 영화는 끝이 난다.
노자가 걱정했던 문명의 반작용은 바로 사람들의 정신적 불안정이다. 아버지는 처음에 정신적 불안정을 죽이면 마무리 될 것이라 믿었으나, 본질적으로는 욕망함을 죽여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집을 부수었다. 집은 그들의 욕망이었고, 집을 부수었다는 것은 그들의 욕망을 부수었다는 뜻이다. 그들은 이제 다시 시작한다. ‘무위’의 세상 속에서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삶이 자연 속으로 돌아가 아무런 행위도 하지 않으면서 지내는 형태로 변화하진 않았다. 다리 밑에서 살아가면서도, 아버지는 출근을 하고, 어머니는 사람들을 만나고, 아이들은 학교에 간다. 일상을 완벽하게 지키면서도 ‘무위’의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사유하게 된다. 다리 밑에서 살아가면서 웃음과 행복이 끊이지 않았던 그들의 모습을 보며, 노자의 사상과 문명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데에 대한 교집합점이 분명 있을 것 같다.
가지려 하면 잃고, 잃으려 하면 가질 수 있는 것이 바로 무엇일까? 사랑, 행복, 안정 등등 여러 가지 단어가 산발적으로 생각이 나지만 이는 더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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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 이야기 '
글쓴이 - 영원
음악 공부를 하고있는 대학생입니다. 이유있는 예술을 하는 것이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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