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지금까지 여러분들이 만난 사람 중에서, 제가 지구상에서 가장 여러분의 글을 열심히 읽을 겁니다."
8년 전, 처음 글쓰기 모임을 할 때 했던 말이다. 그것은 나 자신에 대한 어떤 다짐이기도 했다. 처음으로 누군가의 글을 봐준다는 건 두려운 일이었다. 내게 그럴 자격이 있는지, 내가 충분히 좋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걱정되기도 했다. 그 때 내가 의지한 건 하나였다. 나의 능력이 아니라 내가 정성을 다할 거라는 다짐이었다.
성수동의 어느 골목 카페에서 이루어졌던 그날의 글쓰기 모임 이후, 나는 매번 글쓰기 모임 때마다 그 이야기를 한다. 그것이 얼마나 여기 모인 사람들이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마법같은 말인지 알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모임이라는 시공간 안에서, 나는 당신에게 최대한 집중할 것이다, 당신의 글을 당신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진품 다이아몬드를 감별하기 위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보석상처럼 당신의 글을 바라볼 것이다. 이것은 당신과 나 사이의 약속이기도 하다.
살아가면서 때때로 우리는 몇 가지 중요한 약속을 한다. 당신과 함께 살기로 하면서 당신에게 최선을 다해 충실하겠다는 약속, 회사에 입사하며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는 약속, 혹은 청소년기의 어느 날 드넓은 세상 앞에서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말겠다는 약속, 같은 것을 한다. 대개 그런 약속들은 지키기 어려울 정도로 기나긴 시간을 요구한다. 그러나 어떤 약속은 너무 긴 시간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지킬 수 있다.
나는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는 것을 '단 한 번'으로 제한한다. 당신과 내가 일생에서 '글쓰기 모임'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딱 지금 뿐이다. 이번이 지나고 나면, 당신과 내가 마주앉아 당신의 글에 관해 이야기할 시간은 영원히 없을 것이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모든 마음을 다하여 좋은 글을 쓰는 데 몰두하자. 그리고 모여있는 다른 사람들을 그런 마음으로 바라보고, 그렇게 서로의 글에 집중하자. 그 '짧음'이 언제나 나의 제안이었다.
물론, 종종 나는 공저 프로젝트 모임을 열어, 기존에 글쓰기 모임을 함께 했던 분들과 새로운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언제나 새로운 분들을 일생에 딱 한 번 만나기로 한다. 우리가 언젠가 또 만나서 무한히 연장시킬 수 있는 그런 여지, 미뤄도 좋은 가능성, 오늘의 마음을 내일로 연장해도 좋은 안일함을 없는 상태에서, 최선의 몰입을 하길 바란다. 아마도 그런 방식이, 내가 지금껏 이어온 모임의 힘이 아니었을까 싶다.
삶이란 어차피 한시적으로 사는 것이다. 다음 같은 건 좀처럼 없다. 만나고 싶은 사람은 오늘 만나야 한다. 하고 싶은 건 오늘 해야하고, 해야하는 일도 오늘 해야 한다. 사랑은 내일로 미룰 수 없다. 우리는 여기서 잠시 만났다가 각자의 삶이라는 길로 떠나는 것이다. 그것을 기억할 수 있다면, 내게 주어진 모든 일들이 한결 소중해지고, 내 안에서는 최선의 힘을 끌어낸다. 주말은 아이랑 놀아주기 귀찮은 시간이 아니라 얼마 남지 않은 추억의 시간이 된다. 오늘 밤은, 내가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최고의 글을 써야 할 시간이다.
* 코너 소개 - 글쓰기 모임을 하는 마음
기존에 '밀착된 마음'을 연재하던 정지우입니다. 앞으로는 '글쓰기 모임을 하는 마음'이라는 주제로 글쓰기 모임을 하며 느꼈던 에피소드와 생각을 글로 연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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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잇
오늘만 사는 뜨거운 마음을 잘 느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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