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요즘 넷플릭스 시리즈 ‘사이렌’이 화제입니다. 사이렌은 오랫동안 남성에게 한정되어 있던 요소인 체력, 전투력, 전략, 의리, 팀워크 등 예능 요소들을 모두 포함하여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는데요. 특히 군인, 경찰, 경호, 소방관, 스턴트, 운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거둔 여성들이 참여하여 직업에 대한 사명감과 애정을 내비치고, 숨 막히는 육탄전을 벌이는 것이 흥미진진하더라고요. 구독자님의 최애팀은 누구인가요? (저는 군인팀이요 😊)이 여자들의 생존 서바이벌에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 한편,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는 여자 경찰, 여자 소방관, 여자 군인에 대한 무용론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직업군 중 여성 경찰의 역사와 현주소를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946년 경무부 공안국에서 여자경찰과가 신설되면서 한국 경찰의 여경이 탄생하였습니다. 이 당시 여성경찰국장으로는 고봉경 총경이 임명되었고, 여경 간부 15명과 1기생 64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들은 성매매와 청소년 업무와 같은 주로 여성들에게 관련된 사안을 처리하기 위해 활동하였죠. 여경의 업무 영역이 확대되면서 1989년부터는 경찰대학에 여학생의 입학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로써 여성들은 경찰로서의 교육과 훈련을 받을 수 있게 되었죠. 이어서 1999년에는 여경기동대가 창설되었고, 2000년에는 경찰특공대에도 여성 경찰관들이 배치되어 간부 후보생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2005년에는 여경 채용 목표제를 시행하여 사법고시에 합격한 여성들을 경찰로 특별 채용하는 등 여경의 역량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여성들은 경찰 조직 내에서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습니다.
매년 7월 1일은 여경의 날
여경의 날은 1984년에 서울 경찰청 소속 여경들이 친목 모임을 가지는 비공식 간담회로 시작되었습니다. 1988년부터는 서울청에서 이벤트를 진행하고, 이후 다른 지방청에도 퍼져나갔습니다. 1995년에는 여경 기구 창설일인 7월 1일을 여경의 날로 정하고, 2000년에는 경찰청에서 공식적인 행사로서 여경의 날을 주관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여경들의 업적과 역할을 인정하고 기리는 자리가 마련되었죠. 한국의 경찰 조직에서 여성 경찰의 비율은 2023년에 14.84%(13만 2595명)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들 대부분은 하위직으로 2022년 기준 간부로 분류되는 총경(일반직공무원 4급) 이상 고위직은 799명으로 이중 여경은 5.25%(42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죠.
툭하면 “여경 무용론” 우리가 만만하냐?
2021년 인천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당시 여성 경찰관이 현장을 이탈해 비판을 받고, 여경의 능력이나 존재 가치를 깎아내리는 '여경 무용론'이 불거졌었죠 "남경·여경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지만 온라인상에선 남성 이용자가 많은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경을 겨냥한 과도한 비난이 쏟아집니다. 이와 비슷한 사건은 최근에도 발생했는데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게시된 글은 ‘여성 대원들이 미화 담당 주무관들과 함께 화장실 등을 이용할 수 없다며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여경들이 미화원들에게 갑질을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경찰 감찰 결과 이 사건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여경을 향한 조롱의 목소리가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어지고 있죠. 한 커뮤니티에선 욕설과 함께 여경을 비난하거나 "여경은 전화 응대시키려고 뽑는 것 아니냐. 여경은 필요없다"라거나 "매뉴얼이 훌륭해도 여경들은 매뉴얼대로도 못 해서 쓸모가 없다" 등 비하성 발언이 다수 게시되었습니다. 경찰 안팎에선 이런 성차별적 공격이 반복되면서 여경들이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우려가 높습니다. ‘여경 무용론’의 바탕에는 여경에 대한 ‘혐오’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경찰 조직에서 여성 비중이 늘어나자 여경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리는 것이죠. 이은애 양평경찰서장은 "남성 경찰관이 진압에 실패했을 땐 '남경'이라는 표현을 안 쓰지만, 여성 경찰관에겐 '여경'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비난한다"면서 "여경만을 짚어 여성의 실패를 더욱 부각하는 양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인천 사건만 해도 1층에 있던 남성 경찰관 또한 제때 사건 현장으로 안 올라오지 않았느냐"면서 "여경 문제가 아닌 경찰관의 문제인데, 여경만 비판한다는 건 여경 혐오 분위기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탈옥수 신창원이 벌떡 일어나 인사한 '전설' 형사 박미옥
한국 경찰 역사상 첫 강력계 여형사이자 국내 여자 경찰의 역사를 새롭게 쓴 박미옥 형사를 아시나요? 그의 이름 앞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닙니다. ‘최초 여성 강력반장’ ‘최초 여성 마약범죄수사팀장’ ‘최초 여성 강력계장’ 등을 맡았죠. 1991년, 인신매매·성폭력 등 여성 대상 강력범죄가 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여자형사기동대가 창설되었습니다. 박미옥 형사는 집안 형편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순경 공채 시험에 응시하였고, 여자형사기동대에 선발되었죠. 그때는 상대방이 원치 않는 사랑은 폭력이라는 인식이 희미한 시절이었습니다. 박미옥 형사는 사랑한다며 스토킹을 반복하다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한 사람, 어린이를 성폭행하고 ‘파트너’ 관계였다고 변명하는 사람, 어린 자녀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친아버지 등 인간의 바닥을 봤고 인간에 대해 환멸을 느꼈다고 회고합니다. 그가 형사를 한 지 1년이 지났을 무렵엔 출가를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제대로 해보기 전에 도망치고 싶지 않았죠. 33년 경찰 인생에서 30년을 강력계 형사로 사는 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도 그의 손발을 거쳤습니다.
1990년대 후반 교도소를 탈옥해 2년6개월간 도피생활을 한 신창원 사건 수사, 2000년대 중반 연쇄살인범 유영철·정남규 사건 수사, 2008년 서울 숭례문 방화 사건에서 화재현장 감식, 2010년 서울 한강변 여중생 살해·시신유기, 2011년 만삭 의사 부인 살해 등 각종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 공로로 그는 순경에서 경위까지 9년만에 초고속 승진을 했죠. 그에겐 롤모델이 없었지만, 뒷세대 여성들은 ‘형사 박미옥’을 롤모델로 삼았죠. 죽을 때까지 일하는 삶을 꿈꾸는 박미옥 형사는 자신에게 집중하고 사니라 바빠 결혼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최근 30년 형사 인생을 마치고 제주에서 책방을 열었습니다. 사건 현장이 아닌 일상에서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고 공감하기 위해서죠. 커피콩을 볶고 글을 쓰며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 할머니로 늙고 싶다는 그는 10년 후 많은 사람과 죽음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죽음 앞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번 주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이 글이 여성 경찰의 역사와 권위를 되찾는 신호탄이 되기를 바라며, 마지막으로 Almost famous 팀의 새로운 텀블벅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한 주간 무탈하세요!
그리스 로마 신화 외전 - 두 번째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펀딩중
깨어나라, 여신이라는 정형적이고 뒤틀린 틀에서. 이 책은 신화 속 열두 여성의 권능을 되찾으려는 여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텀블벅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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