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가 여성에게 더 가혹하다고?!

재난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

2023.04.11 | 조회 9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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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여성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익명이었던 여성들 - 우리의 불만을 기록합니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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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 안녕하세요. 

봄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꽃이 있으신가요? 봄소식을 전하는 대표적인 꽃은 벚꽃과 목련, 개나리, 진달래가 있습니다. 올해, 이 꽃들이 모두 동시에 개화하는 일이 벌어졌는데요. 순서대로 피던 봄꽃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피게 된 이유는 올해 3월이 51년 새 가장 더운 날씨였기 때문입니다.

봄꽃의 이른 개화는 생태계 다양성, 종 보존의 문제까지 연결되는 기후 변화의 신호탄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통해 다양한 기상 이변으로 표출되고 있는 기후 변화가 바로 코 앞에 다가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온갖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는 여성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어떤 변화를 겪고 있을까요?

잊혀진 여성들 62번째 뉴스레터는 기후 변화가 여성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바로 시작해볼게요.

130건의 기후변화 관련 논문을 주제와 지역별로 배치한 지도. 한국에서는 기온 변화에 따른 자살률 분석 논문이 인용됐다. 카본 브리프 제공 ⓒ 한겨레신문
130건의 기후변화 관련 논문을 주제와 지역별로 배치한 지도. 한국에서는 기온 변화에 따른 자살률 분석 논문이 인용됐다. 카본 브리프 제공 ⓒ 한겨레신문

기후 위기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었습니다.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패널(IPCC) 4차 보고는 기후변화로 인해 태풍, 폭염, 폭우, 홍수 등 극단적인 기상이변 또한 자주 발생하리라 전망했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역사상 규모가 큰 기상재해가 대부분 지난 20년에 발생했으며, 최근 10년간 기상재해는 연간 7.4%씩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영국 기후환경 관련 비영리단체인 '카본 브리프'는 2007년 발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 회의에서 구성된 '국제성, 기후연합'(GGCA)이 2016년에 발표한 보고서를 기초로 최근까지 진행된 관련 연구를 총망라해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130건의 연구 논문 가운데 89건이 여성이 기후변화와 관련한 건강 영향에서 남성보다 많은 피해를 받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130건 가운데 한국 연구도 한 편들어 있었습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 연구팀이 과학 저널 <정신의학연구> 2011년 4월 30일 치에 발표한 것으로, 2001~2005년까지 일일 기온과 자살률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논문인데요. 연구팀은 봄철과 여름철의 고온 환경이 자살률을 높이는 경향이 있으며, 일 평균기온이 1도 증가할 때마다 자살률이 1.4%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자살 위험은 여성, 젊은이, 남성, 노인, 저학력자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한 여자아이가 밭에서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카본 브리프 제공 ⓒ 한겨레신문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한 여자아이가 밭에서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카본 브리프 제공 ⓒ 한겨레신문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국적이나 나이, 성별, 재산 정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요. 잘 사는 나라보다 가난한 나라가, 남성보다는 여성이, 어른보다는 아이들과 노인이 기후변화에 더 취약하며 동물도 온도변화에 민감한 양서, 파충류가 포유류보다 더 빨리 멸종한다고 합니다. 기후변화의 강도가 심각해질수록 이들의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여성과 어린이 사망자는 남성의 14배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여성은 긴급 상황에서 아이와 노약자를 돌봐야 하므로 신속히 피난하기 어렵고, 피난에 필요한 적절한 수단인 교통, 정보, 은신처를 소유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여성 혼자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경우에는 생존율이 더욱 낮아지게 됩니다.

실제로 1991년 방글라데시에 사이클론이 닥쳤을 때 비교적 건강한 20~44살 사이의 사망자가 남성은 1,000명당 15명이었다면 여성은 71명이었습니다. 여성의 사망 비율은 5배나 높았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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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기 힘들게 만든 방글라데시 전통 옷(사리)을 입은 여성들은 물살을 헤치고 탈출하기 어려워 수영을 할 수 없었고, 남성 보호자가 있어야만 외출을 할 수 있다는 전통적인 관습으로 남성의 보호를 기다리다 피난을 너무 늦게 떠났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남성들은 바깥 활동을 통해 위험에 대한 정보를 빨리 습득할 수 있지만 이렇게 습득한 정보도 가족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85개의 중저 소득 국가를 대상으로 20여 년 동안 진행된 2016년 발표 논문에서는 남성에 비해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은 국가들에서 극한 기상 이변에 의한 여성 사망률이 훨씬 높았다고 합니다. 그럼, 선진국은 달랐을까요? 프랑스, 런던, 파리, 로마 등 유럽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2년 한 논문에서는 마찬가지로 여성의 사망이 더 많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어떤 이유라도 나라에 상관없이 전 세계의 여성들은 동일한 이유로 재난 상황에서 더 큰 피해를 입는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이처럼 남성보다 여성이 자연재해 사망률이 높은 데에는 여성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임과 낮은 경제적 지위와 연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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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인한 홍수나 가뭄은 생존의 조건을 극한으로 몰고 가면서 난민을 발생시키게 됩니다. 현재 전 세계 난민의 80%가 여성으로 이루어져 있고, 기후 난민 역시 여성의 비율이 더 높습니다. 남성은 홀로 일을 찾아 떠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여성은 아이를 돌보기 위해 난민으로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난민 생활을 하는 여성은 육아와 생계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며, 생리적인 현상을 처리할 기본 공간도 보장받지 못하고, 불안정한 주거로 안전보장도 취약하기 때문에 성적 착취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무엇일까요? 바로 여성은 남성들보다 온실가스를 덜 배출한다는 점입니다. 남성보다 여성이 평균적으로 돈을 더 적게 벌기 때문에 에너지와 물자를 덜 소비하고, 더 환경친화적인 상품을 구매하고,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산업의 경우 주로 남성이 의사결정자이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줄이는 정책을 시도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더 많은 여성 대표와 여성 임원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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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모두가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하는 과제인 기후 위기, 그 영향을 모두가 똑같이 나눠 받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충격적이지 않으신가요? 성별 불평등은 재난 상황에서까지도 타의에 의해 우리의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습니다. 기후 위기는 주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기후 변화 대응 논의에서 성평등 문제는 항상 뒷전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이를 일깨우기 위해 배우 엠마 톰슨은 더 타임스에 기고문을 보내 강력하게 호소했습니다. "여성과 소녀를 기후 위기 해결책 중심에 놓아 달라. 여성과 소녀를 위해 그들이 직접 고안한 기후 행동이 필요하다."

4월 14일 기후정의파업 ⓒ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4월 14일 기후정의파업 ⓒ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오는 4월 14일 금요일 기후정의 파업이 진행됩니다. 정부에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요구하기 위해 전국의 시민들이 정부 세종청사 앞에 모여 외치는 사회적 파업입니다. 직접 현장에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잠시 일상을 멈추고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행동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작은 행동만으로 우리의 위치도, 세상도 바뀔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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