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분석맨입니다.
구독자님은 연말 회고, 연초 계획을 세우고 계시나요?
저는 멍하니 영화, 드라마를 보다가 저희 글쓰기방 멤버들이 열심히 연말 회고하며 계획을 잡는 모습을 보고 저도 회고를 하며 옵시디언에 간단히 회고 노트에 적어 봤습니다. 크리스마스 연휴라 원래 토요일에 있는 글쓰기방 모임을 취소할까 했는데, 연말 회고와 계획을 나눠보면 좋을 거 같아 원하는 분들끼리만 모였습니다.
저를 포함한 모임에 참석한 모두가 전반적으로 후회를 했습니다. 어떻게 한 명도 자신 있게 멋진 한 해를 보냈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없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혹시, 한국인만의 문화적, 기질적 특성일지 잠시 생각하다가, 후회가 고등 동물만 느끼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후회의 재발견>이란 책에서 다니엘 핑크는 인간이기에 후회하는 능력을 갖추고 후회하기 때문에 더 나은 삶을 만들어 간다고 말합니다. 후회는 강력한 무기죠. 후회는 과거와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시간 여행 능력’과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결합한 결과로 나타난 감정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뇌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5세 이하 어린이는 후회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네요.
최근에 글쓰기방 멤버 몇 분들과 <노마디즘> 책을 읽는 독서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들뢰즈/가타리의 <천개의 고원>에 대한 해설서입니다. 아무리 해설서라고 해도 철학책이다 보니 목차만 봐도 어렵습니다. 다른 책 읽기도 벅찬데 왜 이 책을 읽는다고 했을까 하고 인간의 고등 능력인 ‘후회’를 잠시 했습니다. 다행히 이 독서 모임을 주도하는 분들이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라 저는 모르면 물어보면 되니까 안심해 봅니다.
0장인 ‘차이의 철학과 역사유물론’의 1-2단원 부분에 이런 부분이 나오네요.
누군가 “《천의 고원》을 어떻게 읽으면 이해하기 쉽겠느냐”고 질문하자, 들뢰즈는 “오디오에 음반을 걸어놓고 듣듯이 읽어달라”고 한 적이 있어요.
<천의 고원>이 워낙 어려우니 사람들이 질문을 많이 하는 모양입니다. 들뢰즈는 음악이 듣듯이 읽으라고 하는군요. 책을 음악 듣듯이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음악은 공부하듯이 분석하거나 해석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즐기면서 듣는 것이겠죠?
이 책의 이진경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실 리듬을 탄다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스피노자가 말하는 ‘공통개념’이란 바로 이런 것입니다). 그것은 무언가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가령 수영을 한다는 것은 물의 리듬을 타는 것이고, 그 리듬에 자신의 리듬을 일치시키는 것입니다.
때론 이 부분을, 때론 저 부분을 음반을 듣듯이 읽으면서 그 리듬에 익숙해지는 것, 그래서 그 책을 통해 어떤 ‘참된’ 인식에 도달하려 하기보다는 그 책을 자신의 삶에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책을 ‘책-기계’로 이용해달라고 주문하고 있지요), 그게 바로 음반을 듣듯이 읽어달라는 주문이 말하고자 하는 바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자신들이 철학으로 음악을 하려 했다는 말도 점점 그럴듯하게 들리기 시작하지 않나요?
저자는 음악 듣듯이 읽어달라고 주문한 들뢰즈의 표현을 수영하며 물의 리듬을 타듯 책의 리듬에 나를 일치시키라고 말합니다. 어려운 철학책을 음악을 듣는 것처럼 편하게 들을 수 있을까요? 앞으로 계속 읽으며 느낌을 공유해 보겠습니다.
올해는 책을 많이 못 읽었다는 후회를 하며, 내년에는 좀 더 많이 읽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저에게 2024년의 최고 화두는 ‘창조’입니다. 그러니 책을 읽으며 항상 창조를 붙잡고 리듬을 타보려고 합니다. 이렇게 책 10여 페이지만 읽어도 글을 하나 쓰는 것도 저에게는 하나의 창조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떤 책을 읽으려고 계획하고 계실지 궁금하네요. 저와 같이 책을 읽고 창조하는 리듬에 같이 참여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2024년 연말쯤엔 또다시 기쁨보단 후회가 앞설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0에서 1로의 전환, 창조는 이루어졌으니 남는 장사 아닐까요?
여러분의 연말연시가 크리스마스 캐럴처럼 음악적 리듬을 타는 삶이 되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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