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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기록관리 어디까지 왔나

- 기록관리 현장의 에피소드 -

2024.07.29 | 조회 7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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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기록과 사회

기록에 대한 모든 이야기

글쓰기에 앞서 기록과 사회 구독자와 필진 여러분들에게 필진으로 받아들여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고 싶다.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서 '글'을 쓴게 얼마만인가

입직 후에는 내 글을 써본 일이 없다. 내가 쓰는 텍스트들은 내 생각을 정리하기 보단 꼬투리 잡히지 않기 위해 최대한 법적 근거(법에 근거가 있는데 니가 뭐라고 하겠니)와 그동안의 경과(내가 그동안 잘못한 것이 아니란다), 향후 계획(내가 여기까지는 고민을 해봤단다)를 정해진 형식에 맞춰 얹혀놓은 것들일 뿐이었다.(부끄러운 일 맞다)

필진이 되어 처음으로 쓰는 글을 어떻게 쓸까 오랜시간 고민을 했다.

새로운 정보를 주는 글? 위트와 멋이 있는 팬시한 글? 어쨌든 재미있고 영감을 주는 글을 쓰면 좋겠는데??

하지만 지금 내 상태가 전혀 프레시하지가 않다. 사고는 멈추고 눈은 빛을 잃어가고 있다. 지적 허영심이 있어 책도 사고 글도 읽는 척 하지만, 사실 내가 요즘 제일 관심있는건 칼퇴와 칼퇴 후 운동, 주말 있는 삶과 이번주엔 무슨 위스키를 마실까 정도일 뿐이다. 위스키 얘기는 나중에 짤막하게라도 정리할 생각.

나 자신도 지금 내 생각이 정리가 안되는데 영감을 주는 멋진 글을 쓰겠다는건 욕심인 것 같아서- 자유로운 에세이로 형식을 정해보았다.

적어도 지금 내가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풀어놓으면 시간이 지나 내 생각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나 자신에게만큼은 의미 있는 기록이 되겠다 싶다.

 

최근에 회사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글을 읽다 보면 눈치 채겠지만 일단 내가 기관명을 드러내서 쓰고 싶지는 않다. 부끄러우니깐).

전자파일 형태로 되어 있는 비전자 기록물의 부서간 인수인계가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공공기록물법 시행령 제2조 2호에 "전자기록물"에 대해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장치에 의하여 전자적인 형태로 작성하여 송신.수신 또는 저장되는 전자문서, 웹기록물 및 행정정보 데이터세트 등의 기록정보를 말한다고 정의되어 있음에도 우리 회사에서는 전자문서시스템에서 생산되어 이관된 기록물을 제외하고는 모두 비전자기록물로 관리하고 있다. 대용량 디지털 시청각기록물도 비전자기록물이라고 한다.

종종 어떤 기록물에 대해 기록관리전공자가 아닌 타 기관 업무자에게 전자파일 형태의 비전자기록물을 '비전자기록물 - 시청각 - 디지털유성'이라고 길게 설명해야 할 때 나는 좀 부끄럽다. 응? 비전자인데 디지털이라고요? 그러니까 비전자라는 겁니까 전자라는 겁니까? 라고 물어올 때, 그게 전자문서생산시스템이 아닌 생산도구로 생산했으니 비전자인데 또 전산장치를 이용해 생산했으니 디지털은 맞구요... 이렇게 대답해야 할 때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다.

어쨌든 이번에 해결해야 하는 기록물의 유형은 간행물. 즉 비전자기록물로 관리되는 유형이다. 하지만 ISBN 따위는 없는, 보고서 형태의 기록물로 이관 당시부터 간행물로 이관되었기 때문에 비전자기록물로 관리되어 왔으나, 생산 당시부터 전자파일로 생산되어, 전자기록물 이관도구를 이용해 이관매체에 저장되어온 '전자'기록물이다. 그리고 이번에 인계되어야 하는 대상은 그 이관매체에 파일형태로 저장되어 있는 기록물 중 아주 일부의 기록물로, 이관매체에서 해당기록물만 인계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즉, 이관매체는 현 부서에서 관리해야 하고 일부 기록물만 인계해야 하는 것이다. 비전자기록물로 이관 받고 비전자 기록물로 관리했지만, 담당자인 나는 이 기록물을 전자파일의 형태에 맞게 인계하고 싶었다. 하지만 인수하는 부서에서는 비전자기록물이니 관행대로 매체 없이는 받지 않겠다 했다. 왜냐. 비전자기록물은 인계 후 정리 등록을 거쳐 RFID를 부착해 서고배치까지 해야 기록물의 상태가 '등록 완료' 상태가 되기 때문이란다. 파일로 받으면 서고 배치를 할 수 없어 일이 끝나지 않는단다. 서고배치 완료가 되어야 일이 끝나는건데 이 기록물은 '철.건 등록완료'에서 그치니 이 기록물만 어정쩡한 상태가 된다나 뭐라나.

아 정말 이런 관행, 지긋지긋하다. 선례가 없다. 이것만 이렇게 하면 안된다. 과장님의 결정이 필요하다. 내 소관이 아니다...

어쩌면 전자파일의 비전자기록물로의 관리가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이런 관행 때문이겠지. 아니 왜 전자파일을 굳이 매체에 다시 담아서 매체 관리를 하냐구요. 스토리지랑 시스템은 뒀다 뭐하고요.

기록물의 형태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관리 행태다.

그런데 재밌는건 현재 기록관리시스템이 2021년 개발 완료될 당시 이관데이터관리시스템(TDMS)이라고 하는 기능이 구현되어, 매체로 이관된 전자파일의 등록-검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헷갈리는 분들이 있으실텐데, 이는 시스템을 통한 전자파일 형태의 비전자기록물의 관리를 구비해놓고서도 이번 문제가 되는 기록물은 자기들이 타기관에서 이관받는 기록물이 아니라 부서간 인계하는 기록물이니 새 시스템에 있는 프로세스를 탈 수 없다는 것이다(그렇다고 새 시스템에 새로 이관한 기록물만 있는 것도 아님 ㅋ). 비전자기록물의 전자적 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갖추어 두고서도 관행대로 비전자기록물은 매체 기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담당부서에서 고집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 파일을 매체에 담지 않고 어떻게 인계한다는 것인지 설명을 빼먹었는데, 우리 부서가 관리하고 있는 기록물은 별도의 기록물관리시스템에서 관리하고 있고, 다른 부서에 인계한다는 것은 우리 기록물관리시스템의 인계기능을 통해 인계데이터를 생성해서 이를 별도의 매체에 포렌식도구를 이용해 저장해서 넘겨주고 인수받는 시스템도 인수기능을 이용해 해당 규격을 그대로 인수하고 있다. 즉, 같은 기관이라 해도 이관 수준의 프로세스로 상호 인계인수한다는 뜻이다. 이 기록물의 경우 메타데이터는 시스템에 있고 실물 기록은 매체 안에 있는 상태였으므로 1)메타데이터는 메타데이터대로 인계하고 파일은 이관규격에 따라 저장하여 인계하거나 2)시스템에 기록물을 업로드 하고 메타데이터와 함께 인계규격을 만들어 인계하거나 하면 된다. 그러므로 이 기록물이 이관 기록물이 아니라 부서간 인수인계하는 것이 지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일을 피하고 싶은 사람들의 주장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쯤 되면 프로세스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 행태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자파일을 비전자기록물 관리 프로세스에 따라 관리한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전자파일을 비전자기록물로 관리할 때의 문제를 살펴보자.

첫번째, 비전자기록물의 프로세스를 적용하게 되면 전자파일의 특성을 고려한 이관검증 과정을 적용할 수 없다.

전자문서의 경우 이관 후 즉시 규격검증, 바이러스 체크 등의 기계검수를 하고 본문과 첨부파일을 열어 육안검수를 거치게 된다. 하지만 비전자기록물의 경우 이러한 기계검수의 프로세스가 없다. 더구나 해당 기록물은 '내용이 보호되어야 하는' 속성을 갖는 기록물인지라 이관매체를 열어보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그저 매체를 보호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당시에는 이관 규격 이외의 전자파일 기록물을 검증하는 프로세스가 없었고 어쨌든 전자파일 형태인데 기계검수를 했었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하면 또 할 말 없지만 매체 단위의 정수점검과 상태검사 정도는 해두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매체의 수명 등을 고려해 매체 그대로 포렌식도구를 이용해 백업을 하고 복호화 작업을 해둔 것이 있어서 매체와 상관 없이 해당 기록물을 열어볼 수 있었으니 다행이었다.

다만, 당시에는 이관도구가 건별 해시를 리포트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관기록물 전체를 하나의 이미지로 만들어서 이관했기 때문에 복호화했을 때 건별 해시값이 없었다. 물론 당시 전자문서의 이관 규격에 맞게 이관한 것이니 당시에는 문제가 없었겠지만 건별 해시값을 리포트해주는 지금 이관도구로 보면 그 기록물의 무결성에 대해 어떻게 알 수 있냐고 공격 받을 수 있다(실제로 이런 무식한 소리를 하는 사람을 보았다).

두번째, 이관매체의 처리가 문제가 된다. 이관매체를 기록물 자체로 보기 시작하면 매체 관리라도 해야 하는데 이관매체를 관리하는 지침은 없다. 오히려 기록물관리지침에 따르면 이관매체는 인수 후 파기하도록 되어 있다. 기록물의 중요도에 따라 이관매체를 즉시 폐기하지 않고 일정시간 관리할 수는 있으나 이런 매체까지 관리하게 되면 이후 매체의 상태검사 등 관리 공수가 늘어날 수 밖에 없어 비효율적이다.

세번째, 이건 우리 부서에서 관리하는 기록물에만 해당되는 것일 수 있는데, 현재 시스템에서는 비전자기록물 등록 시 전자파일을 수동으로 업로드할 경우, 이 파일의 무결성 검증 등의 프로세스가 없고, 파일을 암호화하는 기능이 없다는 데에 있다. 우리 부서에서 관리하는 기록물은 통합기록관리시스템과 연계되어 있지 않고 단절되어 있는데, 이는 기록물의 특성상 보안 규정이 엄격하고 이에 따라 기록물을 암호화해서 관리하고 있는데, 현재는 암호화 및 복호화 기능이 전자기록물 관리 영역에만 적용되어 있기 때문에 전자파일 형태인데도 불구하고 비전자기록물로 관리되기 때문에 시스템 내에서 암호화로 보호되고 있지 않아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나는 이러한 개선 대상의 실마리가 전자적으로 생산된 기록물을 비전자기록물 프로세스로 관리하고 있는 관행을 개선하는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세상에 전자파일을 왜 비전자기록이라고 부르냔 말이다. 전자를 전자로 부르고 비전자를 비전자라 부르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자 그러면, 이 전자적으로 생산된 비전자기록물의 전자적 인계 인수는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글을 마무리 하며, 전자파일 형태의 비전자기록물의 전자적으로 인계하게 되었다는 결론을 전달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렇다. 결국 내가 원하는 대로 전자적인 인계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쓸데없이 사본매체를 만들지 않아도 되게 되었고, 처음부터 전자적으로 생산된 기록물의 전자적 관리의 필요성을 관련 부서가 같이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상당히 고무적이다. 그리고 업무자들이 그렇게 부르짖는 '선례'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전자파일은 전자적으로 인계인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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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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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별여행자

    0
    4 months 전

    전자적으로 생산된 비전자기록이라니, 상상 이상이네요. 하나하나 관행을 깨는 게 샘들 역할인 것 같습니다. 지난 기록인대회 전문성 얘기할 때 이런 얘기 듣고 싶었는데 기록과 사회에서 나오네요. 칼퇴와 위스키 가끔 고군분투 응원합니다

    ㄴ 답글
  • rEdbEaN

    0
    3 months 전

    현장에선 정말 어느 것 하나 쉽게 되는 게 없네요. 그래도 투쟁의 결과,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걸 봐서 좋습니다. :)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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