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6일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기록물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이 입법예고되었다. 작년 하반기 큰 논란이 되었던 국가기록원의 공공기록물법 개정안이 10개월 넘게 국회에 제출된 채 잠들어 있고, 금년 상반기에 추진하려고 했던 공공기록물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일부개정도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채 잊혀져 가고 있는 이 시점에 국가기록원의 일방적인 공공기록물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 폭탄이 난데 없이 투하된 것이다.
- 공공기록물법 시행령
- 공공기록물법 시행규칙
이러한 공공기록물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이 입법예고되었다는 소식에 필자는 개정안을 서둘러 읽어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공공기록관리체계 근간이 되는 기록관리기준표 및 보존기간 개편, 공공기관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기록관 시설·장비 등 인증제도 도입 및 기록물 이관시기 단축 등 개정안의 조문 하나하나는 엄청난 폭탄이 되어 기록관리현장을 초토화(?) 시킬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 중에서 크게 쟁점이 될만한 시행령 일부개정안의 몇 개 조항을 중심으로 우려되는 바를 지적하고자 한다.
1. 기록관 시설·장비·인력 등 현장점검 및 인증제도
입법예고안 제10조(기록관의 설치)의 제7항에 중앙기록물관리기관은 공공기관 기록관과 지방기록물관리기관이 적합한 시설·장비·인력 등 요건 충족 여부를 5년마다 현장점검하여 인증하는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한다. 과연 국가기록원이 5년마다 실제로 현장점검할 수 있느냐, 인증제도 운영근거는 무엇이냐는 쟁점은 차치하고, 단지 시행령일 뿐인 이 조문으로 기록관 및 지방기록물관리기관 시설·장비·인력 등 요건을 충족하는데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의문이다. 또한 이 조항으로 힘겹게 기록관 등을 운영하는 공공기관에 인증 제도는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공공기관에 기록관 설치 및 운영 요건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할 수 있지만 중앙정부의 기록관 설치 및 운영 지원 등에 대한 고민도 함께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2. 기록관리기준표 전면 개편 및 보존기간 전문위원회 심의
개정안 제25조(기록관리표 등)에서는 현행의 기록관리기준표를 기록관리표로 명칭을 변경하고, 기록관리표에 수록할 항목에 보존방법, 공개여부 및 접근권한 등은 삭제하고 소관부서 및 기능, 업무개요, 보존기간 및 보존기간 책정사유, 최종 보존기관 등으로 간소화한다는 하면서 선심 쓰듯 10년 이내에 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행 기록관리기준표가 안착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록관리기준에 대한 큰 고민 없이 뜬금 없이 진행된 것만 같은 기록관리표로의 개편은 황당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같은 조 제3항에서 공공기관은 단위과제별 보존기간 시안을 작성하여 전문위원회 심의를 요청하고, 30일 이내에 심의결과를 통보하는 조항을 신설하였다. 그동안 공공기관의 단위과제별 보존기간 협의는 상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 시급을 다투는 경우도 많다. 전문위원회의 전문성은 논외로 두더라도 상시적으로 심의하여 그 결과를 신속하게 통보할 수 있는 구조이냐에 대해 의문이다.
3. 보존기간 5종 축소 그리고 보존기간 기산일 변경
개정안 제26조(보존기간)에 의하면 기록물 보존기간 구분을 현행 7종이 아닌 5종(3·5·10·20년, 영구)으로 축소하되, 필요시 영구기록물관리기관의 승인을 거쳐 3년 미만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보존기간 기산일도 기록물 처리 완료시점이 아닌 생산시점을 기준으로 하고, 기록물 폐기 시 보존기간 기산일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소급적용에 대한 내용 없이 보존기간 경과조치(2027년까지 유예) 조항만 있어 해석 상 보존기간 5종이 아닌 8종(1·3·5·10·20·30년, 준영구, 영구)이 동시에 존재할 수도 있다. 그리고 필요시 보존기간 ‘3년 미만’으로 정할 수 있다는 조문에 따르면 기록물 보존기간을 1년 미만으로 책정한 후, 기록물 생산 다음연도에도 기록물 폐기가 가능할 수 있다는 맹점도 있다. 보존기간은 현행 기록관리체계의 근간이 되는 주요 통제도구와 주기를 변경하는 기준으로, 단순히 보존기간 5종 축소로 끝날 얘기가 아니다.
4. 처리과·기록관의 기록물 1년 단위 이관
현행 시행령 제32조(기록물의 이관)에 공공기관은 매 1년 단위로 처리과에서 기록관으로 기록물을 이관하되, 비전자기록물은 보존기간 기산일 기준으로 2년 내 이관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두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 비전자기록물을 2년 내 이관할 수 있도록 둔 예외규정은 삭제되었다. 이는 1인 기록관이 상당수인 현실에서 비전자기록물 이관 부담을 일선 현장에 크게 지울 것이다. 또한 개정안 제40조에는 30년 이상 장기보존기록물을 현행 10년이 아닌 1년이 경과한 다음 연도에 영구기록물관리기관으로 이관토록 하고 있다. 이러한 이관대상 대부분은 현용 또는 준현용기록으로 해당 공공기관에서 빈번하게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가기록원은 매년 이관연기를 요청하는 공공기관의 공문으로 폭주할 것이며, 이관된 기록물의 열람요청에 인력과 시간, 노력을 쏟아 부어야할 것이 자명하다.
5. 소재불명기록물 현장조사 및 조치결과 보고
개정안 제44조의2(소재불명 기록물에 대한 조치) 조항이 신설되었다. 이관목록에는 있으나 인수 시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기록물에 대해 인계기관은 대책을 마련하고, 이런 상황이 어렵다면 관할 영구기록물관리기관이 공동으로 현장조사 등을 한 후, 그 경위와 조치 결과를 국가기록관리위원회에 보고, 영구기록관리시스템에 남긴다는 얘기다. 이는 분리등록 등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현행 이관 프로세스와 기록관리시스템의 문제점을 현장 업무를 기반으로 하여 개선하려는 것이 아니라 영구기록물관리기관(특히 국가기록원)에게는 책임 없음을 강변하면서 모든 원인을 일선 기록관, 즉 기록을 이관하는 공공기관에 전가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국가기록원은 현행 공공기록관리체계를 흔들고, 기록관리현장에 크게 영향을 미칠 공공기록물법 시행령,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까지 성안과정에서 기록관리계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행태는 여전히 되풀이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공공기록물법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이 ‘국가기록원의, 국가기록원에 의한, 국가기록원을 위한 시행령·시행규칙’이라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
이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의견이 있는 기관·단체 또는 개인은 2025년 11월 24일까지 국민참여입법센터(http://opinion.lawmaking.go.kr)를 통하여 온라인으로 의견을 제출하거나, 관련 의견서를 행정안전부장관에게 제출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국가기록원의 일방적인 공공기록물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개정안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기 위해10월 27일(월) 19시 30분에 기록과사회, 기록관리단체협의회 공동주최로 오픈세미나를 온라인으로 개최한다고 한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심 있는 누구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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