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 공지사항

B.

'최소 기능'의 복지 실천에서 행정 데이터의 품질 통제 주체로

5.13. '기초지자체 기록관 발전연구모임(기기모) 제4회 연구공유회' 후기

2026.06.23 | 조회 511 |
1
|
from.
기기모

성면섭(서울 중구 기록관 기록연구사)

 

“기록문화복지?” “새로운 지방기록 가치모색?” 제4회 기기모 연구공유회 주제는 첫 순간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기록관리만으로도 바쁜데, 다른 행정업무 쳐내느라 정신없는 1인 기록관의 기록연구사는 정체성이 희미해지곤한다. 그런데 "새로운 지방기록 가치모색, 기록문화복지!"라는 모임 주제부터가 일상업무에 정신없는 기록연구사인 내게는 매우 새로웠다.

첨부 이미지

  제1발표 ‘기록문화복지의 개념 및 실천 범주 정립: 문화복지 자원으로서의 기록’은 기록문화복지분과 발표였다. 기기모는 출범모임 때부터 분과모임을 조직해왔는데, 이번이 그 최초 발표였다. 개인적으로는 낯선 ‘기록문화복지’라는 용어가 어떤 것인지? 어떻게 잘 풀어서 쉽게 이해시켜주실지 기대가 되었다.

 

기기모에서 활동 중인 분과모임 중 첫 발표

 

김보인(인천광역시 연수구 기록관), 진용찬(충청남도 당진시 문화예술과), 진지혜(경기도 화성시 기록관) 세 분의 기록연구사가 공동으로 연구하고 진용찬 연구사가 발표를 했다. 기초지자체 기록관이 1인 체제와 행정 증빙 위주의 제한된 역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록관의 저변을 넓히고 사회적 효용성 증명이 필요하다고 봤으며, 그런 지점에서 ‘기록문화복지’라는 개념에 주목하게 되었다는 배경 설명으로 발표는 시작했다.

이 개념은 기억의 불평등과 기록 접근의 한계를 해소하여 시민의 생산의 권리, 존재 승인의 권리, 향유와 치유의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서비스·실천 체계로 정의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실천 방식을 기록 생산·수집 지원, 기록 접근 기반 구축, 기록 프로그램 및 치유 서비스라는 3대 실천 범주와 5가지 구체적 실천 유형으로 체계화하여 향후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분석적 틀을 완성도 있게 제시해 주었다.

이러한 실천 체계의 유효성은 국내외 다양한 구체적 사례들을 통해 실증적으로 증명되었다. 개발로 고향을 잃은 원주민을 재연결하고 행담 향우회 창립을 이끈 당진시의 행담도 아카이빙 프로젝트와 축제 현장에서 태블릿을 통해 시민의 생생한 감정과 일상을 모아 공공자산화한 화성시의 스토리부스는 기록 행위가 지닌 공동체 복원과 일상 아카이브의 가치를 보여주었다. 또한 농촌 활성화 공모사업으로 국비를 확보한 증평군의 아카이빙 프로젝트와 더불어 글쓰기 장벽을 낮춘 성동구의 자서전 사업 및 민관 협력으로 구축된 성북 마을 아카이브, 그리고 고지도와 치유 프로그램을 결합하여 고립감을 극복하게 도운 영국 국립기록보존소(TNA)의 웰빙 프로젝트 등은 기록이 어떻게 보편적인 향유와 치유의 사회적 처방 자원이 될 수 있는지를 뚜렷하게 확인시켜 주었다.

이후 제1발표의 토론자로 나선 증평군 신유림 기록관리팀장은 이번 연구가 설명책임과 투명성이라는 기존의 제도적 언어를 넘어 기록관의 사회적 가치를 설명할 ‘전략적 언어(삶의 질과 복지)’를 확보하고 파편화된 실천들을 학술적으로 통합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실에서 1인 체제의 업무 과중과 동원 업무(현 시점에서 특히 선거사무, 고유가 지원금 등)의 실태를 환기하며, 이미 선점한 타 부서와의 중복 및 권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인 거버넌스 모델과 제도적 뒷받침이 뒤따라야 함을 강조했다. 나아가 연구 고도화를 위해 「공공기록물법」 개정과 기존 「문화기본법」 체계 편입 중 어떤 법제화 방향이 유리한지, 시민이 느끼는 복합적인 정성적 변화를 측정할 효과 지표는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그리고 국내외 사례를 입체적으로 비교할 표준 분석틀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질문과 제언을 던졌다.

특히 제1발표는 개념 정립 과정에서 주로 민간기록물 관리의 관점에 치우쳐 접근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흔히 ‘기록문화’나 ‘기록문화복지’라는 용어를 접하면 외부의 민간기록을 새로 발굴하고 아카이빙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여기기 쉬운데, 발표 역시 이러한 통념적 한계에 머물렀던 것이다. 그러나 이어진 토론과 현장 논의 과정을 통해 기록문화복지는 행정기록과 민간기록의 이분법적 구분 없이 기록 그 자체를 통해 수행하는 보편적 복지적 접근이어야 한다는 본질적인 비판과 보완이 이루어졌다. 즉, 반드시 새로운 민간기록을 찾아 나서지 않더라도 기록관이 이미 보존하고 있는 시정 사진이나 개발 기록 등 방대한 ‘공공 행정기록’을 재해석하여 시민에게 콘텐츠로 환원하는 실천 또한 기록문화복지의 핵심 영역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생산적인 지적이다.

발표의 한계를 딛고 토론을 통해 도출된 이러한 다각적 관점은 기록 생애주기 전체를 통제하고 장기 보존을 보장하는 공공기록관만의 대체 불가능한 전문성과 주도적 당위성을 오히려 역설적으로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대단한 예산이나 시스템 없이도 시정 사진을 SNS에 연재하거나 청사 유휴 공간에 소규모 이동식 전시를 여는 ‘최소 기능 모델’의 실천성이 행정기록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유효함을 증명해 냄으로써, 1인 기록관을 운영하는 실무자들에게 실질적인 돌파구와 실무적 용기를 제공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공공기록과 민간기록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서게 한 기록문화복지 개념

 

공공기록 중심의 현장실무만을 진행하는 기록연구사로서, 그동안 나는 공공기록과 민간기록이라는 이분법적 구분방법으로만 기록을 바라보았다. 아카이빙이나 기록문화복지는 으레 외부의 민간기록을 새로 발굴하는 것만을 의미한다고 오해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나의 이러한 낡은 이분법을 깨부수는 계기가 되었다. 반드시 민간기록을 새로 발굴하지 않아도, 이미 우리 기록관 서고에 고스란히 잠들어 있는 시정 사진과 재개발 기록 등 방대한 행정기록을 재해석하여 시민에게 콘텐츠로 돌려주는 것 자체가 훌륭한 기록문화복지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대단한 예산과 시스템이 없더라도, 내가 당장 손에 쥐고 있는 행정기록을 활용해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다는 지점은 기록연구사인 나에게 커다란 실무적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그리고 신유림 팀장이 짚어낸 현실은 매 순간 도망치고 싶은 나 자신의 고충과 똑같아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미 행정기록관리만으로도 온몸이 녹초가 되는 현실 속에서 각종 지원·동원 업무에 치이다 보면 현실에 주저앉게 되지만, 이 현실을 정면으로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기록문화복지라는 전략적 언어에 주목해야 한다는 신 팀장의 지적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단순히 상황을 주저앉는 핑계로 삼지 않고, 동료들과의 연대와 우수사례 공유를 통해 한계를 돌파하자는 제언은 나에게 든든한 위로이자 실천적 이정표가 되었다.

 

양주시 기록관의 빛나는 투혼 — 보존공간 확보와 데이터댐 지향의 시청각기록관리

 

두 번째 발표는 사례발표로서 기초지자체 기록관의 실무 현장을 직접적인 사례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형윤 연구사의 발표는 기초지자체 기록관이 당면한 가장 현실적인 난제인 보존 공간 부족을 현장 중심의 실행력으로 해결한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양주시는 본청 서고의 만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외부의 방치된 폐창고 공간을 직접 물색하고, 주도적인 행정 협의를 통해 222백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리모델링 공사를 추진했다. 가벽 설치로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항온항습기, 이동식 서가, 무인경비 및 화재감지 시설을 완비하여 100평 규모의 외부 서고를 구축함으로써 적체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한 성과는 현장에 큰 귀감이 되었다.

특히 양주시가 구축 중인 특수유형 기록물의 종합관리체계와 궁극적으로 AI 모델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양주시 데이터댐’ 구상은 뉴미디어 시대 기록관의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지정 토론자로 나선 홍덕용 부산 수영구 기록연구사는 데이터댐이 단순한 물리적 스토리지 저장소에 머물지 않으려면 행정정보데이터세트 관리 체계 구축과 비정형 데이터 구조화 등 구체적인 활용 전략이 수립되어야 함을 예리하게 짚어냈다. OCR 기반 비정형 데이터 구조화, AI 기반 검색 지원 등 기록관을 ‘행정 데이터 품질 통제 및 활용 지원 기관’으로 위상 확장을 제언한 토론은 매우 정교하고 정연했다.

이 사례와 토론을 통틀어 내가 가장 주목한 지점은, 기록관이 단순히 기록을 물리적으로 보존하는 수동적 공간을 넘어 행정 내부의 '데이터 거버넌스 관리 주체'로 도약해야 한다는 명확한 방향성이다. 마침 필자가 근무하는 서울 중구 기록관 역시 외부 서고 마련과 7월 실 운영을 앞두고 있기에, 공간 한계를 스스로 타개하고 기술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간 양주시의 실행력은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형윤 연구사의 주도적인 문제 해결 과정과 홍덕용 연구사의 정교한 제언은 외딴섬처럼 고립되어 분투하는 1인 기록연구사들에게 단순한 인프라 확충을 넘어 기록관의 무한한 확장성과 실천적 지향점을 남겨주었다.

 

공공기록의 가치 환원과 데이터 품질 통제를 향한 현장의 실천적 지향점

 

이번 연구공유회에서 다루어진 논의들은 오는 7월 외부 서고의 실질적인 운영을 앞둔 서울 중구 기록관의 향후 과제를 설정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정된 예산과 인력이라는 기초지자체의 공통된 제약 속에서, 이제는 제도적 한계를 핑계로 삼기보다 현장에서 즉각 적용 가능한 ‘최소 기능 모델’을 적극적으로 작동시켜야 할 때이다. 특히 제1발표에서 제시된 기록문화복지의 구체적인 실천 유형들을 검토하여, 서고에 잠든 방대한 공공 행정기록을 시민이 향유할 수 있는 콘텐츠로 재해석하고 환원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는 1인 기록관이 일상적인 행정 증빙 업무에 매몰되지 않고 사회적 효용성을 증명하는 실질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다.

 

나아가 향후 지속될 연구공유회를 통해 현장 혁신을 이끌 학술 연구와 지자체의 우수 실무 사례가 더욱 활발하게 상호작용하기를 기대한다. 기록관이 단순히 과거의 문서를 물리적으로 보존하는 수동적 공간에 머물지 않고, 공공기록의 재해석을 통한 복지 실천과 행정 내부의 데이터 거버넌스 품질 통제를 주도하는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점은 전국의 기록연구사들이 함께 공유해야 할 공동의 지향점이다. 이번 공유회에서 확인한 실천적 이정표를 바탕으로 현장의 난제들을 정면으로 타개하며, 시민의 삶과 행정의 미래를 잇는 기록관리 현장의 변화를 묵묵히 이끌어 나가고자 한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기록과 사회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1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줍줍의 프로필 이미지

    줍줍

    0
    1일 전

    자료집으로 느끼기 어려웠던 내용의 깊이를 자세히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기록문화복지라는 전략적 언어의 배치가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치열하게 버티고 돌파해나가고자 하는 기기모 선생님들 정말 멋지십니다..!! 기기모의 활동 응원하겠습니다.

    ㄴ 답글

다른 뉴스레터

© 2026 기록과 사회

기록에 대한 모든 이야기

메일리 로고

도움말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2-31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