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균은 무의미하다
다양성의 가치를 인정하면, 평균의 의미는 퇴색된다.
평균은 우리 삶에서 다양한 부분에 당연한 것처럼 쓰였다. 평균 키, 평균 몸무게, 평균 사이즈, 평균 점수까지 사실상 이 단어 없이 과연 삶이 돌아갈까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러나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어떤가? 평균은 과연, 가장 많은 수를 만족시킬 수 있는가?
옷이나 신발 사이즈 혹은 파일럿의 조종석 사이즈를 생각해보자. 사이즈를 재는 방식은 다양하다. 그런데 사이즈에 세분화가 생긴다면 어떨까? 발 사이즈를 예로 들었을 때 발의 길이만이 아니라 볼의 넓이와 발등의 두께 등 여러 세부 사이즈를 재서 신발을 만든다고 치자. 이때 오히려 평균 사이즈가 만족시킬 수 있는 수는 무척 적었다고 한다.
우리 삶도 점점 이와 같아지고 있다. 더는 큰 덩어리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세분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일률적인 사이즈보다는 맞춤에 더욱 호응한다.
내 몸에 딱 맞춘 옷이 일반적인 사이즈보다 옷태가 더 좋으니까. 나만을 위한 것이 가지고 싶으니까. 이유는 다양하지만, 호응이 좋은 것은 한결같다.
양극화의 시대
중간이 설 자리는 이제 없다.
소비 패턴은 또 어떤가? 비싸거나 저렴하거나 양극화 증세를 보인다. 국내 경제의 추이가 금융 위기를 맞이했었던 2008년과 비슷하거나 더 어려워질 것이라 예측되는 가운데 경기가 어렵다고 해서 소비자가 무조건 지갑을 닫는다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전략적인 소비를 하게 되는데, 선택과 집중의 형태로 이뤄진다. 이렇듯 소비에서 중간 가격대의 제품이 불황을 겪고, 양 끝으로 소비가 몰리는 현상을 양극화라고 한다.
명품 소비의 증가
유로모니터라는 시장조사업체에서는 지난해의 국내 명품 시장의 규모를 조사했는데 전 세계에서 7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급성장했다고 밝혔다. 또한 삼정 KPMG에서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명품 매출에서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몹시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롯데백화점은 45.4%였고, 신세계 백화점은 50.5%, 현대백화점은 48.7을 기록했다.
초저가 브랜드의 증가
고가 브랜드만이 아니라 저가 브랜드의 매출 성장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신사 스탠더드의 제품을 예로 들면, 데님은 120% 증가했고, 티셔츠는 50% 증가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상당한 증가세다. 자라와 H&M의 경우도 전년과 비교했을 때 25% 정도 증가했다. 저렴한 가격대인 SPA 브랜드의 매출도 상당히 증가하면서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게 소비가 고가와 저가로 치우치면, 애매한 중가 브랜드는 설 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카페 이디야를 예로 들 수 있는데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는 저렴한 가격이라 커피 프랜차이즈 중에서 국내 1위를 차지했었지만, 현재는 높은 폐업률을 보인다.
이유는 빽다방, 컴포즈, 메가 커피 등 초저가의 커피 전문점이 계속 생겨났기 때문이다. 더는 완전한 저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프리미엄 전문점도 아닌 브랜드이기 때문에 정체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N극화의 시대
전형성이 소멸하고 있다.
소비 트렌드만 변한 것이 아니다. 이제는 소비자의 취향 역시 더 뚜렷해졌다. 남들이 사기 때문에 사던 것은 옛말이 됐다. 오롯이 나의 취향과 개성을 토대로 소비하는 현상이 생겼는데 이를 N극화 현상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매스미디어 등을 통해 유행을 접했지만, 이제는 각기 좋아하는 유튜버나 인플루언서가 있고, SNS 등을 통해 빠르게 유행을 접하고, 더욱 쉽게 공유할 수 있게 됐다. 그런 만큼 사람마다 개성이 더 뚜렷하게 드러나게 됐는데, 이런 소비자의 변화 때문에 기업 역시 마케팅의 방향을 초개인화로 바꾸거나 커스터마이징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
퍼스널 컬러의 보편화
심지어 퍼스널 컬러를 통해 나에게 어울리는 코디나 화장품을 찾는 것이 트렌드가 됐고, 여기에 계절별로 나눠지기도 하니 바야흐로 커스터마이징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를테면, 롯데 백화점에는 컬러라이즈라는 브랜드가 있는데 고객의 퍼스널 컬러를 진단해주고, 가장 잘 어울리는 색감으로 제안해준다. 화장품 브랜드가 아니라 퍼스널 컬러를 진단하고 컨설팅해주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가 백화점에 입점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만큼 시대의 변화가 기업에 뚜렷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뜻이다.
MBTI 유형에 따른 맞춤 서비스
이외에도 MBTI 성격 유형 검사를 토대로 유형을 나눠 맞춤 호캉스를 제공하고 있는 롯데호텔 서울을 예로 들 수 있다.
두 가지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점은 사람들이 이제 내게 맞는 유형과 맞춤 서비스를 찾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기업의 마케팅 방식이나 서비스 제공 방식에 지속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밖에 없다.
단극화의 시대
적당히 괜찮으면 망한다.
평균 실종의 시대가 왔음을 알리는 변화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예전에는 중간만 하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적당히 괜찮다는 것은 이점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제 적당히 괜찮으면 망하는 길밖에 없다.
우리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을 떠올려보라. 메신저는 카카오톡, 배달 앱은 배달의 민족이나 쿠팡 잇츠, 중고품 거래 앱은 당근마켓, 스트리밍 앱은 유튜브, 패션은 무신사를 들 수 있다.
어떤 키워드를 떠올렸을 때 바로 떠오르는 브랜드나 플랫폼이 있다는 자체가 단극화 현상의 증거인데, 압도적인 절대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곳에 집중되는 현상을 말한다. 주로 플랫폼에서 많이 보이는 현상이다.
카카오 앱의 끝나지 않는 독식
그중에서도 국내에서 가장 단극화 현상이 강한 것은 메신저 앱이다. 카카오톡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은 몹시 드무니까. 휴대폰의 기본 기능처럼 자리를 잡고, 예전 문자 메시지처럼 쓰이는데 추가 기능까지 다양한 카카오 앱의 시장 점유율을 살펴봤다. 무려 98%였다.
이 정도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지난 화재 사건으로 카카오 서비스가 어려움을 겪었을 때 생활 전반이 마비되는 광경을 볼 수 있지 않았는가?
해당 이슈 때문에 카카오의 대체재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카카오 앱은 이전만큼의 사용자를 다시 회복했다. 보내는 사람만이 아니라 받는 사람도 같은 메신저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도 이유가 될 것이고, 단극화 현상이 극단까지 치달았다는 증거도 될 것이다.
평균 실종 시대에 대처하는 전략
1) 양자택일
2) 초다극화
3) 승자독식
이렇듯 우리는 평균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앞으로도 빈익빈 부익부와 양극화, N극화 그리고 단극화는 심해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2023년에는 세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1) 양자택일
이제 우리는 양극단의 방향 사이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도태되고 싶은 게 아니라면. 그러니 한 쪽으로 색깔을 확실하게 정해야 한다.
2) 초다극화
서비스나 상품을 제공하는 기업 역시 이제는 소수 집잔 혹은 단 한명에거 최적화된 것을 제공해야 한다. 평균을 위한 제공에 이전과 같은 수요는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타깃은 더욱 세부적으로 잡고, 그에 적합한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패션 업계라면 모든 세대가 원하는 코디가 아니라 정확한 세대를 겨냥한 디자인으로 경쟁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3) 승자독식
더불어 다른 사람, 즉 경쟁 업계가 모방할 수 없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대체할 수 없는 상품의 개발도 중요하다. 이것은 뉴디맨드 전략과도 이어지는데, 뉴디맨드 전략은 사지 않고 참을 수 없도록 하는 전략을 뜻한다.
여기에 포함되는 전략으로는 디자인이나 품질을 향상하거나 렌털과 구독과 같은 지급 방식의 변화가 있다. 이를 교체 수요라고 한다.
또 다른 전략은 과거에 없었던 제품을 판매하거나 커스터마이징 상품을 출시하는 신규 수요 전략이다.
변화는 필수다
도태되고 싶지 않다면, 변화를 꾀하라.
시대가 변하고, 중심 세대가 변하면서 우리는 '우리'보다 '나'에 집중하게 됐다. 다른 타인과 다르며 그것이 틀리지 않다는 다양성의 존중은 역설적으로 평균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는 모두 다 다른 존재니까.
그리고 이런 변화를 막을 방법 역시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트렌드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그것이 시대에 흐름에 도태되지 않을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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