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EH PLAYLIST #우리를밟으면사랑에빠지리
윤
‘사랑’을 말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랑을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랑’을 부르지 않는 방식으로 사랑을 노래하는 러브송을 좋아한다. 9와 숫자들의 <창세기>나 조월의 <불꽃놀이>처럼. "사랑해"의 울림만으로 강해질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가사의 노래는 예외.
고취된 상태의 마음은 실제로 무언갈 강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도 사랑이 언제나 이긴다는 말은 섬뜩할 때가 있지. 끝내 이기지 못한 사랑은, 그건 사랑이 아닌가? 가끔 날카로워진 마음은 나를 이기려 들고 사랑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지만. 그럼에도 버티는 사랑을 응원하고 싶어서 사랑 노래를 찾는다.
* Spitz - Cherry
슬
나에게 사랑이란 상대의 영원한 안식처가 되어주겠다는 선언과 같다. 돌아오는 것이 없더라도, 언제나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기둥이 되어주는, 그 과정에서 나는 어떠한 종류의 기대도 하지 않는것이 성숙한 사랑의 형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라는 것들이 생기고 실망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차가운 밤 온기로 감싸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니까.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누군가를 항상 기다렸다. 내곁에 있는 모두가 서로의 교토**가 되어줄 수 있기를.
*이루리 - 물고기
**교토 - 위수
상욱
나의 사랑은 남국의 바람을 타고 가네…*
지나간 사랑들은 늘 원래의 모습보다 더 아름답게 기억된다. 만약 하루아침에 우리가 그리워하는 모든 것들이 눈 앞에 나타난다면 분명 후회하겠지만(”이래서 싫었었지!”), 그래도 돌아오지 않을 것들이 본래보다 더 반짝였던 것 같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순간순간의 마음에 최선을 다 하면 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우리 모두 알고 있어도 그래도 어쩐지 습관처럼 아쉬워하고 아까워한다. 무언가를 너무 좋아한다는 건 좋아하는 반찬을 아껴먹는 일과 비슷한 것 아닐까.
*Seiko Matsuda - 青い珊瑚礁(푸른 산호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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