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et The Artist #5 - 모스크바서핑클럽
모스크바서핑클럽을 '다시' 만나기 전에.
모스크바서핑클럽은 지난 2023년을 누구보다 바쁘게 보냈다. 크고 작은 기획 공연에 함께하고, 록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으며, 신생 레이블인 블루탠저린 레코즈 합류를 알리며 연말에는 정규 2집 <짙은햇살>을 발매했다.
BOKEH는 정규 2집의 음악 감상회 사회와 인터뷰를 맡게 되어 발매보다 조금 일찍 <짙은햇살>을 들어 볼 수 있었다. 지난 인터뷰에서 수공예품에 비유하였던 밴드 특유의 섬세함은 물론이고, 이제는 산전수전 속에서 빚어진 '노련함'이 함께 묻어 나오는 멋진 앨범이었다. 이번 BOKEH의 인터뷰에서는 폭발적인 성장과 다양한 변화를 거친 밴드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아 보았다.
글/인터뷰: 슬, 상욱, 윤
-1집 인터뷰 이후로 밴드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모스크바서핑클럽을 사랑하는 열정적인 팬들이 크게 늘어났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런 밴드의 성장을 실감한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규리: 지하철을 탔는데 앞에 계신 분이 알아보신 적이 있다. 어떤 분이 지하철에서 계속 쳐다보셔서 ‘뭐지?’ 싶다가, 내리니까 따라오셔서 혹시 모스크바서핑클럽이시냐고 물어보셔서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역 한복판에서 같이 셀카를 찍는데 사람들이 정말 많이 쳐다보더라(웃음).
이제 알아보고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시는 분들이 계실 정도면, 얼마나 많은 분들이 우리를 봤지만 모른 척하고 가셨을지…이런 걸 생각하면 이제 평소의 행동을 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기훈: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갔을 때 알아보는 분들이 꽤 계시더라. 되게 쑥스럽고 규리 말처럼 처신을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평소에 문제 될 행동을 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웃음),그냥 앞으로 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진: 요즘 인스타그램으로 라이브 방송을 틀면 (시청자가)10분은 항상 모인다. 나를 길에서 알아본 분들은 없는데 그래도 라이브 방송을 켜면 서서히 좀 유명해지고 있다고 실감이 들 때가 있다.
진우: <짙은햇살>의 음악 감상회를 했을 때, 평일 저녁에 오실 분들이 그렇게 많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그때 뭔가 (밴드의 성장을)느꼈다. 예전에는 주말이든 금요일이든 텅 빈 장소에서 공연을 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제는 평일에도 이렇게 우리를 사랑하는 분들이 찾아 주신다는 점이 신기했다.
-1집을 준비하는 과정을 지난 인터뷰에서 길게 다룬 적이 있다.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가 쌓인 2집을 준비하고 만드는 과정은 1집과 조금 달랐을 것 같은데, 이번 앨범에서 밴드가 구현하고자 했던 음악적인 목표나 밴드가 생각하는 <짙은햇살>의 감상 포인트가 궁금하다.
기훈: 1집 <저공비행>에 비해서 2집 <짙은햇살>이 안정적인 면이 있고, 새롭게 도전한 면이 있는데 안정적인 면은 역시 사운드를 대하는 마음가짐인 것 같다. 좀 더 노련해졌다고 해야 하나?
새롭게 도전했다고 볼 수 있는 면은 녹음을 우리가 다 직접 블루탠저린 레코즈의 작업실에서 했다. 드럼 녹음부터 우리가 직접 받았고, 마이크는 뭐가 좋을지 다 테스트 해 보고, 1집을 만들 때보다 좀 상황이 나아져서 악기도 여러가지 써 볼 수 있었다.
규리: <짙은햇살>을 만들면서, 1집보다 좀 대중적인…이것도 참 애매한 표현이다. 아무튼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하다 보니까 그냥 결과적으로 그러진 않은 것 같다. (대중성과)많이 멀어진 면도 있고 어느 정도 가까워진 면도 있다.
사운드 면에서는 1집보다 성장을 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음악적인 색깔로 봤을 때에는 1집의 음악도 우리의 한 부분이고 2집의 음악도 우리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앨범을 발매 해 나가며 어떤 색깔을 찾아나가기 위해서 만든다기 보다는 각각 그 시기에 우리가 하고 싶은 걸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현진: 개인적으로는 <짙은햇살>을 준비하며 어떠한 설계과 기술적인 요소들을 거쳐야 사운드적으로 의도한 결과물이 나오는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또, 1집에서 갖고 있는 몇 가지 포인트들을 그대로 갖고 가되 조금 더 정교하게 다듬어 보려는 시도를 많이 했다. 이번 앨범에서는 1집의 저돌적인 면모도 조금은 갖고 가되, 보다 정교하면서도 다채로운 색상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다.
진우: 1집은 모든 곡들을 우리가 라이브를 거쳐가며 만든 곡들이 정말 많았다. 그에 비해 이번 2집은 우리가 작업실에서 먼저 만든 곡들이 꽤 있고, 모든 곡들이 최종 정리 단계가 1집보다 훨씬 길었다. 앨범을 마무리하고, 갈무리하고, 이걸 음원으로 들었을 때 사람들에게 어떻게 들릴지 고민을 많이 했다.
-안정적인 스튜디오 환경에서 만들다 보니까 달라지는 것들이 좀 생기는 것 같다. 음악적인 특징 이외에도, 이번 앨범은 더블 타이틀인 점이 눈에 띈다. 더블 타이틀을 선정하게 된 이유나 의도가 있을까?
규리: 우리가 좀 더 주력으로 홍보하고 싶은 음악들을 타이틀로 한 건 맞지만, 1집에서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딱히 그 예상이 들어맞지는 않았다. 항상 좋아 해 주시는 곡과 우리는 선택한 곡이 달라서(웃음). 그냥 골고루 좋아하실 수 있게 돕는 목적이 아닐까?
현진: 이 앨범을 들을 때 가이드가 될 수 있는 곡을 타이틀로 선정했다. 첫 번째 트랙인 <어쩌면 우리의 노래가 세상을 구할지 몰라>는 만장일치로 뽑혔고 <무중력댄서>는 규리가 열심히 밀어서 타이틀로 결정 된 트랙이다.
-혹시 예상 외로 더 큰 사랑을 받은 곡이 있다면?
진우: 재밌는 통계가 있다. <지진관측소>가 미국/독일의 50~60대 스포티파이 유저들의 알고리즘을 잠깐 탄 적이 있다. 그래서 스포티파이에서 우리 앨범을 들은 유저들을 보면 한국의 20대가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이 미국의 50-60대다.
기훈: <지진관측소>를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평소에 내가 흠모하는 제프 벡 스타일의 연주를 많이 사용했다. 미국의 60대면 그걸 청년 시절에 듣고 살아온 분들 아닌가. 그래서 (이 곡의)그런 감수성이 ‘먹혔다고’ 생각하니 되게 감사했다.
진우: 우리나라로 치면 네덜란드의 임영웅을 보는 느낌이 아닐까(웃음).
-타이틀 중 하나인 1번 트랙이 <어쩌면 우리의 노래가 세상을 구할지 몰라>라는 긴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간 모스크바서핑클럽은 짧은 몇 마디 말을 통해 긴 심상을 전달하고 싶어하는 밴드라는 인상이 있어, 신선한 변화가 느껴지는 제목이었다. 특별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지?
기훈: 일단 <어쩌면 우리의 노래가 세상을 구할지 몰라>같은 경우에는 제목을 정하기 전에 이 후렴이 먼저 나왔다. 잼을 하다가 ‘어쩌면’으로 시작하는 후렴이 먼저 나와서 그 제목으로 데모 파일을 만들어 놨는데, 그걸 대체할 만한 제목이 생각 안 났다. 이 곡은 21-22년도에 처음 잼을 한 노래인데, 의도치 않게 우리가 2집에서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다 함축하고 있더라.
1집과 달라진 문제의식이라면 그런 게 있었다. <저공비행>에서는 솔직히 우리가 이 음악으로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생각은 안 했다. 왜냐하면 (1집)그 자체가 너무 도전이었고…
비유컨대 지하실에서 지상으로 나오는 것까지가 1집이었다면 이제 사람들이 우리를 지금처럼 알아보는 상황에서 선한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여러모로 미친 세상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미친 세상에서 어떻게 거짓말이 아니면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그게 이 곡의 제목에 다 담겨 있었다.
그리고 앨범을 딱 틀었을 때, 아니면 앨범의 표지를 딱 펼쳤을 때 이 첫 번째 타이틀이 나오는 것이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에너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밴드의)변화라고 한다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음악을 할 것인지 고민이 생겼고 (첫 번째 트랙의 제목은)그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규리: 1집 <저공비행> 때는 우리는 이런 음악을 하고 있어요, 이런 느낌이었다면, 2집부터는 우리가 이제 어느정도 성장한 팀으로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게 뭔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나온 게 <어쩌면 우리의 노래가 세상을 구할지 몰라>라는 말이었던 것 같다. "
-1집 이후 모스크바서핑클럽에 큰 내부적/외부적 변화들이 찾아왔던 것 같다. 최근 블루탠저린 레코즈에 자리를 잡았고, 이번 2집의 수록곡 <Prozac>에서 색소포니스트 김오키가 함께 한 것도 눈에 띄었다. 이런 특별한 인연들과 함께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규리: 블루탠저린 레코즈는 현재 레이블 대표이시자 클럽 빵에서 엔지니어로 활동하셨던 동용님의 제안으로 들어왔다.
클럽 빵이라는 공간은 모스크바서핑클럽에게 2020년 여름, 코로나 시기에 처음으로 오디션을 보고 정기적으로 공연을 시작한 첫 공연장인만큼 굉장히 각별한 공간이다. 블루탠저린 레코즈에 함께 소속된 밴드들도 동용님이 클럽 빵에서 엔지니어로 활동하시면서 색깔과 결이 맞는 팀들을 모아서 만든 레이블이고, 우리도 이런 씬에서 같이 해볼 수 있는 게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함께하게 되었다.
기훈: 거의 DM으로 이루어진게 다였어서(웃음). 우리가 그렇게 치밀하지 않다. <Prozac>도 데모를 다 만들어 놓고, 이 곡은 금관악기가 꼭 들어가야겠다 싶어 김오키님한테 DM으로 데모와 함께 ‘여기에 한번 불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마음에 안 드시면 답장 안 주셔도 괜찮습니다’ 라고 보내드렸더니 감사하게도 답변이 왔다. 모스크바서핑클럽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4년 동안 해왔고, 그중에 우리를 좋게 봐주신 인연들이 남아 지금도 함께 해 주시고 있다.
현진: 그래도 어느정도는 계획적이라고 생각하는게, 예전부터 김오키님처럼 깊은 음악을 잘하시는 분과 같이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앞으로도 좀 그런 시도를 많이 한다면 좋겠다.
-블루텐저린 레코즈는 근래 흔치 않게 레이블 같은 형태로 출발한 그룹이라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새 소속이 생긴만큼 모스크바서핑클럽에 대한 새로운 기사나 자료들도 많이 눈에 띄는데, 보통 ‘포스트록 밴드’, ‘인디밴드’ 라는 수식어로 소개되고 있는 모스크바서핑클럽이 자신들에게 직접 수식어를 붙인다면, 어떤 말로 스스로를 소개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규리: 모스크바서핑클럽의 음악 중 포스트록 색깔이 짙은 곡들도 있으니 포스트록 밴드라고 불리는 것도 좋고, 인디 밴드라는 말이 애매하긴 해도 우리를 포괄하기에는 제일 적절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희망사항으로는 ‘독보적인’ ‘대체 불가능한’ 같은 말이 붙었으면 좋겠다.
기훈: 블랙미디black midi나 블랙 컨트리, 뉴 로드Black Country, New Road같은 최근 런던 남부의 밴드들을 묶어 ‘윈드밀 씬’이라고 부르지 않나? 재밌는 걸 봤는데, 블랙미디의 멤버 중 한 명이 자기는 인디 뮤직을 혐오한다고 트위터에 적어놨더라. 근데 무슨 말인지 좀 이해가 된다. 블랙미디야말로 정말 ‘인디펜던트’하게 시작한 밴드인데 그 ‘인디’라는 용어를 싫어하더라.
그래서 이 사람들을 뭐라고 불러야 되나 고민해보면 사실 ‘윈드밀 씬’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더라. 음악적인 영향이나 어떤 전통으로 부르기도 웃기고. 그래서 우리도 이름이 붙는다면 청룡동 록이 아닐까. 우리가 청룡동에서 시작했으니(웃음).
*윈드밀 씬: 런던 남부 브릭스톤의 클럽 ‘The Windmill’에서 중점적으로 활동한 밴드들을 일컫어 칭하는 말. 블랙미디black midi/블랙 컨트리, 뉴 로드Black Country, New Road/스퀴드Squid 등의 밴드들이 대표적이다.
진우: 봉천동이 더 정확한 지역이겠지만, 청룡 록으로 합시다. 그게 더 멋있다(웃음)
규리: 쑥고개로 아닌가?
기훈: 그럼 쑥고개 록으로 합시다(웃음). 사실 그런 수식어가 중요한가 싶다. 밴드 이름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길어서.
현진: 프로그레시브하다는 말도 어울리는 것 같다. 재즈나 사이키델릭한 느낌을 많이 차용한 느낌도 있고. 나도 음악적 기반이 스피리추얼 재즈, 아방가르드 음악에 있어 포괄적으로 좀 프로그레시브한 음악을 한다고 얘기한다. 3집, 4집 이어나가면서 이걸 바탕으로 좀 더 찾아보려고 한다.
-모스크바서핑클럽의 ‘얼터 에고’인 펑크록 밴드 <부따 펑크 클럽>이 팬들에게 꽤 큰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다. 혹시 부따 펑크 클럽처럼 지금의 모스크바서핑클럽과 다른 방향이지만 개인적으로라도 한번 해 보고 싶은, 관심이 있는 음악이 있는지 궁금하다.
기훈: 나는 남미 음악을 한번 해보고 싶다. 아르헨티나 기타도 사왔는데, 3년 동안 실력 발휘를 못하다가 이번 2집에 조금씩 사용했다. 우리 집에 놀러 온 기타리스트들이 다 그 기타 쳐보고 되게 놀란다. 너무 다르고 좋다고.
현진: 옥상에서 기타, 드럼 딱 두 명으로 루프탑 음악 같은 걸 해보고 싶다. 아프로나 라틴 음악도 해보고 싶고. 요즘 욕심 생기는 건 밴드 테크노. 더 코멧 이즈 커밍The Comet Is Coming 같은 음악도 꼭 하고 싶다. 또 프로그레시브 재즈도 하고 싶고…여러 가지 있다.
규리: 요즘 시도하는 건 00-10년대 한국 인디팝을 제대로 구현하는 그런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고, 아직 시도하진 않았지만 언젠가 해보고 싶은 음악은 즉흥 엠비언트 같은 걸 좀 해보고 싶다.
진우: 디제잉을 하거나, 전자음악이 해보고 싶다. 안 그래도 규리와 함께 하고 있는 ‘슈슈슈’라는 팀이 있는데…
규리: ‘슈슈슈’라고 잠정 중단이지만 그렇다고 아주 그만둔 건 아닌, 그런 상황의 밴드가 있다(웃음). 모스크바서핑클럽은 잼으로 시작하는 경우도 많지만 어쨌든 마지막에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을 거치는 밴드라면, 슈슈슈는 이제 아마추어리즘의 극단을 달리는, 그런 음악을 목표로 하는 밴드다.
-재미있는 그룹인데, ‘슈슈슈’의 음악에 대해서 짧게 소개를 부탁드리고 싶다.
규리: 어…
진우: 우쿨렐레…일렉트로닉…포크…슈게이징…근데 아직 우쿨렐레도 안 샀다.
(일동 웃음)
-한동안 휴식기를 가진다고 들었다. 휴가를 보내는 기분일 것 같은데, 멤버들의 개인적인 ‘휴가 계획’이 궁금하다.
진우: 생업을 위한 준비. 자기계발.
현진: 이제 인스타그램 라이브 위주로, 휴지기 동안에 그런 소통 콘텐츠들을 조금씩 하고 싶다. 그런 걸 인생에서 한번 해보고 싶었어서. 가장 호응을 많이 받는 게 ‘줌 독서실’이다. 아, 요리 컨텐츠도 하고 싶다.
기훈: 중간중간에 맡은 일이 많다. 정말 좋아하는 뮤지션의 프로듀싱을 맡게 되었고, 또 게임 음악도 몇 개 만들게 되었다. 그걸로 2024년 봄에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우당탕탕하고 난 다음에는 외국에 한 달 정도 있다 올 예정이다. 또 좋은 영감 받고 와야지.
규리: 개인 작업을 하면서 엄청 잘 쉬기 위해서 노력하려고 한다. 올해 밴드를 하면서 막 힘들다거나 너무 바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는데…
저번 쇼케이스 때 이런저런 기획과 준비를 하면서 엄청 달렸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정산도 해야 되고, 이런저런 일을 하다 (김)뜻돌님한테 메일을 보내드렸는데, 이제 답장 첫 줄로 뜻돌님이 ‘잘 쉬었어요?’ 라고 물어보시더라. 갑자기 그게 너무 탁 박혀서 ‘맞아, 일단 쉬어야 되는데’. 그 생각이 들더라.
그때 당시에는 내가 공연을 어떻게 했는지, 무슨 실수를 했는지,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서 머릿속이 엄청 복잡했는데 그 얘기를 듣고 일단은 쉬긴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휴식기에는 휴식기인 만큼 최대한 쉬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모스크바서핑클럽 멤버들의 세상을 구한 노래들이 있다면?
현진: 윤하의 <오늘 서울은 하루 종일 맑음>. 유희열이 작곡하고 윤하가 불러서 토이 정규 6집에 수록되어 있다. 초등학교 5-6학년 때 처음 듣고 이런 음악이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내게 첫 발을 떼게 한 그런 노래다.
기훈: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Heroes>. 처음으로 “이게 뭐지?” 했던 사운드였다. (<Heroes>의)음악적 요소를 하나하나 따지면 되게 별거 없잖아. 근데 그 전체를 들었을 때, 딱 밴드 사운드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고 그게 너무 가슴 벅찼다. 메세지도 마찬가지.
총합은 부분의 합보다 크다라는 말이 있지 않나. 이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음악의 존재 방식이 밴드라고 생각을 하고, 그걸 나에게 알려준 음악인 것 같다.
진우: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장단>.
규리: 세상을 구하는 노래들이라고 하면 뭔가 희망적이어야 될 것 같긴 한데, 이이언의 <나의 기념일>.
사진: 김태영@kimtaeold
BOKEH의 모스크바서핑클럽 2집 <짙은햇살> 추천곡
윤: 유령극장
슬: Prozac(feat. 김오키)
상욱: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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