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EH PLAYLIST #3
꽃이 한 가득 피었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마음에 여유가 쉽게 생기지 않는 세상이지만, 짧게 아름답고 금방 사라져버릴 꽃들을 놓치지는 말자. 지나가 버린 좋은 것을 다시 보려면 오래 기다려야 할 수도 있으니까! 이번 주의 BOKEH Playlist에서는 꽃놀이와 함께하기 좋은 음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글: 슬, 상욱
슬
Second Date - Josh Fudge(2021)
오클라호마 시티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침대에 누워 들을 수 있는 편안한 멜로디라는 뜻의 ‘베드룸 팝’ 이라는 장르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첫 번째 정규 <Fun Times>에 수록된 곡 타이틀 곡 <Second date>는 두 번째 데이트의 떨림을 몽글몽글한 신스 사운드로 표현하였다.
상대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은 언제나 두근거린다. 사랑의 계절 봄에 이 노래를 들으며 기분 좋은 설렘을 느끼길 바란다.
あの街に風吹けば(그 거리에 바람이 불면) - 히츠지분카쿠(2021)
멜랑콜리한 사운드에 나지막이 속삭이는 듯한 보컬이 더해져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일본의 3인조 얼터너티브 록 밴드.
2021년 발매된 EP <you love>에 수록된 <あの街に風吹けば(그 거리에 바람이 불면)>은 기분 좋은 바람,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를 표현한 가사와 부드러운 기타톤이 어우러져 새로운 시작에 용기를 더해주는 곡이다.
봄은 또 다른 시작이다. 꽃이 만개하고 곳곳이 푸른 빛깔로 덮여가는 때,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
너와 나 - NCT DREAM(2018)
NCT DREAM은 2016년 8월 25일 데뷔한 SM 엔터테이먼트 소속 7인조 보이그룹이다.
두 번째 미니앨범 <We Go Up>에 수록된 <너와 나>는 풋풋한 사랑을 NCT DREAM만의 청량함으로 표현한 곡이다.
사랑하는 상대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웃음이 나는 순간들이 있다. ‘아름다웠던 순간들’에 대한 회상으로 이루어진 이 곡은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어린 시절의 서툴지만 진실된 사랑에 대해 말한다.
'즐거웠던 매일/늦은 밤 쏟아지는 별빛/우리의 beautiful time' 이라는 가사처럼, 이 곡을 들으며 행복했던 순간을 추억 하길 바란다.
상욱
너와나 - 3호선 버터플라이(2012)
공교롭게도, 슬 에디터가 소개한 마지막 곡의 제목과 겹치게 되었다. 이 쪽은 띄어쓰기가 없지만.
나무 바닥, 흰 돌, 콘크리트, 커피 얼룩 등 살아가며 우리 주변에 보이는 것들을 읊어가다 후렴에서 그 모든 것들에 너와 내가 있다 말하는, 쭉 뻗어나가는 시원한 사운드가 매력적인 트랙이다.
올 해는 기온 등 여러가지 환경 문제로 인해 유난히 꽃 주변에 곤충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내년 봄, 그리고 내후년 봄에도 꽃을 만나기 위해서, 꽃놀이에 함께하는 이 뿐만 아니라 세상에 수많은 생명들과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단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와 별개로, 3호선 버터플라이의 <Dreamtalk>은 한국 인디 역사에 꼽을만한 걸작이니 꽃이 지기 전에 꼭 앨범 전체를 들어보시길.
Citrus - Kid Milli & Dress(2021)
<Cliché>는 이질적인 앨범이다. 래퍼 Kid Milli(이하 키드밀리)가 그간 발표 해 온 곡들과는 궤가 크게 다른 방향의 음악으로 가득 차 있고, 그 방향의 키를 프로듀서 Dress(이하 드레스)가 주도해서 잡았다는 사실이 음악과 프로모션 전면에 드러나 있다. 이미지가 굳어진 래퍼의 틀을 뛰어난 프로듀서의 능력으로 깨는데 성공한 대표적인 예시로 들어도 될 만큼 좋은 음반이다.
제목으로 쓰인 시트러스는 보통 귤속의 식물들을 칭하는 표현이고, 와인 등 주류에서는 귤이나 라임 등의 향이 나는 제품의 맛을 설명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청량하고 상쾌하지만 금방 흩어지는 시트러스처럼, 흐드러지게 피어도 금방 사라지는 봄을 즐기시길 바란다. 그리고 그런 일에는 '사랑은 금방 지는 꽃과도 같지/갑자기 찾아오는 손님과도 같이' 라고 읊는 곡이 어울린다.
물론, '덕력'이 상당하다 알려진 키드밀리답게, 이 곡도 위의 해석과 전혀 관계 없이 일본의 로맨스 만화 <Citrus>의 내용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커다란 - 민수(2019)
위로가 희귀해졌다. 분명 처음에는 '위로할 거면 돈으로 줘요' 라는 농담에서 시작되었던 것 같은데 몇 년이 지나니 이제 돈이 없으면 위로도 해 주기 어려운 세상이 되어버렸다. '나만 아니면 돼' 가 예능 프로그램의 농담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정신이 되어 버린 것처럼.
<커다란>은 대책 없는 위로를 한가득 건넨다. 곡이 흘러 나오는 내내 근거도 증거도 없지만 그래도 사랑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고, 신기하게도 우린 그걸 알 수 있으며 사라지지 않는 목소리는 분명히 있다며 따뜻한 말을 인심 좋게 퍼부어준다.
개인의 단위에서 너무 많은 대책과 너무 많은 계획을 필요로 하는 세상이다. 정작 대책과 계획을 철저히 짜야 하는 곳에서는 '핸들이 고장난 8톤 트럭'처럼 움직이고, 그 책임 없는 운영의 결과는 고스란히 개인에게 더 큰 압박으로 찾아온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일로 지나치게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누군가는 '대책 없는' 위로를 퍼부어줘야 하고, 보통 그런 일들은 문화를 다루는 예인의 몫이다. 민수의 <커다란>은 정신없게 몰아치는 세상에서 잠시 피어난 꽃을 돌아보게 하는, 각박한 삶의 숨을 틔워 주는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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