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쪽 질문이 더 마음에 드나요?
얼마 전 저와 함께 전문코치 자격을 준비하는 트레이닝 그룹의 코칭 시연 상황이었습니다. 고객의 주제는 '후배 구성원들에게 직장 선배로서 좋은 가이드를 해 주는 대화 방법 찾기'였습니다. 조직 내에 인턴이나 사회 초년생 분들이 매우 많은데 조언을 해 주고 싶은 것들이 자꾸 생기지만 잔소리처럼 느껴질 것 같아서 말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분들의 성장과 좋은 팀 문화를 위해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이슈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잔소리가 잔소리처럼 느껴지지 않는 방법을 찾고 싶다'고 했습니다. 코치 역할을 했던 분은 아래와 같은 질문들을 했습니다.
- 그런 이유가 개인적인 능력 부족인지, 회사의 시스템 부재인지,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인턴이라면 굉장히 경력이 짧은 분 일 텐데 그런 분들을 전담해 주는 조직이 회사 내에 따로 없나요?
- OO님이 보시기에는 왜 그분들이 여전히 부족해 보일 만큼 스킬업이 안 됐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 회사의 전체 구성원은 몇 명 정도 되시나요?
- 그 내부에서 교육에 대한 책임을 지는 부서나 프로세스는 현재 어떻게 돼 있나요?
- 이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의지들을 회사에 표현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 이걸 공식적으로 어느 부서가 해야 할까요?
전반적으로 위와 같은 방향의 질문들을 주고 받은 후 코칭을 마쳤습니다.
반면, 동일한 주제와 관련해 아래와 같은 방향의 질문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 OO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가이드'란 어떤 것인가요?
- 잔소리라고 느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지금까지 시도해 보신 것들은 어떤 노력들이 있나요?
- OO님이 말씀하신 '잔소리지만 잔소리처럼 느껴지지 않는' 대화는 어떤 모습인가요?
- 그런 대화의 경험이 있다면 무엇때문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 OO님이 사회초년생, 신입사원이었을 당시, 선배들의 어떤 모습들이 가장 도움이 되었나요?
- 후배 구성원들에게 어떤 말을 들으면, 지금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시도하고 노력했던 것들에 대해 보람을 느낄 수 있을까요?
- 이런 노력들이 잘 쌓여서 원하는 모습의 결과들이 만들어진다면, OO님은 조직 내에서 어떤 선배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 OO님이 생각하는 '좋은 선배' 란 어떤 모습인가요?
- 지금의 고민을 성공적으로 잘 해결한다면, OO님의 시니어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커리어에는 어떤 도움이 될까요? 어떤 성장이 있을까요?
어떠신가요? 두 가지 방향의 질문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어떤 차이점이 느껴지시나요? 만약 여러분이 자신의 고민과 관련해 질문을 받는다면, 여러분은 어떤 질문들이 마음에 드시나요? 😊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대화가 '코칭 장면'이었고 코칭 대화가 문제 해결 자체가 아니라 이 이슈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을 코칭하는 것이고 상대방 중심의 individual한 대화라는 기준에서 본다면 저는 후자의 질문들을 주로 했을 겁니다. 물론 맥락에 따라 전자의 질문들도 일부 했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대화의 목적과 맥락에 따라서 이 두 가지 방향의 질문을 다 할 수 있느냐, 두 가지 다른 관점을 밸런스 있게 갖추고 있느냐 입니다.
🌲Meaning과 Impact
2012년에 구글은 생산성이 좋은 팀의 비결을 분석했습니다.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을 차용해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를 통해 아래와 같이 고성과 팀의 5가지 factor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심리적 안전감'이 꼽히면서 오랫동안 심리적 안전감의 중요성이 회자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제가 새삼스럽게 다시 주목하고 있는 factor는 바로 'meaning'과 'impact'입니다. meaning은 자신의 일이 개인적으로 중요한 이유를 이해하고, 이 일을 통해 의미를 느끼는 정도를 말하는데, 팀원들이 자신의 역할이 가치 있고 개인적 성장에 기여한다고 느낄 때, 개인적인 커리어 목표와 연결됨을 인식할 때 일에 더 몰입할 수 있습니다.
impact는 자신의 일이 팀, 조직, 혹은 더 넓은 세계에 긍정적이고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느끼는 것으로, 팀원들은 자신의 노력이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볼 때 동기유발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는 impact 와 관련한 질문들은 오히려 종종 들어봤거나, 반대로 다른 팀원에게 질문해봤을 수 있습니다. 반면 meaning과 관련한 관점은 익숙하지 않은 듯 합니다.
♥️문제가 아닌, 사람을 코칭하기
실제 현장에서 많은 리더들의 대화 장면을 관찰하거나 코칭 대화 트레이닝을 할 때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문제 자체를 해결하는 질문이나 조직 관점의 질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들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들어 조직에서의 개인의 성장이 중요해지면서 리더들에게 이를 매우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의 리더들은 지금까지 리더로 성장해 오는 과정에서 이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기에 이에 대한 관점과 호기심으로 팀원들에게 질문을 하는 것 역시 익숙하지 않고 매우 어려워 합니다.
하지만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는 이곳에서 성장해 더 좋은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한 '개개인성의 시대'입니다. 이직도 자유로워졌고 이에 대한 인식도 과거에 비해 매우 유연해졌습니다.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조직에서, 언제까지 이 팀에서 일할지 모르는 변동성의 시대에 이제는 팀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라는 논리가 통하지 않는 시대입니다. 대신, 자신이 원하는 삶의 여정을 나아가는 과정에서 지금 현재 우리가 팀으로 함께 하기 때문에 더욱 가능해지는 것들은 무엇인지, 개개인성에 기반한 대화, 개인 관점의 성장과 가능성에 포커스한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트레이닝 그룹의 참가자분들에게 위의 두 방향의 질문에 대해 어떤 차이가 느껴지느냐고 질문하면 대체로 아래와 같이 대답합니다.
- 전자의 질문에는 문제 혹은 이슈만 있고 '사람'이 없네요.
- 전자는 조직 관점이고 후자는 개인, 코칭 받는 사람 중심의 대화 같아요.
- 전자의 방향의 질문들만 지속적으로 받고 이런 관점으로 대화하면 제가 마치 조직의 부속품처럼 느껴질 것 같아요.
혹시 지금 팀원들과의 대화에서 '사람'은 빠지고 조직과 이슈만 남은 대화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우리가 더욱 '의미있는 대화(meaningful conversation)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관점과 무엇에 대한 호기심, 어떤 방향의 대화가 필요할지 고민해 보는 일주일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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