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지 백설공주 이야기가여자들끼리 누가 누가 더 이쁘니 경쟁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가치를 충분히 있다.
정혜윤 PD < 삶의 발명> 저자 추천사 중
어떤 상황도 전제도 그 결말이나 과정이 극단적인 것을 포함하면 싫다.
그래야 설득력은 있겠지만. 극단은 결국 편을 만들고 가르니까.
내 편 아니면, 적이라니... 이런 황당할 때가..
이런 사람에게
"내 말은 그게 아니고"라고 굳이 설득해서 내 에너지를 쓸 생각은 없다.
어차피 안 들을 거니까.
(사실 우리 사회생활하며 이런 경험 한번씩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책이라면 달랐다.
책의 모든 내용과 문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편으로 가르는 문제가 아니라
바로 보고, 새롭게 보고, 그래서 다시 써나가는 우리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보고 싶어졌다. 이런 이야기라면. 나도.
거기에 흥미로운 띠지가 둘러져 있지 않은가,
용은 왜 공주를 물고 갈까?
<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중에서
그러고 보니 그렇다.
아저씨도 할머니도 아줌마도, 어린 아이도 아닌 공주를 잡아간다.
잡아먹기엔 포동포동 살집이 있는 사람이 좋을 텐데.
- 목차 -
작가의 말
프롤로그_낯선 만큼 매혹적인, 그 이야기의 숲길로
1장 쌍년이 되는 건 해법이 아니다
2장 소년이 걸어야 하는 자기 몫의 황무지
3장 아무 데도 가지 않아도 세상을 바꾸는 여자 4장 용은 왜 공주만 잡아갈까?
5장 탑에서 나와 광야를 걷는 여자
6장 자식은 죽여도 아버지는 못 죽인다
7장 백설공주 계모 왕비의 거울 뒤, 그놈 목소리
8장 이제는 인간으로 변신할 시간
9장 우리는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10장 뜨개질하는 여자를 두려워하라
책을 읽어 보니 추천사에서 기댄 나의 바람이 맞았다.
편가르기가 아니라 동화속 여성 다시보기다.
유명한 동화는 대개 아주아주 오래전 호랑이도 담배라는 걸 몰랐을 시절에 쓰여졌다. 해서 이 책은 그 시절의 문화 등을 함께 살펴보고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면. 더 깊이깊이 들어가길 서슴지 않는다.
또 새로이 발견된, 재해석된 유사 소설, 동화, 영화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영문학, 그리스 로마 신화 등에 관심이 있다면 더 이해하기 쉽겠지만,
보이는 만큼 읽어도 충분히 흥미로운 대주제, 소주제가 많다.
착하고 어질게 순종하면서 자신의 욕망도 모르고 욕망의 주체도 되어보지도 못한 채 사는 여성은 백설공주의 어머니 왕비처럼 쓸모 없다. 착하면 호구라는 세간의 표현은 여기에도 딱 들어맞는다.
37p
이 이야기에서 눈 여겨볼 점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바실리사의 힘이다. 숲에 들어가기 전후의 현실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바실리사가 달라졌을 뿐이다.
68p
현실이 바뀌지 않아도 내면이 바뀌면 영웅이 된다.
69p
곡식의 낱알을 쌓아 산을 만들 수 없겠지만 그 곡식들을 헤아리는 동안 다듬어진 마음이 어떤 산도 오를 수 있게 만드는 힘이라는 점을 놓치는 사람들이 많다.
80p
대부분 책은 읽고서 이런 종류의 감상을 내놓게 된다.
ㅡ와 잘 읽었다 재밌었다 감동이 있었어 뭉클해
ㅡ공포든 사랑이두 문득문득 여운이 남는 책
ㅡ메모, 인덱스 당장 따라하고 싶은 책
ㅡ문장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는 책.
개인적으로 책은 책등의 제목만 쭉 읽어도 독서가 된다고 생각하니까.
다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사적인 평을 하자면
<숲은 깊고 아름다운데ㅡ동화 여주 잔혹사>는 가장 후자에 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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