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하, 나의 엄마들”
제목도 진부했고, 이민자의 삶이라는 소재 때문에 읽기 전부터 턱 하니 숨이 막혔습니다. 들쳐 보고 싶지 않은 역사를 또 봐야 할까라는 부담감도 일었습니다. 이렇게 이리, 저리 피하기만 하다가 드디어 첫 장을 펼쳤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하와이, 그녀들의 세상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하와이는 아름다운 풍광 속 파도를 그려지는 곳인데, 책을 읽다 보면 그런 하와이는 그려지지 않습니다. 사탕수수 사이로 채찍을 피하며 노동하는 이들과 그들에게 고봉밥을 지어 먹이는 아낙들의 모습만 선하게 그려집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와이로 사탕수수 농사를 지으러 갔는데, 이것이 미국 이민의 시작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때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는 어린이들의 무덤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세상과 부모를 두고 떠난 아이들이 왜 이렇게 많을까라는 의문이 책을 통해서 풀렸습니다. 채찍을 피해가며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가 없었던 거지요. 그 무덤이 모여 있다는 것만으로 그들의 열악한 상황을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버들이, 어떤 인물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고 하면 바로 버들이입니다. 하와이로 건너가서 고생한 이야기보다는 사진으로만 본 남편 태완이를 사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진만 보고서 어떻게 사모의 정이 생길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사진 속의 태완이를 그리는 모습, 실제로 만난 뒤에 떨려하는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첫 정인이 있었다는 사실에 속앓이를 하는 모습도 이 책을 더 재미있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사실 홍주를 많이 응원했습니다. 약간 되바라져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할말은 딱딱 하는 홍주가 좋았습니다. 결혼을 2번이나 하게 되면서도 기죽지 않은 그녀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송화가 하는 말이 맞기를 바랐습니다.
홍주가 끝까지 버들 옆을 지켜줘서 더 좋았고, 그런 홍주가 비밀을 발설해서 더 좋았습니다.
아프게, 기쁘게, 뜨겁게 파도를 넘어서며 살아갈 것이다. 파도가 일으키는 물보라마다 무지개가 섰다.
아마 독자들은 모두 기억할 가장 행복한 풍경 속, 아름다운 말이다.
알로하, 여러분.
책을 덮고 나서 다시 제목을 보았습니다. 전혀 진부하지 않았습니다.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며 기쁨을 함께 나누자는 하와이 원주민의 정신이 담긴 하와이 인사말입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더 인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 매달 3일, 글쓴이 Book_here
저는 “함께 읽고 쓰는 일”을 좋아합니다. 함께 할 때,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현장(책:곳)에서 다양한 세대와 책을 읽고, 쓰면서 마음을 나누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과 좋은 책을 읽으면서 성장하였고, 앞으로도 그러하길 바라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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