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윤 연출가가 드라마 「청담동 살아요」 할 때도 주인공 이름을 ‘혜자’로 쓰더니, 「눈이 부시게」에서도 또 ‘혜자’였습니다. 봉준호 감독도 영화 「마더」에서 주인공 이름을 명명하지는 않았지만 ‘혜자’로 썼습니다."
김혜자 배우님은 자신의 이름을 좋아합니다. 흔하지만 자신을 나타내는 이름이니까.
평범한 이름이지만 내면을 파고들면 불가사의한 모습이 보이니까.
천상 배우.
그녀는 배우를 하지 않았어도 어떤 일이든 성공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배우였기 때문에 지금의 김혜자로 설 수 있었습니다. 배역에 빠져살아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의 역할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그녀입니다. 만인의 여인이 정작 가정에서는 그렇지 못했던 것이죠. 흔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그녀는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사람인 것 같습니다. 배역을 맡고나서는 그사람이 되어야 하고 그사람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허투로 선택하지 않다보니 작품이 시작되면 연출이든 작가든 무조건 신뢰하고 연기에만 몰두합니다.
대본대로의 연기를 고집합니다. 대본에 적혀있는 대사의 의미를 이해하기에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작가의 대단함을 인정하고 칭찬합니다. 아마도 이 책을 김정수 작가님, 김수현 작가님, 노희경 작가님이 읽는다면 감격스러워 할 듯 합니다.
<전원일기> 속 그녀의 얼굴에 <마더>에서의 얼굴이 나올 줄 누가 알았을까 감탄하며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낸 봉준호 감독을 대단하다 생각했지만, 그녀가 다른 작품에 도전하려는 의지가 없었다면 그녀가 마음먹었을때 작품제의가 없었더라면 변신의 순간은 오지 않았을 겁니다.
그녀를 섭외하려는 연출자나 작가는 이미 작품 구상을 할 때부터 그녀를 염두에 두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전에 했던 작품에서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거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겠죠.
드라마 <눈이 부시게>, <청담동 살아요> 꼭 봐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둘 다 김석윤 연출가와 함께 한 작품입니다.
인터넷 서점 리뷰를 보니 <눈이 부시게>라는 드라마는 온갖 종류의 장르가 전부 들어있어 시나리오 공부하는 이들의 필독서라 할만하다 합니다. 그런 드라마의 주연을 김혜자 배우님이 하셨잖아요.
<청담동 살아요>는 지금도 자주 보신다고 하는데, 마지막회에서 그녀는 어린 시절의 그녀와 50년의 세월을 건넌 전화통화를 하게 됩니다. 막 아버지를 잃은 어린 혜자에게 넌 잘 될거야 라고 말하는 그 에피소드가 너무 좋았다고 합니다.
인용하는 대사도 기가 막힙니다.
배우님께 영업 당했어요.
등장하는 작품들에 대한 기억들을 따라가다보니 문득 배우님 나이가 보입니다. 여든이 넘으셨어요.
신기합니다. 어느 순간 시간이 멈춘 듯 보였는데 시간은 공평한가 보네요.
'신의 대본에서 우리 모두는 배우'라고 말하는 그녀.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덧) 언젠가 배우님의 따님이 대본 뒷면에 이렇게 적어주었다고 합니다.
‘나는 엄마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간이라고 생각해. 나도 엄마 같은 인간으로 성장하고 싶어.’
배우로도 사람으로도 성공해네요. 배우님.
by 읽고 쓰는 소시민
소시민의 관점에서 글을 쓰고자 합니다. 대중의 시선과 맞아떨어질 때 희열을 느낍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