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마을 다이어리(요시다 아키미)_꼰냥

3+1=하나?!

2023.04.12 | 조회 4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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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전달자

바쁜 현대인을 위해, 책을 요약해 드립니다.

◎ 코로나19로 하늘 문이 닫히기 직전, 일본 가마쿠라와 에노시마를 다녀왔다. (전차가 지나가는 해안가 사이로 소연에게 손 흔드는 강백호의 이미지가 반짝 떠오르는 이곳은 나와 같은 슬램덩크 팬에게 성지나 다름없다.) 한국의 여름보다 10배쯤 더 습하고 뜨거운 일본의 여름을 우습게 봤더랬지, 나중에 검은 티셔츠가 땀 속 소금기로 하얗게 변할 만큼 무더웠다. 한편으로, 검은 모래해변과 낮게 빙빙 도는 솔개들, 마치 주술에 빠진 양 바다를 향해 한 방향으로 앉아있는 사람들의 풍경이 도쿄와는 사뭇 다른 여유가 느껴져서 좋았다.

 왜 뜬금없이 가마쿠라, 일본 여름 타령이냐고? 오늘 소개할 책이 이곳을 배경으로 한 [바닷마을 다이어리]이기 때문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전 9권 - 네이버 도서 검색 및 ⓒ꼰냥 사진]
[바닷마을 다이어리 전 9권 - 네이버 도서 검색 및 ⓒ꼰냥 사진]

“인연의 파도 위에 다시금 일렁이는 네 자매의 일상.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 카마쿠라(이하, 가마쿠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속 깊고 단단한 사람들의 이야기” -6권 『4월이 오면 그녀는』표지 뒷면

 매달 12일 글지기로서 이제 고작 두 번째 글인데 만화책을 리뷰 한다는 건 너무 쉬운 접근이 아닐지 모르겠다. 하지만 소설과 같이 활자로만 표현하기에 복잡하고 난해한 감정선이라는게 있는데, 이 책은 그러한 감정이 섬세한 그림과 한정된 말풍선 안에 함축되어 잘 그려져 있어 소개를 해보고자 한다.

 작가 요시다 아키미와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면 “섬세하고 미묘한 심리묘사로 독자들의 뜨거운 공감을 이끌어 낸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 작품만 보더라도 공감할 수 있었다. 2006년부터 2018년까지 약 10년 간 연재된 이 작품은 2007년 제11회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만화 부문 우수상, 2013년에는 일본 만화대상을 수상하였다.

 

◎ “우리랑 같이 살지 않을래?” -1권 『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

 작고 조용한 바닷마을 가마쿠라에서 사치, 요시노, 치카 세 자매는 할머니께 물려받은 낡은 집에서 아웅다웅 살고 있다. 어느 날 15년 전 내연녀와 눈이 맞아 집을 나간 아버지가 암 투병 끝에 사망했다는 부고를 듣게 되었고, 찾아간 장례식장에서 내연녀와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딸 스즈를 만난다. 스즈의 친엄마, 즉 그 내연녀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새로운 여자를 스즈의 엄마로 맞이했지만, 정작 아픈 아버지를 간병한 건 새엄마가 아닌 스즈였음을 세 자매는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집을 나간 뒤 엄마마저 자신의 삶을 찾겠다고 떠나버린 이후 가장이 되어 동생들을 돌봤던 사치는 이런 스즈가 자꾸 눈에 밟힌다.

 “우리랑 같이 살지 않을래?”

 가마쿠라로 떠나는 기차에서 물어본 이 질문을 시작으로 스즈는 세 자매의 식구로 바닷마을에서 함께 살게 된다.

 

“날씨 좋다. 기분이 어떻든 간에 맑은 날은 하늘이 푸르고 푸르다. ...(중략)... 기분은 이런데 하늘은 끝없이 푸르다.” -5권 『남빛』

 요즘 세상 이야기들이 너무나 자극적이라 네 자매의 이야기는 순한 맛으로 느껴질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바닷마을이라는 흔들림 없는 편안한(!) 배경과 무관하게 책 속 인물들은 다사다난하다. 

 자신 역시 복잡한 가족사의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로서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스즈,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큰 언니이지만 정작 자신의 애정관계에서 갈등하는 사치, 이 두 사람이 아홉 권을 이끄는 쌍두마차라고 할 수 있겠다. 금사빠 요시노, 사차원 치카 라는 캐릭터와 더불어 주변 인물들 각자의 이야기가 엮여서 순정만화의 묘미인 밀당-고백-사귐의 매커니즘 뿐만 아니라 상실, 이별, 죽음, 더 넓게는 삶 전반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밀당의 현장!!]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밀당의 현장!!]

“이 앞의 미래도 행복이 무엇인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세계는 끝없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난 어디든 갈 수 있다. 저 끝 어디라도, 아무리 먼 곳이라도.” -9권 『다녀올게』

 이 책은 마냥 순수한 에피소드의 연결로만 이루어져있지 않다. 후미진 시골 동네에서 철없는 새엄마와 이복동생들, 깊은 병치레 중인 아버지를 돌보느라 자신을 잊고 살았던 한 소녀가 바다라는 끝없는 공간 앞에서 새로운 가족, 친구, 그리고 축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찾아가는 성장 스토리이기도 하다.

 성장이라는 주제는 스즈에게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세 명의 언니들 역시 각자 커리어, 사랑, 관계 등 큰 틀 안에서 점차 안정을 찾으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고로,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순정로맨스만화가 될 수도, 가족드라마가 될 수도, 각자의 성장스토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한 작품 속에서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공식 포스터 (네이버 영화)]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공식 포스터 (네이버 영화)]

◎  이 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영화화하여 더욱 유명해졌다. 나 역시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영화로 작품을 접했는데 너무 무난해서 졸기까지 했다. 예쁜 네 자매들 덕분인지 배우자가 케이블TV에서 재탕 삼탕을 할 때마다 열심히 본지라 얼떨결에 놓친 플롯을 다시 보게 되었다.

 영화는 1~5권에 해당하는 내용을 각색하여 만들어졌는데,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즐겨본다면 한 번 쯤 봤을만한 배우들의 연기가 볼만하다. 잔잔함 끝판왕을 원한다면 강력 추천한다.

[타죽을 것 같았던 에노시마 해변.. 여기서 샌드위치를 먹는다고?! ⓒ꼰냥]
[타죽을 것 같았던 에노시마 해변.. 여기서 샌드위치를 먹는다고?! ⓒ꼰냥]

 

◎매달 12일의 글쓴이 꼰냥은,

 도서관 서가 사이에 있으면 심박수가 떨어지고 톨킨(반지의제왕)과 이노우에 다케히코(슬램덩크) 작품 앞에서 심박수가 올라가는 다방면의 덕후입니다. 고양이들과 간식먹으며 책읽는 시간을 제일 좋아하고요. 앞으로 주욱 즐거운 책, 재밌는 순간을 찾아가며 살고 싶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kate_bookeater?igshid=YmMyMTA2M2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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